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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우/ 도시감정, 파토스와 에토스

고충환

박건우/ 도시감정, 파토스와 에토스 


박건우는 전작에서 도시의 야경을 그렸다. 칠흑 같은 어둠 위로 꿈을 꾸듯 아롱거리는 불빛풍경을 그렸다. 도시민의 한 종족으로서의 삶의 애환과 파토스를 분출하듯 표현주의 기법으로 화면에 낭자하게 풀어놓았었다. 그리고 근작에서 집을 그린다. 야경의 원천을 그리고 세포를 그린다. 그동안 시점의 이동이 있었다. 먼발치에서 도시를 관조하던 것에서 근접시점으로 옮겨왔다. 이처럼 달라진 것은 시점만이 아니다. 불빛풍경이 색면풍경으로 바뀌고, 표현주의 기법이 색면구성으로 변했다. 근접시점에도 불구하고 집의 세목을 알아볼 수는 없다. 집의 구조적 형태, 이를테면 정면과 돌아앉은 측면 그리고 어슷하게 보이는 지붕과 레고 같은 계단이 짜 맞춘 퍼즐처럼 최소한의 평면조각들로 환원되고, 여기에 알록달록한 색깔들이 부여된다. 그렇게 화면을 가득 메우고 있는 집들의 풍경이 정겹고 발랄하고 리드미컬하다. 경쾌한 음악을 듣기라도 하듯 운율이 느껴지는데, 아마도 크고 작은 조각 면들이 어우러지고 여기에 변화무상한 색감이 불러일으키는 환기력 탓일 것이다. 전작에서 도시의 서정을 파토스로 보았다면 근작에서 그것은 에토스에 가깝다. 절제되면서도 금욕적이지는 않은, 또 다른 부류의 도시감정을 작가는 그렇게 화면 위에 부려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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