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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미술 정책 공약에 대한 화랑들의 요구

박영택

 문재인 정부의 미술 정책 공약에 대한 화랑들의 요구

 


얼마 전 한국화랑협회와 한국미술협회가 문재인 정부에 바란다-미술인 창작환경 개선과 글로벌 마켓 도약을 위한 정책제안이라는 제목 하에 정책세미나를 열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각 분야에서 다양한 요구들이 있게 마련이고 이런 정책 제안 역시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의 문화예술분야의 주요 정책 기조는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 문화예술기관의 독립성과 개인 예술 활동에 있어 표현의 자유, 문예진흥기금의 안정적 재원확보, 분권적 지역 문화진흥체계 구축, 예술인 실업급여제도, 문화체육관광 지출비 세액공제 등 법제도 개선, 지역문화재생사업, 창작·주거인프라조성 등이다. 특히 예술인의 복지강화에 주목하고 있고 그런 차원에서 예술인의 정신적, 경제적, 사회적 권리보장의 제도적 권리보장의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번 세미나를 주도한 화랑협회 측은 이러한 문재인 정부의 문화정책에서 미술 분야로 국한하자면, 시장활성화의 해법과 이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책이 없다는 것에 대한 불만이 깔려있다는 인상이다


본질적인 문화예술의 진흥방안이나 예술영역을 통한 경제적 부가가치의 확대, 시장활성화와 같은 신자유주의적 시장 논리가 부각되고 있지 않다고 보는 듯 하다. 나아가 과거 정부가 추진하던 문화융성이나 창조경제라는 용어조차 지워졌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이들도 있다. 그래서 국가지원정책을 통해 미술시장을 강화하는 정책과 글로벌시대에 부흥하는 미술시장 활성화를 위해 특별법 차원의 획기적 정책개발이 필요하다고도 말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문화융성이니 창조경제니, 혹은 글로벌 시대나 세계화 등의 수사가 너무 모호하고 하나마나한 소리처럼 들릴 때가 있다. 다들 그런 레토릭에 휘둘리고 휘청거린다. 수사가 많은 사회는 아마추어사회다. 하여간 이 세미나의 핵심적인 내용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미술시장에 도움을 주는 정책을 만들어달라는 요구로 받아들여진다. 간단히 말해 화랑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화랑주들은 화랑의 유통행위는 순수예술창작물을 다룬다는 점에서 전시기능과 작가에 대한 후원이라는 공적 역할을 수행하기에 중요한 의미를 지니며 아울러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한국작가와 한국미술을 만들어내는 한편 한국미술시장의 건강한 발전과 안정화를 추구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곳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일을 담당하는 것이기에 당연히 보호받아야 하는 곳이지 단지 이윤을 극대화하는 장사꾼으로 바라보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현재 한국 화단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은 대략 십만 명 이상인데 그중 화랑을 통해 전시되는 작가, 이른바 시장에 노출되는 작가들이 약 만 오천 명 정도로 추정된다


그런데 이중에서 김환기, 박서보, 정상화, 이우환 등이 전체 판매액의 약 63%를 차지하고 있다. 지독한 편중현상이 아닐 수 없다. <군함도>의 스크린 독과점 논란은 욕을 먹어도 이런 현상은 당연시된다. 대부분의 화랑들이 돈이 되는 이 작가들의 그림만을 들고 나간다는 얘기다. 그래서 화랑들이 다양한 작가들을 선별해 전속작가로 삼아 시장에 선보일 테니 이에 대해 정부의 지원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국립현대미술관의 작품 구입비를 현재의 40~50억원 수준에서 150~200억 수준으로 대폭 확대하고, 시립미술관이 있는 지자체의 구입비도 100억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되어야 하고 또한 미술은행의 작품 당 구입액도 상향조정되어야 하며, 미술관 가격 대신 시장가격에 입각한 작품구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요구한다. 그리고 화랑의 전속 작가들이 해외화랑이나 미술관에서 전시를 지원하고 국제적인 아트페어에 출품해도 과감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고도 한다. 그리고 이윤추구행위제라는 명목으로 인해 배제되고 있는 각종 심의 및 자문 등에 화랑 참여를 보장해달라고도 한다. 아울러 현금영수증 의무발행 및 소득세법 시행령을 폐기 혹은 십년 정도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술품 거래 면세 제도를 실시하는 것이 미술시장을 성공시키는 가장 큰 요인이라는 것이다. 결국 이번 세미나의 핵심은 화랑에 대한 지원을 단순히 개인 사업자 지원이 아닌 가장 효율적인 미술 후원 정책으로 보아야 하고 여기에 중점을 두어 미술문화정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인 셈이다


분명 타당한 부분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화랑들이 그 오랜 시간동안 작가와 미술계에 대한 재투자는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오로지 인기작가의 경쟁적인 독점, 과도한 영리 추구만을 일삼아온 것이 사실인데 이에 대한 반성과 개선점은 별반 눈에 띄지 않는 상태에서 온갖 지원만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 이기적인 발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 박영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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