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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제8회 울산국제목판화페스티벌 울산은 목판화의 메카가 될 수 있을까

고충환

2020 제8회 울산국제목판화페스티벌 
울산은 목판화의 메카가 될 수 있을까 


판화와 인쇄는 같이 간다. 판화의 역사와 인쇄의 역사는 하나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매개로 대량소통을 꾀하는 상업성에 바탕을 둔 인쇄의 목적과 기능을 제외하면, 기법과 방법, 공정과 과정 자체만으로 판화와 인쇄의 차이를 따질 수는 없다. 굳이 차이를 따지자면 인쇄가 대개 전형화된 공정과정을 따른다면, 판화는 예술 일반이 그렇듯 곧잘 비전형적인 형식실험을 꾀하는 것이 다른 점이다. 같은 말이지만 인쇄에서 기술이 전부라면, 판화에서 기술은 다만 부분에 지나지 않은 것도 다르다. 
그렇게 판화와 함께, 혹은 판화보다 먼저 인쇄가 있었다. 그리고 주지하다시피 인쇄의 전형적인 경우가 책이다. 그리고 인류 최초의 책은 종교와 관련이 깊다. 서양의 경우에는 성경이, 그리고 동양의 경우에는 불경이 그렇다. 불경의 경우, 불경의 내용을 목판에 아로새겨 찍어낸 것을 목판경이라 하고, 그 내용 그대로 그림으로 도해하면 변상도가 된다. 그리고 주지하다시피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현재 세계 최고의 인쇄물로 알려져 있고, 여기에 적지 않은 수의 불교 변상도가 제작된 바 있다. 나아가 조선 시대에는 유교의 교리를 널리 전파할 목적으로 제작된 삼강오륜과 행실도와 같은 전적 판화(책에 삽입한 판화), 그리고 목판화로 제작된 각종 민화가 현재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뭘 말해주는가.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 동양 3국이 다 그렇지만, 특히 한국에서 목판화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다. 그런 만큼 판화는 목판화로 시작했고 목판화를 의미했다. 예로부터 목판화가 종교와 생활사 그러므로 문화 전반을 견인하는 대표적인 미디어였고 판종이었다. 사정이 그렇다면 목판화를 세계적인 상품,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으로 내세워도 되지 않겠는가. 모르긴 해도 <울산국제목판화페스티벌>의 창립에는 이러한 사정, 이러한 가능성이 그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울산국제목판화페스티벌>의 창립배경에는 또 다른 사정이며 가능성도 작용했다. 바로, 반구대 암각화다. 보기에 따라서 선사시대에 제작된 암각화는 인류 최초의 판화다. 암반에 돋을새김 된 요철 그대로 탁본으로 떠내면 판화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울산이 목판화를 지역을 대표하는, 나아가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문화상품으로 내세울 만한 조건이며 당위성이 마련된 셈이다. 아마도 행사 주체가 창립 당시 실제로도 주목하고 주장한 부분이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아무리 조건이며 당위성이 주어진다 해도 실제로 그 조건이며 당위성 그대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동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시행 초기부터 <한국현대목판화협회>가 주도적으로 참여하면서 행사를 이끈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현재 협회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 작가들도 있지만, 크게 보면 국내 목판화 계를 대표하는 주요 판화가들을 망라하고 있다고 보아 무리가 없겠다. 앞으로도 협회 작가들을 중심으로 내실을 다지면서 외연을 확장해가는 경우가 될 것이고, 또 그 경우가 바람직해 보인다. 

그렇게 2012년 <울산국제목판화페스티벌>이 창립되었고, 이후 매해 행사를 개최하면서 2020년 현재 제8회째 행사를 치르기에 이른다. 작년인 2019년에는 그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제1회 <울산국제목판화비엔날레>를 개최하기에 이르렀고, 향후 <울산국제목판화페스티벌>과 <울산국제목판화비엔날레>를 격년제로 번갈아 개최할 예정이다. 서로 개별성을 유지하면서 유기적으로 연속되는, 상호 보완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위한 기초가 마련되었다고 생각된다. 페스티벌이든 비엔날레든 목판화만으로 특화된 전시행사로는 전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가 어려운 만큼 향후 성과가 기대된다. 모르긴 해도 세계도 주목해보고 있을 것이다. 그런 만큼 향후 울산이 목판화의 세계적인 메카로 성장하고 자리매김하게 될 날을 기대해 봐도 좋을 것이다. 
그동안의 과정과 성과를 보면,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의 동양 3국을 중심으로 점차 그 외연을 다른 국가로까지 확대해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상대적으로 거리가 가까운 탓에 기왕에 상호 간 문화적 교류가 활발했던 점, 그런 만큼 문화적 체질이 차이보다는 공통점이 적지 않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하나같이 목판화의 전통이 강한 국가들이라는 사실에 주목했을 것이다. 진즉에 기회가 있을 때마다 동아시아성 담론의 중심국가로서 곧잘 거론되고 부각 되었다는 사실과도 무관하지가 않을 것이다. 뒤집어보면 담론의 패권을 두고 서로 다툴 수 있다는 말도 되는데, 그 자체를 경계의 대상으로 보기보다는 선의의 경쟁을 통해 서로 간 독자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상호발전을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동아시아성 담론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전시행사를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확장 발전시키기 위해선 전시와 함께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인문학적 배경이 수반되어야 한다. 전시행사와 학술행사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그동안 열렸던 세미나 내용을 살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동양 3국을 중심으로 보면, <한중일 목판화의 근대성과 조형적 특성>(2014년 제3회 전시), <일본의 현대목판화>(2015년 제4회 전시), <중국 운남 다색목각의 시작과 발전 및 현황>, <중국 당대 흑백목각의 발전 및 현황>(2016년 제5회 전시), <한국현대목판화의 개괄적 흐름과 이해>(2019년 제1회 비엔날레)와 같은 주제들이 다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각 국가별 목판화의 조형적 특성과 함께, 비교미술사의 관점에서 그 양식적 차이를 비교 설명하는 주제가 보충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당연히 국가별 발제자가 자리를 같이하는 형식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현장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세미나의 주제가 양식 연구 중심에서 담론 중심으로 연이어지게 해야 하고, 그리고 그렇게 목판화를 매개로 한 진정한 동아시아성 담론으로까지 결실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세미나와도 연계되는 것이지만, 그리고 어쩌면 이미 암암리에 그렇게 해오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매해 특정 국가를 올해의 주빈 국가로 선정해 집중조명하는 것도 행사를 심화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이 될 수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동양 3국의 경계를 넘어 유럽과 영미권을 비롯한 제3세계로까지 참여 국가를 확대해 명실상부한 세계적 축제가 될 수 있도록 발전시켜나가야 할 것이다. 보기에 따라선 이미 그렇게 해오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좀 더 전문적이고 전략적인 차원에서 중장기적인 플랜을 가지고 가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전시구성을 보면 예년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한국을 비롯한 멕시코, 프랑스, 태국, 대만, 일본 5개국 작가들이 초대를 받았는데, 초대 대상 국가가 아시아와 유럽을 넘어 남미로까지 확장되면서 점차 다변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올해 전시주제를 보면 <자연과 인간 그리고 울산>인데, 자연과 인간의 관계라는 보편적인 주제와 울산이 갖는 지역적인 특수성이 만나는 접점 가능성을 실험하고 모색한다는 의미를 담았을 것이다. 실제로도 메인 전시와 함께 열리는 특별전 <울산을 찍다>를 통해 전시주제를 뒷받침하게 했는데, 국내외 전시 참여 작가들이 울산을 직접 방문해 개인적으로 스케치한 작품을 중심으로 꾸며질 예정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전시 참여 작가를 비롯한 전문가를 위해서는 학술세미나를, 일반 관객을 위해서는 판화를 이용한 팬시 상품 전시, 전통목판화 체험 교실 운영, 그리고 실크스크린 찍기를 통한 나만의 에코백 만들기와 같은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국제적인 규모의 전시를 성사시킨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세계적인 목판 화가들의 자발적인 그리고 지속적인 전시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그래서 울산이 세계적인 목판화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전시 내용이 좋아야 하겠지만, 이와 더불어 그들의 관심을 붙잡아둘 수 있는 매력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 이를테면 전시 참여를 계기로 국내 유명 화랑이나 미술관에 초대를 받는다거나, 국가 간 상호교류전을 활성화하는 것도 좋은 방편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미 상당할 정도로까지 진척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국과 프랑스 교류전>을 예정하고 있는 것이 잘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이 모든 일을 전시가 열리는 해당 연도에 다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최소한 일 년 이상의 준비 기간이 전제되어야 하고,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서 상시적으로 작동하는 별도의 운영위원회가 가동되어야 한다. 페스티벌이건 비엔날레건 국제적인 규모의 전시행산데 일주일이라는 전시 기간은 너무 짧다. 여타의 비엔날레 수준으로 전시 기간을 맞출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렇게 전시가 매번 일회적 행사에 그치지 않고, 평시에 작가 풀이며 인력 풀이 그리고 전시 성과가 축적되고 관리되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모든 일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국제전 규모에 걸 맞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재정지원이 수반 되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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