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는 자신의 가족을 소재로 한 합성사진을 선보인다. 이 연출된 사진은 기존에 촬영한 결혼사진, 가족사진을 이리저리 조합해서 자신만의 묘한 풍경으로 만들어놓은 것이다. 사진은 이렇게 자의적인 변형과 낯선 결합과 만남을 통해 놀라운 장면을 안긴다. 그것은 상상되어진 풍경이자 동시에 내면에 자리한 무의식적인 욕망의 발화이자 개인적인 내밀한 이야기의 충동 속에서 풀려나왔을 것이다.
“남들에 비해 한참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한 나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발생한 수많은 경험들을 틈틈이 사진으로 찍은 후 그 사진들 속에 담긴 나의 가족들을 인공적으로 조성된 가상공간 속으로 불러들여 <패밀리 랜드>를 만들었다.”(작가노트)
그가 만든 ‘패밀리랜드’는 사실이자 허구이고 의식이자 무의식의 자리에 놓인 것들이고 말해지는 것과 말해질 수 없는 것 사이에 놓여있는 풍경이다. 화려한 컬러사진 속의 가족구성원들은 여러 사물들 사이에 위치해있다. 그 각각의 사물들은 은유적인 상징물로서 잠재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뱀과 원숭이는 이 부부의 띠이며 교접하는 캥거루는 결혼(제도적으로 용인된 둘의 성관계)을, 브로콜리는 부풀어오르는 상념이나 추억, 혹은 꿈일 수도 있고 빈번하게 등장하는 푸른 숲과 잔디는 가족구성원이 꿈꾸는 낭만적이고 오붓한 이상형을 암시한다. 아울러 가족이라는 집단 역시 숲과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재생과 퇴화,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공간이라는 생각에 숲이 자주 등장한다.

흔히 가족은 출생을 통해 이어지는 혈연관계,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 그리고 가사를 돌보고 가족을 배려하는 아내라는 성 역할과 더불어 생물학적 분업을 기초로 하는 자연적인 단위로 이해된다. 가족은 남녀의 결혼으로 이루어지만 아이의 탄생으로 결정된다. 그래서 가족의 우선적인 기능은 자식의 생산과 교육이다. 아이의 탄생이 진정한 의미에서 가족의 탄생이 되는 것이다. 또한 가족은 사회나 체제를 이루는 기본 단위일 것이며 각 개인에게 있어서는 일상생활을 매개하는 가장 중요한 고리이자 자기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공간이다. 그러나 자연과 본능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되는 가족조차 역사와 사회에 의해 변화하는 것이 사실이다. 가족 역시 사회와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구성되는 역사적 형성물이다. 가족 집단은 공간과 시대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존재해왔고 지속적으로 변화를 거듭해왔다. 오늘날 가족은 만들 수도 있지만 동시에 해체될 수 도 있는 불안정한 것이 되어버렸다. 전과 달리 가족은 이제 더 이상 결정적인 제도가 되고 못하고 있으며 회의와 의심의 대상, 나아가 부정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대다수는 가족을 신기루처럼 떠올리고 유토피아와 행복의 보금자리로 상상하고자 한다. 그렇게 결혼은 반복되고 가족은 만들어지며 흩어지기를 반복한다. 그러나 과연 결혼과 가족은 이상적인 제도이며 행복을 보장해주는가?

만두가 보여주는 <패밀리 랜드> 속의 가족은 행복하고 평화로우며 정겨운 모습을 하고 있어 보인다. 그러나 가족이란 제도와 집이란 공간은 늘 행복을 담보해주는 곳은 결코 아니다. 가족은 가족끼리 상처를 주고 결국 가족에 의해 버림받는다. 갈등과 상처, 모든 트라우마의 근원으로 자리한다. 만두는 결혼과 동시에 가정을 이루고 가족관계, 친인척간의 관계가 만들어지면서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 갈등에 대해 얘기한다. 작가는 “행복과 위안, 갈등과 충돌의 소지가 늘상 부대끼면서도 여전히 유효한 가족공동체의 모순적이며 불안정한 모습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만두의 연출된, 콜라주된 사진은 가족구성원의 인물사진과 풍경과 사물 사진으로 얽혀서 모종의 문장을 만든다. 각각의 사물들은 단어처럼 흩어져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것은 현실계의 풍경이면서 동시에 낯설고 희한한 장면이자 상상과 꿈의 세계이기도 하다. 현실과 비현실이 뒤얽히고 가상과 실제가 이어지면서 가족구성원들의 행복한 삶과 그 안에 서식하는 갈등과 마찰의 그림자, 그리고 부부만이 아닌 여러 친척들과의 관계에서 파생하는 문제들을 암시한다. 작가는 “패밀리랜드를 통해 행복에 대한 염원은 여전하지만 원형이 변질되어 버린 이 시대의 역설적인 가족 풍경을 그려내고 싶었다”고 말한다.

사실 인간은 본질적으로 가족적인 존재이다. 인간들은 가족 제도에서 기원한 억압에 괴로워하면서도 인간들의 총체적인 삶, 달리 말해 문명을 유지하기 위하여 가족 관계와 제도를 형성해가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분명 가족 안에서 산다는 것이다. 여전히 가족은 인간 삶의 근원적인 구조이다. 그러나 오늘날 가족이라는 범주 혹은 주제는 일종의 질환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전통적인 가족주의는 보존하지 못하면서, 한편으로는 새로운 가족 형태로 정립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재 우리의 실정이다. 사회와 개인이 개별화되면서, 개인들은 각박한 사회 현실로부터 자신을 구원해 줄 안식처로서의 가족을 기대하게 되고, 더 긴밀하고 친밀한 관계로서의 가족을 원한다. 다만 이러한 결속 관계는 과거와 같이 무조건적인 의무감으로 유지되지 않으며, 영속성을 보장해주지도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바로 이 지점에서 가족에 대한 ‘인식’이 뒤따른다. 만두의 작업은 기존 가족제도에 대한 상투적인 언급이나 가족에 대한 새로운 대안 등을 쉽게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작업은 한국 사회에서의 가족에 대한 관례화된 이데올로기의 표상화를 거부하고 자신의 가족관계를 솔직하게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겪는 양가적 감정에 충실하게 반응하면서 자신의 가족제도를 일정한 거리에서 조망하는 시선을 보여준다. 바로 그 지점에서 우리는 새삼 우리 가족구성원에 대해, 가족제도에 대해 풍부한 상념에 잠겨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