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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화, 존재를 기억하고 기록하는 일

고충환



박미화, 존재를 기억하고 기록하는 일 


박미화 작가는 존재를 기억하는 것, 그 기억을 기록하는 것, 그것이 일상이라고 했습니다. 역사가 꼭 그렇지요. 역사야말로 존재를 기억하고 기록하는 일이니까요. 그리고 작가에게 일상이란 다름 아닌 작업일 것이므로, 작가의 작업에서 일상과 역사와 작업이 상호 유기적인 관계를 이루고 있다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작가는 어떤 존재를 어떻게 기억할까요. 서대문형무소에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사람들, 유신체제에 항거하다 최루탄을 맞고 쓰러진 청춘들, 세월호에 수장된 학생들, 돌아오지 않는 우주선에 실려 우주로 발사된 떠돌이 개 라이카, 난민 아기 쿠르디, 입양된 지 8개월 만에 사늘한 죽음이 돼 돌아온 채 16개월밖에 안 된 아기 소원이, 늙고 병들었다고 공터에 생매장당한 미상 犬과 같은, 때로는 권력에 때로는 무지에 희생당한 존재들이지요. 그렇게 기억할만한 존재에 관한 한 작가는 사람과 동물과 심지어 식물마저 가리지 않지요. 하나같이 귀중한 생명들이라고 보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작가의 작업은 권력과 무지에 희생당한 존재들을 기억하고, 기록하고, 기념하는 일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제도와 권력, 무지와 이기심에 희생된 가여운 존재들에 바치는 오마주라고 해야 할까요. 헌화며 헌사라고 해야 할까요. 다시, 그러므로 작가에게 전시란 희생양을 위무하는 제의 행위이며, 희생양을 위해 제단을 바치는 일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입니다. 이러한 정의는 기쁜 이야기보다는 상실을 이야기할 때 더 공감이 간다고 한 작가의 말에서도 뒷받침되는 것이지요. 

그렇게 작가의 작업에는 인간실존에 대한 존재론적 성찰이 있고, 존재를 연민으로 감싸는 애틋하고, 살갑고, 속절없고, 따뜻한 시선이 있습니다. 이런 성찰과 시선을 반영한 작업을 인정받아 작가는 2019년 제4회 박수근 미술상 수상 작가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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