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 개인전   

2012.10.25-2013.1.27 삼성미술관 리움 

김영호(미술사가/중앙대교수)

아니쉬 카푸어 서울전은 새천년 현재와 미래의 예술적 향뱡을 모색하는 한국미술계에 하나의 사건이었다. 작품의 저변에 흐르는 의미소들은 동서를 넘어 우주, 자연, 숭고 등의 가치로 대변되는데, 그 개념들은 명상적 체험속에 극과 극이 융합되는 지점에서 생겨난다. 나아가 존재와 부재, 안과 밖, 비움과 채움, 한계와 무한, 물질과 비물질, 현실과 초월 따위의 화두들이 관객들에게 제시되며 고유한 자신의 내러티브를 만들어낸다. 동양과 서양에서 연구되어온 철학적 인식의 노정과 예술적 표현의 역사가 그의 작품에 오롯이 녹아있다.   

인도 뭄바이 출신으로 영국 런던에서 학업을 마친 작가의 경력은 이러한 대륙의 경계를 뛰어넘는 융합적 사고가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는지를 짐작케 한다. 하지만 동양과 서양을 수용하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얻은 결실은 그만이 가진 창의력의 산물로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오늘의 지구촌은 인류 공동의 가치 안에서 그것의 실현방식으로서 다양한 예술을 지향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아니쉬 카푸어의 예술이 생산하는 우주, 자연, 숭고의 의미는 우리 미술계와 학계에 한동안 증폭될 것으로 나는 생각한다.(미술과비평, 2012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