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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볼리라디오

박영택

오래 전에 강남 현대백화점에서 이 티볼리라디오를 샀다. 어느 날 한 작가의 작업실에서 그 예쁜 라디오를 본 것이다. 그 후 내 책상위에는 항상 티볼리라디오가 놓여있다. 나는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 일이 아니면 대부분 라디오를 켜고 일을 한다. 도록을 보거나 자료를 정리할 때 또는 스캔 받은 이미지들을 분류하는 지루한 작업을 할 때 말이다. 주로 뉴스를 듣고 음악프로를 듣는다. 음악만을 들을 때는 진공관오디오를 이용한다. 클래식이나 재즈, 국악을 주로 듣는데 그 음악을 들을 때는 전적으로 음악만 들어야 한다. 다른 일과 병행하기는 쉽지 않다. 하루의 상당 시간을 함께 하는 이 라디오에는 티볼리오디오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그만큼 오디오를 작게 축소시키고 내부적으로는 음량과 튜닝에 힘을 실었다는 얘기다. 티볼리라디오는 고가 스피커처럼 원목을 깍아 만들었기 때문에 뛰어난 음색을 맛볼 수 있고 시간이 지날 수록 잘 길들어져 더 좋은 소리를 낸다고 알려져 있다. 작은 명품의 어쿠스틱 스피커를 통해 전해지는 소리가 좋다. 무엇보다도 따뜻하고 풍부하며 저음까지도 소화하는 넓은 음역을 자랑하는 고급스러운 라디오다. 그러나 나에게 이 티볼리라디오는 무엇보다도 그 디자인과 색채에서 더없이 매력적이다. 더구나 성능까지 탁월하니 금상첨화다. 그래서 모노라디오임에도 불구하고 오디오라고 불리는 것이다. 작고 아담한 원목의 상자로 이루어진 이 라디오는 기본에 충실하며 디자인 역시 세련되며 군더더기가 없다. 짙은 초록색의 앞면에는 수신 모드, 볼륨조절, 채널 선택 다이얼의 세 개의 버튼만이 단촐하게 달려있다. 무엇보다도 볼륨과 튜닝 핸들링이 너무도 부드럽다. 접촉면이 둥글게 마무리되어서 더욱 그런 느낌이 더욱 고조된다. 그렇게 좋은 착용감을 맛보기는 어렵다. 그 다이얼을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잡고 천천히 돌리며 채널을 맞추고 있노라면 공연히 기분이 좋아진다. 마치 금고의 다이얼을 맞추는 것도 같다. 그렇게 천천히 다이얼을 돌리면서 듣고 싶은 주파수를 찾아 맞추는 시간과 과정이 어쩐지 낭만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비록 그 시간이 아무것도 아닐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이 고독한 방에서 구원 같은 소리 하나를 절박하게 찾아나가는 여정 같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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