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작가미술관 설립을 위한 논점들

김영호


작가미술관 설립을 위한 논점들

김영호 | 한국박물관학회 회장 

1. 문화체육관광부의 <2022 전국기반시설총람>에 따르면 우리나라 미술관의 수는 285개이며 이중 작가미술관은 40여개로 집계되고 있다. 작가미술관이란 특정작가의 이름을 사용하는 미술관으로 해당 작가의 작품에 대한 연구와 수집, 보존, 전시, 교육을 통해 작가의 예술세계를 기리고자 하는 목적으로 건립된 미술관으로 정리된다. 일반적으로 작가미술관의 건립은 생존작가 개인이 자신의 작품을 관리하기 위해 사비를 들여 건립하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작가의 사후 유족이 기증한 작품을 기반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조성하고 있다. 

미술관은 ICOM 정관이 명시하고 있듯이 비영리기관인데다 건립에 따른 재정적 부담과 운영상의 전문성과 지속가능성을 고려할 때 사립 작가미술관으로 조성하는데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따른다.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이 규정하고 있는 ‘미술관 자료를 수집, 관리, 보존, 조사, 연구, 전시, 교육하는 시설’로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재정적 여건이나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단을 만들어 운영의 주체로서 역할을 담당하기도 하지만 지속가능성의 측면에서 역시 적지 않은 어려움이 따른다. 공립 작가미술관의 경우에도 공공자금으로 운영되어 기본적인 여건은 마련된다 할 수 있으나 전문인력의 배치나 지속적인 예산배정 등의 기본 여건들을 유지하는데 많은 제약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이유로 지방자치단체는 공립 작가미술관의 설립과 운영을 위한 타당성 조사 연구 용역을 수행하고, 문화체육관광부는 ‘공립미술관 설립 타당성 사전평가’를 통해 설립을 감독하고 있다. (중광미술관의 경우 상·하반기 두 차례 모두 탈락함. 이에 따라 제주도는 지난 2023년 6월 13일 국회위원회관에서 중광 학술세미나를 개최)         

2. 우리나라 미술관 진흥을 위한 제도적 기반은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약칭: 박물관미술관법)이다. 이 법의 기본 취지는 우리나라 박물관 1000개소 건립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것이었다. 주목할 부분은 2023년 6월 20일자로 제2조의2(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가 신설되고 12월 21일자로 시행일을 정한 것이다. 그 내용은 “⓵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박물관 및 미술관의 확충, 지역의 핵심문화시설로서의 지원-육성, 학예사 양성 등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을 위한 시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⓶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제1창에 따른 책무를 다하기 위하여 이에 수반되는 예산상의 조치를 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로 적시되어 있다. 이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장은 법령에 기반하여 박물관의 확충과 지원 육성에 대한 책무를 지니게 되었고 그에 따른 필요한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      

제5조의2(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계획) 항목도 신설되었는데 그 내용은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시행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기본계획에 들어갈 각 호의 사항도 명시해 놓음으로써 국가의 정책에 강한 의지를 담아내고 있다. 제5조의3(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 시행계획 등)을 따로 정해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시행계획과 추진실적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게 제출하고 평가를 받을 것을 명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제5조의4(실태조사)를 신설해 박물관과 미술관의 운영 실태를 조가하고 그 결과를 기본계획 및 시행계획에 반영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상의 개정 결과에서 보듯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에 따른 정부의 의지는 미술관의 지방확산과 그에 따른 현대미술 문화의 대중화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신설 내용은 2014년에 제정된 <지역문화진흥법>에 이미 명시된 내용들로서 지역문화와 지역미술관의 상호 관계에 대한 법률적 규정과 정책의 방향 그리고 단체장의 책무를 총체적으로 명기해 놓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3.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작가미술관을 보면 소장품 확보 방식에 따라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우선 작가나 소장가 또는 재단이 작품(경우에 따라 토지까지)을 기증하여 이루어진 사례로 <환기미술관>, <의재허백련미술관> (이상 사립미술관), <이응로미술관>, <이천시립월전미술관>,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전남도립아산조방원미술관>, <보성군립백민미술관>, <군립청송야송미술관>, <무안군오승우미술관>, <화순군립석봉미술관>, <영암군립하정웅미술관>, <광주광역시남구이강하미술관>, <종로구립박노수미술관>, <성북구립최만린미술관>  (이상 공립미술관)등이 있다. 그리고 작가가 지역과 맺은 연고를 앞세워 건립하고 화상이나 소장자의 기증 등으로 작품을 확보해 간 사례로 제주도 <이중섭미술관>,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 용인 <백남준아트센터>, 안산 <단원미술관>, 서울 강서구 <겸재정선미술관>, 홍성 <고암이응노생가기념관>, 무주 <최북미술관> 등이 있다. 이상의 작가미술관들은 전반적으로 전문인력 확보나 지속적인 작품 수집을 위한 예산 등을 고려할 때 만족할 수준이 되지 못한 실정이다.      

이들 개인작가미술관 중 제주도의 경우만을 뽑아 보면 공립으로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과 <이중섭미술관> 등이 있다. 사립으로는 <왈종미술관>, <김택화미술관>, <유동룡미술관>(이타미준미술관) 등이 있고 신규 공립미술관으로 추진 중이거나 논의 중인 미술관으로 <김택화미술관>, <중광미술관>, <변시지미술관> 등이 있다. 

4. 작가미술관 설립과 운영을 위한 기본 요건

박물관미술관법에 따르면 미술관 건립의 기본을 등록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1종 미술관의 경우 소장품 100점과 학예인력 1인, 일정 규모의 시설로서 전시실과 수장고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등록요건은 말 그대로 최소한의 법정 요건이라 할 수 있으며 다음과 같은 세부 사항들의 질적 측면이 설립과 운영을 위한 필수 항목으로 강조되어야 함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김찬동, 「작가미술관 설립 운영의 기본 요건들」 2023을 참조해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⓵ 작품과 아카이브 자료 : 작가미술관의 위상을 결정하는 요소가 작가의 작품과 작품을 둘러싼 기록물들이다. 소장작품의 질이 미술관의 수준을 결정한다는 차원에서 대표작의 확보가 작가미술관 건립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작가나 유족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을 컬랙션의 기본으로 하되 소장자로부터 작품을 기증 또는 구입해야 한다. 또한 아카이브 자료로서 전시도록, 유인물, 사진, 서한, 기록문건, 신문이나 잡지 기사, 영상자료, 관련 연구논문 등등의 확보 역시 작가미술관의 핵심적 컨텐츠로 수집되어야 한다. 
   
⓶ 전시장과 수장고 등 건물과 시설 : 미술관 건물과 시설은 작품을 담아내는 그릇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고려할 점들이 있다. 건물의 외형이나 내부 전시실 구조가 작가의 작품세계를 반영해야 한다. 한편 ICOM의 규정하고 있는 ‘뉴뮤지엄 정의’에 부응하는 요소들로서 지역 공동체의 문화적 향수권과 관람객을 위한 편의 시설 그리고 즐거움의 공간으로서 기능을 살릴 수 있는 전시공간의 구성에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⓷ 전문인력 확충 : 작가미술관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미술관들이 지닌 난점이 바로 전문인력의 확충이다. 관련법이 정한 최소한의 인력으로서 학예사 1인만으로는 정상적인 미술관 운영이 어렵다. 학예사 외에 작품과 자료를 담당하는 전문인력으로서 아키비스트의 필요성이 날로 더해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등록 사립미술관의 전문인력은 대부분 정부의 지원사업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공립미술관의 경우에는 미술관의 성격에 부합하는 전문 학예인력으로 전시기획과 자료 그리고 교육을 담당하는 큐레이터와 아키비스트와 에듀케이터는 기본으로 채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절차를 마련해야 하는 일이 과제로 남아 있다.    
  
⓸ 운영비 등 지속적인 재정 확충 : 미술관 재정은 운영비 외에도 전시사업비 소장품 구입비 등의 경비가 주를 이룬다. 미술관 경영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미술관 건립에 소요되는 비용뿐만 아니라 건립 후에 지속적으로 투입되어야 할 예산에 대한 설계가 필수적으로 선결되어야 한다. 미술관의 힘은 소장품에서 나오고 소장품의 질은 곧 미술관의 위상을 가늠하는 기본요인이라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설립당시 소장품을 장기적으로 전시하는 상설전시실 작품 외에도 신소장품전, 기획전 등의 살아있는 미술관의 위상을 세우기 위해 지속적인 소장품 확보를 위한 재정 계획이 요구된다.  

⓹ 건립추진단 운영 : 공립미술관의 건립 과정은 전문가들로 구성된 추진단 조직을 통해 진행되는 것이 관례다. 그런데 최근의 상황을 보면 일반 행정공무원들이 건립과정을 주도하고 개관에 임박해 관장이나 학예직을 뽑는 경우가 허다하다. 건립 초기부터 학예실장 급의 전문인력을 선발하고 추진단을 구성해 각각의 절차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한다면 시행착오를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관장은 미술관의 성격과 수준을 결정하는 중요 인물이며 그의 전문성과 국내외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미술관의 내실과 외연을 넓힐 수 있는 전문가로 1년전에 선발해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5. 기타 작가미술관 건립을 위한 고려사항으로 작가와 관련한 것들을 검토해야 할 것들이 있다. 우선 작가의 국내 인지도, 저작권 포함 작품 기증의 가능성, 완전한 형태의 공적 운영 가능성, 도민 공동체의 만족도, 지역 관광자원으로서의 위상 등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중앙정부의 정책 기조와의 일치와 문화분권과 문화자치를 위한 발판에 일조하는 작가인지에 대해서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작가미술관이 지역 문화예술의 정체성과 특성화를 강화시킬 수 있는지를 따져보는 일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1차 게재 김택화미술관 학술세미나 발제 2023.9.5.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