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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전 : 관계의 시대, 우리에 대한 사유

김영호

<삶>전 : 관계의 시대, 우리에 대한 사유

김영호 (미술평론가, 중앙대교수)

2010년 12회전을 마지막으로 중단되었던 <삶>전이 지난 2018년에 재개된 이래 두 번째의 문을 연다. 1994년 창립부터 헤아린다면 열네 번째 전시다. 중앙대학교 대학원 동문과 재학생이면 누구나 함께하는 연합전으로 출입문을 활짝 열어 놓았다. <삶>전이라는 단체명에서 엿볼 수 있듯 이 전시회의 지향점은 삶에 대한 성찰과 그 조형적 표상의 결실들을 한데 모아 선보인다는 것이다. 삶이란 개인과 세상 사이의 지속적 대화라는 점에서 작품에 스며든 개성이나 독창성은 자연스런 가치를 지닌다. 전시회에 출품된 작품들은 삶의 주체로서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그 독자적 표현양식을 위한 노력들이 깃들어 있다. 개별적 존재의 과정들을 보여주는 <삶>전은 순수한 의미에서 삶의 축제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시 출발하는 <삶>전의 시점에서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새로운 천년의 두 번째 10년을 사는 작가의 개성적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는 것의 의미에 대한 질문이다. 학맥과 파벌을 조장하고 유지하기 위한 구태의 목적을 벗어버리고 자유로워진 작금의 상황에서 스스로 <삶>전의 존립 이유에 답하기 위한 질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각자의 견해는 다양하게 주장될 수 있지만 생각해 볼 화두가 있다. 첫째로 ‘관계의 시대에 우리에 대한 사유’가 그것이다. 자유주의로 대변되는 시대적 이념 속에 변질되어버린 약육강식의 ‘관계’와 ‘우리’에 대한 성찰은 우리 시대의 예술가들에게 주어진 화제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인터넷과 SNS 디바이스의 시대를 넘어 인공지능과 생명공학과 나노기술이 지배하는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관계와 우리를 세우는 것이다. 
두 번째로 생각해 볼 것은 관계와 우리에 대한 성찰의 과정에서 주어지는 ‘집단 개성’에 관한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집단 개성이란 21세기를 살아가는 작가들의 삶과 예술에 나타나는 집단적 동질표현의 특성을 말한다. <삶>전은 대학에 기반하고 있지만 삶<전>에 거는 가치는 특정 대학이라는 제도적 울타리를 벗어나 있어야 한다. <삶>전을 통해 세우려는 의미는 지금 여기를 사는 예술가들이 추구하는 세계관이자 그것의 예술적 표상에서 발견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술이 시대의 자식이라는 격언을 인정한다면 집단 개성이란 이 시간과 이 공간에 대응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속성으로 정리될 수 있다. 이러난 시선은 역사적 관점에서 볼 때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모든 것이 언제나 가능한 것이 아니듯이 우리들이 사유하고 표상하는 대상과 방식이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과 장소 따라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그러므로 <삶>전의 회원들은 자신의 삶에 좀 더 진지한 태도를 가져야 될 것이다. 그리고 철저하게 나의 삶은 관계와 우리와의 연기(緣起)속에서 가능한 개념이라는 것을 숙고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태도를 가질 때 나의 예술에 대한 평가는 나 자신의 삶을 넘어 시대의 표상으로 평가될 것이며, 훗날 <삶>전은 오늘의 삶을 전하는 역사의 기록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20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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