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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비엔날레

김영호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비엔날레 



김영호 | 중앙대교수, 미술사가

   코로나 정국으로 비엔날레가 전환점에 서 있다. 몇몇은 변화하는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예정된 일정을 소화해 내었으나 몇몇은 당국의 방역시책을 따르며 내년으로 연기했다. 5회를 맞은 <창원조각비엔날레>는 9월 23일 개막해 46일간 5회 행사의 일정을 마치고 11월 1일 막을 내렸다. 10회를 맞는 <부산비엔날레>도 9월 5일부터 11월 8일까지 65일 동안 열리고 있다. <광주비엔날레>는 내년 2월로,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와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내년 9월로 개최를 각각 연기했다. <대구사진비엔날레> 역시 본전시를 내년으로 미루었다. 2017년 첫 행사를 치룬 후 파행을 겪고 있는 <제주비엔날레>는 2회 행사를 4년 뒤인 내년으로 연기했다 한다.  

   문명사적 전환기로 불리우는 오늘날 비엔날레는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 현재의 조직이나 운영방식으로는 도태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관광산업과 연계하고 지역정체성을 강화하고 도시환경을 개선하는 따위의 의미만으로는 뿌리뽑힌 식물처럼 시간과 더불어 고사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러저러한 문제의식 속에서도 비엔날레가 지속되고 있는 이유는 다음의 두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비엔날레 자체가 지닌 실험적 속성이 주는 활력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비엔날레가 파생하는 사회적 기여도가 아직도 유효하기 때문이다. 

   비엔날레의 실험적 속성이란 동시대의 예술문화를 선도하는 작가와 작품들을 통해 삶의 문제들에 대해 논쟁하고 공유하는 일이다. 문화 실험실로서 비엔날레는 예술이라는 매개를 활용해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이슈들을 파생시킨다. 비엔날레의 이러한 특성들은 소장품 중심의 법령 속에서 움직이는 미술관의 역할과 차이를 보인다. 비엔날레는 현재 이곳을 사는 다양한 삶의 주체들과 소통하며 자신이 서있는 장소와 존재 방식에 대해 성찰하는 것이다.    

   비엔날레가 지닌 사회적 기여도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즉 세계관을 선도하는 역할에서 발견된다. 작금의 우리에게 비엔날레가 필요한 이유는 분열과 대립 그리고 편견과 오만이 곳곳에서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에서 내놓은 통계를 보면 청소년 자살률, 산업재해 사망률, 저출산률, 직업만족도, 교육비 등이 세계 최고이며 타국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다. 지식인들은 이러한 현상을 모더니즘 시대의 ‘야만적 경쟁교육’이 불러온 결과라 진단한다. 국민소득 3만불의 경제 대국으로 올라서고 정치 민주화를 이룩한 기적의 나라지만 노인과 청소년들의 행복지수는 바닥을 치고 있다. 비엔날레는 이러한 역설과 모순의 현실을 거울처럼 비추어 주는 가장 강력한 문화 장치로 존재한다.

   문명사적 전환기로 불리우는 작금의 상황에서 비엔날레는 문화적 대안이다. 비엔날레는 이러한 동시대의 이슈들을 예술로 풀어내는 유일한 대규모 국제미술제인 것이다. <창원조각비엔날레>가 내세운 주제인 ‘비조각-가볍거나 유연하거나’는 물론이고 <부산비엔날레>가 문필가와 음악가들을 초대해 치룬 ‘열 장의 이야기와 다섯 편의 시’는 전에 가보지 않은 길을 보여주었다. 이 두 비엔날레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비엔날레가 가야할 향방을 제시해 주었다는 생각이다. 

1차게재 한라일보, 김영호의 월요논단, 202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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