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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공립 뮤지엄, 유료화 정책이 필요하다

김영호



국공립 뮤지엄, 유료화 정책이 필요하다



김영호 | 중앙대교수, 한국박물관학회장

바야흐로 뮤지엄 위상이 바뀔 때다. 문화의 품격을 세워야 하는 시대로 접어든 것이 이유다. 경제 성장과 정치 민주화를 이룩한 오늘, 정신의 보고이자 문화 실험실인 뮤지엄의 사회적 기능이 과거의 그것과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뮤지엄 정책은 숫자 늘리기에 치중해 왔다. 1991년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이 새로 제정되면서 설립 규제가 완화되자 매년 60~70개의 뮤지엄들이 전국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뮤지엄 자료 100점과 100제곱미터의 전시실 등을 갖추면 제1종 박물관으로 인정토록 되어 있었다. 26년 동안 30여 차례의 개정작업이 있었지만 기본은 달라진 것이 없다. 2019년 정부는 ‘박물관·미술관 진흥 중장기계획’을 발표해 1,124개인 뮤지엄 수를 2013년까지 186개 더 늘릴 계획을 세웠다. 2020년 현재 뮤지엄 수는 1,164개소다.

우리나라 뮤지엄 정책의 두 번째 특성은 정부 지원금이다. 정부가 진흥 정책으로 뮤지엄의 수를 늘려 놓았으니 운영 지원금은 국가의 몫이었다. 뮤지엄의 양적 팽창에 따라 국공립 뮤지엄은 물론이고, 열악한 상황에 노출된 사립 뮤지엄을 대상으로 예산을 쏟아 부었다. 학예인력에서부터 전시기획, 소장품 정보화, 심지어 수장고 정비에 이르는 지원금이 국가의 몫이다. 그 결과 뮤지엄의 재정자립도는 바닥에 머물고 사립 뮤지엄들은 지원금의 파이를 넓히기 위해 무수한 조직을 탄생시키고 있다. 

우리나라 뮤지엄 정책 특성의 세 번째는 무료화에 있다. 이른바 국공립 뮤지엄을 대상으로 한 정책이다. 뮤지엄 무료화 정책은 지난 2002년 이래 20여년 가까이 진행되어 왔다. 그 취지는 ‘국민의 문화 향유 기회 확대’에 있었다. 증가일로의 사립에는 재정적 지원을 하는 한편 국공립에는 무료화 정책을 수행한 것이다. 무료화 정책은 관람객 증가와 문화 민주화 측면에서 나름의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문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전시의 질 저하와 관람 환경의 악화 그리고 뮤지엄의 사회적 기능 상실이다. 

지난 10월 경기문화재단은 공립 뮤지엄 관람료 유료화 정책을 검토중이라 밝혔다. 2017년 조례 개정을 통해 실시하기 시작한 무료화 정책의 노선을 유료화로 변경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도 이보다 앞선 9월 뮤지엄 유료화를 정책의 근간으로 추진하고 있다. ‘뮤지엄 무료를 원칙’으로 명시한 서울시 조례에 대한 개정안이 시의회에 발의되어 논의 중이다. 두 지방자치단체가 나서면서 뮤지엄 유료화 정책은 대세가 되었다. 

유료화 정책은 지속가능한 뮤지엄을 위한 기본적 대안이다. 인구 대비 국내 최대의 뮤지엄을 확보하고 있는 제주도는 어떤가. 87개소나 되는 도내의 등록 뮤지엄들의 질을 높이고 문화의 격을 지닌 관광 인프라로 거듭나기 위해 뮤지엄 유료화 정책에 대해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


1차 출처 :  한라일보 2021.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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