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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일제 수업 시대의 뮤지엄 교육

김영호

1. 머리글  

 

2012년 3월 신학기부터 주5일 수업제도가 전면 도입되면서 전국 초중고등학교의 99.6%에 달하는 11,451개 학교가 이를 수용해 시행하고 있다. 주5일 수업제도는 2011년 7월부터 5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되는 이른바 ‘주5일 근무제’와 더불어 국민의 삶과 사회적 환경에 큰 변화를 가져올 정책으로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주5일 수업제도는 유럽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정착되었으며, 1995년에는 중국이 그리고 2002년에는 일본이 채택함으로서 전 지구적으로 보편화되고 있는 교육제도다. 우리나라에서 주5일수업제의 전면 도입은 비단 학교뿐만 아니라 이와 연계된 가정, 지역사회, 국가의 구성원들에게 전례 없는 공동 협업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주5일제 수업의 본격적인 시행은 뮤지엄에도 일정한 몫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21세기를 대표하는 문화기반시설로서 뮤지엄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이 높아가고 있는 현실에서 자연스런 현상으로 보인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뮤지엄은 학교 교육의 보조수단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생산하고 소통하는 장소로 인식되면서 국가적 차원에서 육성되어 왔다. 학생 개인의 내면에 잠재된 창의력과 소질을 발견하고 특화시키는 연구소의 기능 뿐 아니라 가족과 학교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는 사회교육의 실험소로 선호도가 점차 증대되고 있는 것이다. 주5일 수업제와 주5일 근무제는 점차 높아가는 뮤지엄의 수요를 폭발적으로 확산시키는  촉진제가 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이 글은 주5일 수업제의 실행에 따른 환경의 변화가 뮤지엄의 역할과 기능을 증대시키고 있다는 전제하에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뮤지엄 교육의 활성화를 위한 몇 가지 제안을 위해 적은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주5일 수업제도의 추진 배경과 목적에 대해 살펴보고, 이에 상응하는 뮤지엄 교육의 방향에 대해 논의할 것이다. 여기서 뮤지엄 교육의 방법론은 기본적으로 구성주의 이론에 기반을 둘 것이다. 주지하듯이 교육에서 구성주의란 교사로부터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받는 교수방법이 아니라 학습자 스스로 능동적인 체험과 소통의 활동을 통해 자신에게 의미있는 지식을 구성해 나간다고 보는 인식론적 교육의 형태다. 이러한 교육이론과 방법은 뮤지엄 교육의 연구분야에 있어서 이미 고전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뮤지엄 현장을 돌아보면 구성주의는 여전히 유효한 학습이론으로 남아 있다.     

 

2. 주5일 수업제도의 배경 및 목적 

 

교육인적자원부(2008년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교육과학기술부로 개편)가 전면 실시를 준비하며 2008년에 내놓은 주5일 수업제 시행의 배경 및 목적을 보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사항이 명시되어 있다. 

 

 - 주40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른 국가와 사회의 변화 

 - 창의성, 문제해결력, 감성, 인성을 중시하는 학력관 

 - 자기주도적 학습 및 평생교육을 강조하는 교육에 대한 의식변화 

 

   이러한 주5일 수업제의 배경 및 목적은 결국 학생이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신장하고, 이를 위해 교육공동체는 개인의 행복과 삶의 질을 제고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교육을 실시하며, 궁극적으로 가족간의 유대 증진과 사회체험을 통한 바람직한 인성을 함양하는데 대의적 명분을 지니고 마련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사회교육의 측면에서 보면 주5일 수업제의 의의는 기존에 학교가 맡았던 학생들의 교육을 가정과 지역사회로 확대시키는데 있다. ‘학교 안’ 교육에 더해 ‘학교 밖’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도입된 제도라 할 수 있다. 학습의 일부를 가정과 지역사회로 확대시킴으로서 교육공동체의 교육에 대한 책무성을 높이는 것을 또 하나의 목적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이 지점이 뮤지엄이 주5일 수업제와 긴밀하게 연관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오늘날 뮤지엄의 기능 중에 점차 강조되고 있는 것이 이른바 ‘교육 기능’이고 보면 주5일 수업제는 뮤지엄에게 부과된 개혁의 기회이기도 하다.

   주5일 수업제에 대한 학부모와 교사 학생들의 견해는 대부분 긍정적으로 조사되고 있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운영메뉴얼에 따르면 주5일 수업제가 도입되면서 우리나라 초중등학교의 년간 수업일수는 과거 220일(이상)에서 190일(이상)로 줄어든다. 하지만 수업시수는 현행 교육과정에서 제시하고 있는 시수를 그대로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학교가 수업일수를 축소할 경우 수업시수를 채우기 위해서는 평일수업 부담을 증가시키거나, 학교행사나 창의적 활동의 기회를 줄여야 하며, 경우에 따라서 방학일수가 줄어들 수도 있다. 방학일수의 축소는 학생들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드리는 대목이다.  

 

3. 희망 프로그램 여론조사

 

주5일 수업제의 전면 도입으로 매주 토요일은 ‘놀토’가 되었다. 전쟁과 국토재건 그리고 새마을 운동과 수출의 시대를 거친 세대들에게 주5일 수업제과 주5일 근무제와 더불어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렇게 고난한 시대의 결과로 귀하게 주어진 여가시간에 대한 국민들의 활용 기대는 대체로 ‘취미 레저 스포츠와 문화 활동’으로 집중되어 있다. 최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학부모와 학생을 상대로 조사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수업 없는 날을 위한 개설 희망프로그램’은 이와 같은 사실을 나타나고 있다. 

  

 수업 없는 날을 위한 개설 희망프로그램 (학부모/학생) 

 - 교과관련 활동                     7.8  / 12.4 

 - 스포츠클럽 등 체육 활동           20.0 / 26.1

 - 음악 미술 문화분야 활동           19.4 / 20.0

 - 사회단체 봉사 활동                18.2 /  8.2

 - 취미 레저 활동                    23.2 / 28.6

 - 기타                              2.4  /  4.7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주5일 수업제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에 대한 설문결과는 모순적으로 ‘교육과 교과관련 활동’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래와 같은 통계는 학부모와 교사들의 관심은 주어진 시간을 취미 레저 스포츠 그리고 문화활동에 배정하면서도 여전히 현실적 문제로서 교육에 대한 부담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심리적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안정적 정착을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 (학부모/교사) 

- 교육과정 기준의 학습량 조정       42.7 / 70.1

- 학력저하 예방 및 사교육방지       25.4 /  5.3

- 학생보호지도 대체 프로그램 마련   21.6 / 11.6

- 교육문화적 인프라 구축             9.3 / 13.0 

 

   이상의 여론조사를 통해 국민들은 ‘취미 및 문화 활동’과 ‘교육 및 학습 활동’을 동시에  효율적으로 증대시키고, 아울러 소외계층학생 보호를 위한 대체프로그램을 마련하는 일이 주요 과제로 제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주5일수업제도에 따른 수업일수의 단축은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낮추고, 교사들의 자기개발 시간을 늘릴 수 있으며, 부모들은 자녀와의 체험학습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긍정적인 기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주5일수업제가 드리우는 그늘인 소외계층학생 문제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고려할 때 고려해야 할 주요한 사항이다. ‘사교육비 증가와 실력 양극화’라는 부정적인 효과는 지역사회와 국가에 대해 이를 해소하기 위한 혜안을 요청하고 있다. 토요일에도 근무해야 하는 맞벌이 경우에는 학원이나 과외 외에 마땅히 보낼곳이 없으며, 특히 학원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은 아이를 놀릴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4. 학교의 대체프로그램과 그 한계 

 

주5일 수업제에 따른 환경변화를 대비해 일선 학교와 교육당국에서는 놀토를 위한 대체프로그램을 개발해 실행해 왔다. 우선 학교에서 개설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보면 <토요돌봄교실>, <토요방과후학교>, <토요스포츠데이>, <토요문화예술> 등이 있다. 어느 지역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학교의 토요프로그램은 과학, 수학, 음악반으로 운영되는 토요방과후학교가 이용자 전체의 50%이상을 차지하는 선호도를 보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토요스포츠와 토요문화예술 그리고 토요돌봄교실은 그다지 호응받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통계 수치는 앞서 한국교육평가원이 조사 결과로 제시한 내용으로서 학부모와 학생이 희망하는 ‘스포츠 레저 활동과 문화활동’이 학교차원의 프로그램으로 운영될 때 그다지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다는 점을 나타내고 있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실시하는 스포츠와 문화예술 프로그램에 불만족의 반응을 보이는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것이다. 문화예술과 스포츠 활동은 학교교육의 차원을 넘어 전국에 자리잡은 문화기반시설과 스포츠시설과 연계해 진행되어야 할 사업이라는 점을 대변해 준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뮤지엄과 학교가 연계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실행해야하는 당위성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또 다른 지역 언론 보도에 따르면 놀토에 학교에서 실시하는 전체 토요프로그램 참여율은 10%에 그쳐 애초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앞의 토요방과후학교에 참여하는 50%는 전체학생 10%의 절반을 의미하므로 100명중 5명이 토요방과후 학교에 참여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나머지 90%는 학교가 아닌 곳에서 토요일을 보낸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으로 몰리는 장소가 바로 학원이다. 일부 언론보도에 붙여진 ‘학원으로 내모는 주5일제 수업’이라는 타이틀은 어쩌면 예견된 것처럼 보인다. 학원가에서 실시하는 입시 주요과목의 토요강좌에 주말수강생이 크게 증가함으로서 학원들이 주5일제 수업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한다. 이는 대학입시를 교육의 지상과제로 삼고있는 현재의 중등학교 교육의 실태에서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입시제도와 학력중심의 사회구조, 여기에 아직도 문제의 핵이 있다는 씁쓸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5. 높아가는 뮤지엄 교육의 역할  

 

주5일 수업제의 도입에 따른 사회교육과 문화예술 향수에 대한 국민적 인식의 변화는 뮤지엄의 기능과 역할을 되돌아보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뮤지엄 교육의 당위성은 학술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 스위스의 심리학자 피아제의 분류에 따르면 청소년기는 신체의 성장이 완성되는 시기이며 인간이 도달해야할 고도의 사고가 가능해 지는 지적발달의 마지막 단계에 해당한다. 또한 “추상적 사고력과 논리적 추리력 그리고 상상력이 발달하면서 선악의 인식에 대한 가치기준이 형성되고 타인에 대한 관심과 함께 현실의 모순에 대해 깨닫기 시작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러한 인지능력 발달의 완성시기에 뮤지엄 체험은 국가적 인재양성의 차원에서 미룰 수 없는 요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여기에서도 문제는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누가 어떻게 지도할 것인가의 문제가 그것이다. 문제는 청소년들의 사회교육을 담당할 전문인력의 육성과 뮤지엄의 방향성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의 뮤지엄 교육을 위한 전문인력 양성의 현황을 살펴보면 전에 없이 향상되어 있다. 주요 대학에서 대학원을 중심으로 예술경영과 박물관 및 미술관 관련 학과 혹은 전공들이 개설 운영되고 있고, 교육 및 연구활동의 결과로 수많은 학술논문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와 더불어 뮤지엄 관련 학회와 연구소들이 설립 운영되면서 뮤지엄의 사회적 기능을 미래지향적인 차원에서 규정하고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연구보고서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배기동 한국박물관교육학회 회장의 지적처럼 우리나라는 2천년대에 들어와 박물관의 방향에 대해 논의가 시작되었지만 아직도 방향성을 실행하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 상황이다. 실행의 단계에서 필요한 지침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는 박물관 인력구조의 취약성 때문이다. 사회교육과 지적 위락의 기능을 담당할 박물관의 교육담당 인력의 수효가 아직도 미미하고 확대될 조짐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박물관교육의 범주와 방법 그리고 내용에 대한 연구는 확대일로에 있지만 전문적인 박물관 교육인력의 육성과 활용을 위한 정책의 수립과, 현장에서의 실행을 위한 제도적 뒷바침이 아직도 시급한 과제로 남아 있다.

 

6. 뮤지엄 교육자들의 윤리적 덕목으로서 구성주의 

      

오늘날 박물관 교육은 큐레이터의 일방적인 해석이나 학술적 정보의 단순 전달을 넘어 전시품과 관람객의 직접적 만남을 통해 상호 소통하는 열린 활동으로 인식되고 있다. 청소년의 정신발달과 논리적 사고발달의 단계와 특성을 이해하고 이들과 상호작용을 통한 학습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고도로 훈련된 전문가들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윤리의식이 교육자의 저변에 자리잡고 있어야 할 것이다. 

   청소년을 대상으로한 뮤지엄 교육인력의 윤리적 덕목으로서 겸손을 제시한 N. 잰슨의 주장은 주목할 만하다. 그는 <뮤지엄의 교육적 역할>(1999)이라는 책을 통해 청소년들을 위한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진행함에 있어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하는 사항으로서 겸손을 꼽았다. 그에 따르면 청소년들은 겸손에 대해 특별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징이 있으며, 그들의 생활에 있어 또래집단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 그리고 삶에 대해 청소년들의 인식이 매우 현실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언급한다.  

   최근들어 뮤지엄교육의 영역에서 교육(Education)이라는 개념보다 학습(Learning)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는 학습자가 자신의 과거 학습경험을 토대로 해서 뮤지엄 체험을 독자적 의미로 만들어간다는 구성주의 이론의 흐름을 반영하는 것이다. 효율적인 학습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교육담당자가 해당 전시의 주제와 전시물에 대한 이해와 교육의 목표에 대해 명확하게 숙지하는 것 이상으로 대상인 청소년에 대한 특성에 대한 지식과 대인기술에 대한 훈련이 필수적이다. 관람객이 뮤지엄을 방문할 때는 배움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가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관람객은 뮤지엄에서 제공하는 지식에 큰 저항없이 순응하는 태도를 보인다. 따라서 교육담당자는 자신이 지닌 하나의 시각을 제시하고 주입시키는 실수를 범하지 않도록 객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뮤지엄 교육은 전시품이라는 물적 대상을 둘러싼 학술적 정보의 단순한 전달이 아니라 직접적인 체험과 설명에 도움이 되는 매체를 통해 의미와 관련성을 드러내는 복합적이고 다차원적인 활동이다. 청소년들이 뮤지엄에서 배우는 것은 전시와 전시품 뿐만이 아니라 뮤지엄 건물, 사람, 작품(유물)과 뮤지엄 사업의 포괄적 요인들이 함께 어우러진 미적, 정서적, 교육적, 위락적 경험의 다중적 합산이다. 따라서 청소년 관람객에게 총체적 체험과 상호소통에 초점을 맞춘 종합적 해석적 활동이 필요하다. 포크와 디어킹은 <뮤지엄 체험>(1992)이라는 저서를 통해 구성주의적 인식론을 기반으로 미술관 체험을 구성하고 있는 다차원적인 요소들을 개인적, 사회적, 물리적 문맥으로 구분해 설명하고 있다. 개인적 문맥이란 관람객이 축적하고 있는 고유한 지식과 경험 그리고 정보를 토대로 이루어지며, 사회적 문맥이란 가족이나 친구 그리고 미술관 종사자 등의 타자 혹은 소그룹과 맺어지는 관계를 말한다. 그리고 물리적 문맥이란 미술관의 위치한 지역과 주변 환경 및 교통수단이나 전시실, 레스토랑, 카페, 휴게실, 아트샵 따위의 시설을 의미하는 것으로 청소년의 뮤지엄 체험에 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요인들이다. 청소년의 뮤지엄 체험은 다양한 요인의 복합적인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7. 주5일 주업시대 뮤지엄 교육 활성화를 위한 제안       

 

이상의 내용은 주5일 수업제의 본성이 사회교육기관으로서 뮤지엄의 연관성과 어떤 연계를 가지는가를 정리한 것이다. 그리고 주5일 수업시대에서 뮤지엄이 담당해야 할 업무가 무엇인지를 따져보기 위한 것이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제시될 수 있다.

    

1) 학교와의 협업체제 강화를 위한 뮤지엄의 교사 연수 프로그램 마련 

   주5일 수업제 시대의 효율적인 뮤지엄 교육 프로그램은 학교와의 협업체제에 따라 그 효율성이 좌우된다 할 수 있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초중등학교 교사들이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바라는 것은 ‘교육과정과 구체적으로 연계한 프로그램의 개발’이다. 한편 뮤지엄교육의 효과가 낮게 나타나는 주요 원인은 뮤지엄에 대한 ‘학생들의 낮은 관심과 호응부족’으로 파악되고 있다. (양지연 p.89) 이러한 연구결과를 종합하면 학교 연계 뮤지엄 교육은 학생들의 관심과 학교의 교육과정에 구체적으로 부합하는 방향으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미술관 교육의 타당성은 청소년과 교사와의 협업으로부터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학교 교사들의 뮤지엄의 역할과 뮤지엄 교육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정립하는 것이 과제로 남게 된다. 뮤지엄의 교사교육과 연수 프로그램은 학교와의 협업 교육 프로그램을 향상시키기 위해 뮤지엄이 추진해야할 교육 프로그램이다.

   아울러 학생들의 체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사회교육 시설로서 뮤지엄의 교육 프로그램을 요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학교 당국 뿐만 아니라 교육과학기술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산재되어 있는 학생 및 청소년 지원 시설 및 프로그램을 연계한 범부처간 협력 및 지원 체제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 뮤지엄 교육담당자(도슨트)의 사전교육 체계화

   뮤지엄 교육의 대부분은 도슨트를 활용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우수한 자질과 능력을 지닌 토슨트의 선발과, 지속적이고 심도있는 교육은 필수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도슨트가 뮤지엄 관람객들의 체험에 미치는 영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도슨트는 전시와 전시물에 대한 학술적 지식만이 아니라 참여자의 태도와 반응에 대응하는 대인 기술(Interpersonal skill)과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토론 능력이 갖추어져야 한다. 그러나 현재 뮤지엄에서 운영하는 도슨트 인력은 대부분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되어 있어 전문적인 인력풀로 영역화 되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그러나 제도와 학술적 연구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현장에서 경험자에 의한 사전교육 및 재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3) 청소년 대상의 특성화된 뮤지엄 교육프로그램 개발 

   뮤지엄 안에서의 교육은 오리엔테이션, 도슨트 설명, 갤러리 토크, 특별 강좌, 영화 상영, 미술관 아트상품의 체험 등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이루어진다. 하지만 뮤지엄 안에서의 교육은 미술관 밖의 요인으로서 정보매체, 지역공동체와 교육단위 사이의 네트웍, 학교에서 실행되는 아웃리치 프로그램, 그리고 인터넷상에서 웹을 기반으로 한 뮤지엄과 소장품에 대한 정보의 제공과 가상전시회와 연계해 효율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뮤지엄 교육프로그램 개발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뮤지엄 교육은 뮤지엄의 안팎에서 만나는 포괄적 요소들과의 소통을 매개로 전시품을 관람객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바꾸어주는 것을 말한다. 청소년들의 뮤지엄 교육은 체험에 영향을 끼치는 다차원적인 요소들로서 전시와 전시품, 뮤지엄 건축, 휴게실, 레스토랑, 카페테리아에서 접하는 개인적 인상들에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전시실의 조명, 배열, 해설문 만큼이나 체험의 즐거움을 선사해 줄 관람객 편의시설에 배려를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 참여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사전학습 제공과 설문을 통한 미술관측의 청소년관람객의 연구를 위한 지속적이고 세밀한 노력이 필요하다.    

4) 학교 토요프로그램과 뮤지엄 연계교육에 <문화예술교육사> 투입을 위한 제도 마련 

   앞서 언급한 <토요돌봄교실>, <토요방과후학교>, <토요문화예술프로그램> 등에 문화예술교육사 제도의 연계성에 대한 논의가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 문화예술교육사 제도는 인력 공급의 측면에서 저소득층 자녀, 학원에 갈 수 없는 학생들을 위한 학교토요프로그램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으로 제시되었다. 놀토의 운영 프로그램을 단위학교와 교사의 역할로 국한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것은 주5일 수업제가 추구하는 사회교육과 공동체의 관심을 유도하는 근본 취지에 부합하지도 않다. 최근 새로 도입된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증제도’는 기존의 학예사 자격증제도와 더불어 뮤지엄교육의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 박물관미술관진흥법 : 학예사자격증제도 : 큐레이터, 에듀케이터  

 - 문화예술교육진원법 : 문화예술교육사제도 : 문화예술교육사, 예술강사

 

5) 다문화 학생을 위한 박물관 및 미술관 교육프로그램 개발   

   다문화 학생에 대한 수용도 뮤지엄이 담당해야할 큰 몫으로 대두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다문화학생은 최근 5년간 2.9배로 증가되었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는 전국적으로 3만8000여명의 다문화 학생들을 우리의 소중한 인재로 키우겠다는 정책을 내놓았다. 그간의 정책 기조가 다문화 학생들을 소외계층으로 분류하고 혜택을 베푸는 정도의 사회적 관심을 주어왔다면 이번 새롭게 내놓은 정책은 다문화 학생들을 끌어안고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로 육성하겠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정책변화로 평가되고 있다. 

   정부는 다문화 학생이 정규학교에 배정되기 전에 6개월가량 사전 적응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예비학교를 전국적으로 두겠다 한다. 다문화 학생의 기초학력을 위한 한국어 교육과정을 설치하고 모든 학생에게 멘토를 붙이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일반 학생들은 학교에서 방학이나 주말 또는 방과후 교육등을 통해 다문화 가정의 모국어도 배울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제도적 환경의 변화에 한국의 뮤지엄도 이에 협력 방안을 마련하고 실천하는 것이 과제로 주어져 있다. 우리 주변에 늘어나는 다문화 학생들을 통해 다양성을 존중하는 경험을 쌓게 하고 우리 아이들이 다름을 넘어 글로벌 시대를 헤쳐 나갈 수 있도록 하는데 뮤지엄이 동참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8. 맺는글

 

주5일 수업제와 주5일 근무제의 전면 시행은 뮤지엄에게 기회와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동시에 위기와 약점을 드러내 보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주말에 시간적 여유를 찾은 청소년을 포함한 국민들이 문화향수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문화기반시설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뮤지엄을 찾는 여가활동이 증대해 짐에 따라 뮤지엄 세계가 활성화 될 수 있다는 것이 기회요인이다. 그리고 뮤지엄이 역사, 미학, 예술, 고고, 철학, 인문에 걸친 문화적 자산을 수집, 관리, 보존, 교육하는 공간이자 청소년들의 정규교육과 구체적 연계를 지닌 공간이라는 점에서 강점요인을 지닌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뮤지엄의 현황과 실태를 보면 논지의 방향이 달라진다. 뮤지엄 건축에서 운영조직, 전문인력, 교육프로그램의 질을 따져보면 국공립이나 사립을 막론하고,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막론하고 문화향수의 꿈은 일종의 위기의식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기감은 머리글에서 언급한 대학과 학회 그리고 연구소의 활동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실행의 단계에 와 있지 않은 상황에서 연유한다. 말은 무성한데 결실이 빈곤하다는 것이 우리나라 뮤지엄 계가 지닌 약점이다. 정책적인 측면에서는 박물관미술관진흥법이 개정되고 학예사 자격증제도가 시행된지 10년이 지났고, 최근들어서 문화예술교육사자격증이 새롭게 도입되었지만 정작 직업인으로서 뮤지엄 인력에 대한 전반적인 대우는 최저임금의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나마 안정적인 박물관 인력은 공무원 시험을 통해서 가능하고 관장을 비롯한 학예사는 비정규직으로 채용되어 일정한 계약기간이 종료되면 반드시 그만두어야 하는 절박한 시스템은 위기상황을 그대로 반영한다. 한마디로 선진국에 비해 갈길이 멀다.

   주5일 수업제와 주5일 근무제의 전면적 실시는 우리나라의 문화지형도의 변화를 이끄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뮤지엄이 이러한 환경변화에 부응해 국민들의 문화향수권을 신장하고 내적으로는 뮤지엄의 진흥기로 활용하기 위해서 관계자 모두가 정신을 차려야 할 것이다. 뮤지엄 정책을 세우고 실행하는 정부는 물론이고, 뮤지엄 연구와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대학과, 현장으로서 뮤지엄이 제각기 할 일을 다해야 한다. 나아가 이들 세 개의 단체가 융합된 운영방식과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이 과제도 놓여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한 뮤지엄 교육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왔다. 이는 대학입시를 교육의 현실적 목표로 삼고 있는 사회적 맥락에서 야기된 현상이며 이러한 상황은 사회적 상황이 지속되는 한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주5일제 수업은 정부가 할 수 있는 교육정책의 가장 근본적인 부분을 자극하고 있다. 국내의 상황이 아니라 이미 구미지역과 아시아 국가들이 이미 도입한 정책을 따라 가는 것이라 후발주자로서 타산지석의 교훈을 잘 활용한다면 단기간에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출처: 한국박물관교육학회 학술대회 <참여문화시대의 박물관교육> 발제문, 2012.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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