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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 열리는 현대미술전

김영호



박물관에서 열리는 현대미술전      



김영호 | 중앙대 교수, 한국박물관학회장

  우리나라 뮤지엄 현장에는 몇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 서구와 다른 문화적 환경에서 생겨난 과도기적 특성이라 할까. 그 첫째가 박물관과 미술관을 명백히 구분 지으려는 전문가들의 태도다. 두번째로는 전체 뮤지엄 사업에서 고대와 근대 그리고 현대의 벽을 견고히 구축하려는 전문가들의 시선이다. 문명사적 전환기로 불리우는 작금의 현실에서 반성과 대안이 요구되는 사안들이다. 

  우선 박물관과 미술관을 구분하려는 태도는 1991년에 제정된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의해 고착화 되었다. 이 법제에 의한 편가르기 구조는 곧바로 뮤지엄 정책을 관장하는 정부조직을 이원화시켜 놓았고, 뮤지엄 관련 단체와 조직들을 폭발적으로 증식시키는 원인이 되었다. 정책보고서뿐만 아니라 대학과 현장의 연구논문에서 개념적 혼돈을 야기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30여 차례의 개정작업이 진행되어 왔지만 근본이 달라진 것은 없다. 국내외 지식사회는 관계와 통합의 세기를 지향하고 있는데 다수의 뮤지엄 전문가들은 분리와 독점이라는 구태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 이 때문에 대중들은 박물관과 미술관을 전혀 딴 세상으로 이해하고 있다. 

   두 번째 고대와 근대 그리고 현대라는 시기 구분에 관한 집착에 대해 생각해 보자. 박물관=고대, 미술관=근현대라는 도식 아래 각각의 뮤지엄들은 소장품의 수집에서 연구, 전시, 교육 등의 사업에 폐쇄성을 보이고 있다. 박물관에서 현대미술전을 개최하는 일은 터부시되는 것이 현실이며, 미술관에서 고대 유물을 전시하는 것이 쉽지 않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조직도를 보면 ‘미술부’가 엄연히 존재하지만 고대에서 조선후기까지 미술품을 다루는데 한정되어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20세기 이후에서 오늘에 이르는 작품들을 관리하며 근대와 현대의 독점은 당연한 의무로 여긴다. 그 결과 대중들은 고대유물과 현대미술품이 융합된 유기적 역사관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이러한 관례를 반성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뮤지엄들이 생겨나고 있다. 2019년 6월 서울역 근방에 새로 문을 연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이 하나의 사례다. 서소문 역사공원 지하에 자리잡은 박물관으로 건축의 아름다움과 전시사업의 특이성으로 청년 세대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공간으로 부상했다.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은 한국 최대의 가톨릭 순교성지에 자리잡은 성지박물관이다. 조선후기 이후의 사상사를 정립하는 역사박물관이며, 특정 종교의 경계를 넘어 진리의 보편성을 모색하는 열린박물관으로 소개된다. 무엇보다 박물관과 미술관의 경계를 해체하고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정체성을 세우고 있다. 지금 이곳에서는 <공(空)>이라는 제명의 ‘현대불교미술전’(4.12-6.30)이 열리고 있다. 조선 중기에 제작된 <화엄사영산회괘불>(국보301호)과 13인의 현대미술가들이 제작한 현대미술품 30여점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이 전시가 유의미하게 다가오는 것은 박물관에서 열리는 현대미술전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고대 근대 현대의 시간을 초월해 유기적인 역사관을 가늠할 수 있는 전시라는 점에서 주목되는 것이다.   

1차 출처: 한라일보 2021.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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