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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 / 일상의 만화경을 그리다

박영택

자신의 삶에서 유래한 모든 고민을 시각적으로 해명하는 것이 미술일 수 있다. 구체적인 사회적 삶 속에서 살아가는 화가 또한 일상을 살면서 겪어나가는 일들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이기에 작품의 주제를 자연스레 그 매일 같이 치러내는, 실감나는 삶 안에서 길어 올릴 수 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모든 작가의 그림은 결국 광의의 차원에서 살펴보면, 자기 삶의 반경에서 나오기에 그 구분을 정확히 가늠하기가 쉽지는 않다. 어느 것은 삶에서 나오고 또 어느 것은 삶과 무관하다고 단정 지어 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여간 작가의 작업이란 필경 그의 삶에서 파생된다. 그런데 문제는 작가가 파악하고 관찰하는 삶이 과연 어떤 것이냐 하는 것이다. 




rumor, 한지에 먹과 아크릴채색, 366x200cm, 2016 


삶은 나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타인은 나의 삶에 있어서 본질적이고 결정적인 존재다. 그런데 문제는 그가 말 그대로 '타인'이란 점이다. 나는 그에 대해 아는 게 없다.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 나와 동일한 욕망의 소유자이면서 동시에 너무도 다른 이가 바로 타자다. 그 불가해한 타자와 공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또한 삶이다. 따라서 나의 관점만으로 삶을, 타자를 바라보고 이해하기란 무척 어렵다, 더불어 삶은 특정한 시공간의 소산이다. 그리고 현실은 무수한 이야기, 이데올로기(신화, 문화)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니 우리는 이 현실을 이루는 특정한 이야기 속에서 삶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파악하며 산다. 따라서 삶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어렵다. 하여간 우리는 그 안에서 나고, 살고, 죽는다. 무엇보다도 동시대 한국 사회는 경쟁과 생존이 기본 모티프가 된 시대로서 살아남거나 생존하기위해서는 스스로를 경영하고 관리하고 상품화해야 하는 체제이다. 따라서 한국 사회의 모든 것은 이른바 자본주의적 서사 속에 깊숙이 포섭되어 있다. 그것이 현실의 감각을 규정한다. 그로부터 자유로운 존재는 없다. 그로인해 모든 주체는 항상적 불안감에 시달린다.




Smack, 한지에 먹과 아크릴, 122x122cm, 2016


김원은 그러한 서사를 받아들이며 살아야 하는 동시대 한국 사회의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다소 우울하게 관찰하고 있다. 그 특정한 현실의 감각에 대한 자신의 다소 막연한 감정, 그러나 비교적 선명한 분노를 형상화하고자 했다. 우선 작가는 자신의 삶의 반경 안에서 관찰한 사람들의 만화경을 드로잉으로 담았다. 생각거리를 안겨준 것들을 신속하게 채집했다. 술집과 노래방, 길거리 등에서 흔하게 접하는 온갖 모습들이다. 술을 마시고 취해있는 이들이자 노래 부르는 이, 키스를 하거나 엉켜있는 남녀, 절하는 사람, 담배를 피우며 사슴의 뿔 같은 커다란 연기(가슴 속 울분의 토로이자 내면의 분출이며 동시에 개별 존재들의 심정을 가시화하는 장치로도 보인다)를 내뿜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이다. 특정한 상황 속에서 강요된 행동, 혹은 각박한 생존경쟁 안에서의 처신 및 동시대의 풍속을 연상시키는 여러 풍경이다. 교미 하는 개, 그리고 쥐나 고양이 등도 등장한다. 동물의 교미는 동시대 성 풍속에 대한 은유의 성격이 짙다. 특정 장소는 부재하고 오로지 행위 하는 사람들의 윤곽만이 절취되어 단호한 색면 위에 올라와 있다. 이 고립감은 그들의 동작과 행동을 보편적인 패턴으로 시각화하고 그것을 뒤섞어 재배열함으로써 자신의 현실감각에 대한 인식의 지도화를 시도한다. 그는 낱장의 드로잉을 통해 수집한 개인들이 행동 양식을 모아 풍경을 그려나가면서 자신이 감각화 한 이 한국사회와 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그러니 그의 그림은 모종의 문장과도 같다.




Circle, 한지에 먹과 아크릴, 122x122cm, 2016


작가는 자기 시대의 풍속화를 경쾌하고 활달한 드로잉으로 표현하고 있다. 나로서는 그 선이 지닌 힘이 돋보였다. 선과 검은 색의 과잉, 그리고 형태파악이나 조형에서의 안배가 아쉬운 것도 있지만 어느 선들은 예기치 못한 매력으로 반짝였다. 작가는 자신의 시대를 일정한 거리에서 조응하면서, 관찰하면서 그 모습을 다시 재현하고 있다. 천태만상의 사회상이 어지러이 흩어져있다. 수많은 사람들과 얽혀 살아가야 하는 이 사회에서 개별존재들은 타인과의 관계성을 예민하게 도모해야 한다. 다양한 페르소나를 지녀야 하며 작가말대로 '원활한 대인관계와 공동체 의식 등 여러 시선들로 인해 자신을 포장하고 날카로운 발톱을 바짝 움츠려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 작가는 가혹한 자본주의이데올로기에 의해 강요된 체제 아래에서 희, 노, 애, 락, 애, 욕, 칠, 정의 여러 감정을 지닌 체 자신을 관리하고 살아가야 하는 동시대 한국인들의 보편적인 모습을 관찰하고 그 모습에 대한 일련의 복합적인 감정과 반성적인 시선을 표현적이면서도 자유분방한 선의 활달한 맛 그리고 검은 색의 깊음에 의탁하고자 한 것이다. 


■ 박영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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