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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나는 앤디워홀을 너무 빨리 팔았다]

박영택

『나는 앤디워홀을 너무 빨리 팔았다
리처드 폴스키 지음, 배은영 옮김, 아트북스, 2012 

일반인들에게 미술에 대한 관심이란 기껏해야 작고 작가나 세계 유명 작가의 작품이 얼마에 팔렸는가 혹은 옥션에서 최고가를 갱신한 작품이 무엇인지가 또는 미술품 로비나 위작사건에 결부된 소식 등이 전부다. 그것이 언론이 주목하는 미술계의 거의 전부다. 그것은 미술계 자체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 오늘날 미술이 어떻게 형성되어 가는지, 좋은 작품이 어떤 것이며 그 이유가 무엇인지 등에 대한 논의는 거의 부재하다. 그래서 미술은 무슨 외계인의 소식처럼 다루어진다. 그로인해 이상한 불신을 조장하거나 미술 자체를 신화화 하는 한편 여전히 미지의 것으로 만들어 버리며 심지어 왜곡시킨다. 기껏해야 경제적 관심 아래서만 취급하기도 한다. 얼마전 세라 손튼의 『미술계에서의 7일간』(한국에서는 『걸작의 뒷모습』이란 제목으로 번역되었다) 이란 책이 출간되었는데 이 책은 사회학의 현지 조사 방식의 기초해 오늘날 미술계를 주도하는 옥션, 아카데미, 아트 페어, 미술상, 미술잡지, 작가 스튜디오, 비엔날레를 탐사한 책이다. 사실 일반인들은 작품들이 어떻게 유통되는지 그리고 비평적으로 어떻게 가치를 인정받고 사람들에게 노출되는지, 어떻게 마케팅 되고, 판매되고, 컬렉션 되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그러니까 미술계가 어떤 것인지 전혀 가늠할 수 없다. 그럼에도 미술시장에 대한 관심은 높고 미술작품이 투자가치가 된다는 사실에 흥분하고 있다. 나 역시 이러저런 강의에 나가서 일반인들에게 혹은 컬렉터들에게 집중적으로 받는 질문이 하나는 어떤 작품이 가치가 있으며 어떤 것을 사야 좋을지 혹은 어떻게 좋은 작품을 구분해 내느냐 하는 것이다. 사실 그것은 정답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술사에 대한 풍부한 지식, 수많은 작품을 본 경험, 뛰어난 안목, 성실한 자료수집 그리고 타고난 감각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손튼의 책은 그런 면에서 도움이 된다. 최근 출간된 리처드 풀스키의 『나는 앤디워홀을 너무 빨리 팔았다』는 한 미술전문상이 작품을 사고파는 일련의 과정을 흥미롭게 기술한 책인데 이 역시 당대 미술시장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미술계가 미술시장이 되었던 2004년부터 2007년까지의 뜨거운 상황을 적은 이 흥미진진한 기록은 뉴욕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세계 미술 시장의 내막과 작가와 화상, 컬렉터와 옥션의 관계를 그야말로 흥미진진하게 '백퍼센트 리얼'로 써내려 가고 있다. 베테랑이지만 자본이 없는 미술상으로서의 고군분투도 재미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반드시 폴스키의 이전 책인 『앤디워홀 손안에 넣기』 (마음산책, 2006)를 읽어야 한다. 미치도록 갖고 싶었던 앤디워홀의 깜짝가발을 구매하기까지의 긴 여정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으며 숨겨져 있던 미술시장과 미술계의 거물들의 뒷모습을 과감하게 들어내고 있는 그 책의 후속이 바로 이 『나는 앤디워홀을 너무 빨리 팔았다』이다. 그러니까 워홀의 작품 한 점을 어렵게 구해 형편이 어려워 내다 판 후 이내 그 작품이 엄청난 가격으로 올랐다는 ‘비극적인’ 경험담을 쓴 책이다. 그러한 개인적인 경험담보다도 미술상으로서 컬렉터들에게 해주는 말, 미술계를 보는 통찰 등이 의미있게 다가왔다. 그는 “중요한 미술품을 수집하는 일은 정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우선 스스로 공부를 해야 하는데 그 말은 방대한 독서 그리고 갤러리들과의 관계 형성 또 각 미술가들의 최고 작품을 보기위한 미술관 방문 등을 의미한다”고 적고 있다. 아울러 위대한 그림은 사람의 정신세계를 움직이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고 하면서 부디 한 작가의 정형의 작품을 고를 것을 권유한다. 오늘날 미술계는 옥션이 지배하고 있고 경매와 갤러리의 관계는 모호해 졌다. 이는 우리의 경우도 동일하다. 따라서 이 책은 오늘날 미술시장을 파악하는데 더없이 도움이 되며 미술작품을 감상하고 구입하는 문화적 행위가 무엇인지를 좀 성찰할 필요성을 부추킨다. 오늘날 한국에도 수많은 컬렉터들이 미술품을 수집하고 감상하며 일반인들 역시 미술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미술계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부재하며 자신의 안목으로 공부하고 경험하고 진정으로 자신을 사로잡는 매혹적인 작품을 즐기는 한편 이를 공들여 수집하는 '문화'는 거의 없다. 오로지 화상이나 남의 입술에 기대어 맹목적인 투자가치로 사들이거나 어떠한 기준도 없이 마구잡이고 사들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러니 그런 분들은 부디 이 책을 통해 미술 작품을 수집하는 일이란 무엇이며 어떠한 과정이 요구되는지를 공부했으면 한다. 그리고 동시대 미술계의 메커니즘도 아울러 헤아릴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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