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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꽃이 있는 정원’전 / 김환기의 달항아리와 매화그림

박영택

 조선시대 선비들은 매화를 유독 사랑했다. 유교적 이념을 신봉했던 그들에게 매화란 특정 식물이기 이전에 군자의 덕목을 표상하는 존재였기에 이를 늘상 가까이 했던 것이다. 완상하고 즐겨 그리는가 하면 그 도상을 일상 곳곳에 수놓았다. 근대에 들어와 유교적 이념은 망실되고 당연히 사군자 또한 쇠락의 길을 걸었지만 여전히 한국 현대미술 속에 즐겨 환생하고 있다. 환기미술관락의 에서 열리는 ‘매화꽃이 있는 정원’전(환기미술관, 7.13-9.16)은 수화 김환기의 매화 그림과 함께 조선시대 매화도, 그리고 동시대 젊은 작가들의 매화 그림까지 아우르고 있다. 나로서는 옛 그림 속의 매화와 김환기의 그림이 단연 좋았다. 알다시피 수화는 문인화의 전통을 서양화 양식 속에 되살리고자 했던 이다. 그는 일제 시대부터 우리 고미술에 심취했고 이후 해방을 거쳐 미국으로 건너가기 전까지 지속해서 백자와 매화를 즐겨 그린 이다. 가장 한국적인 대상들을 찾아내어 자기의 예술세계로 정착시켜나가고자 했던 그는 조선시대 그림과 글씨, 도자기와 목공예를 수집, 완상했고 이후 자연스레 작품에 백자나 목기와 같은 구체적 소재를 다루었다. 특히 백자의 흐름에서 아름다움의 극치를 발견했으며, 그러한 아름다움을 통해 우리 고유한 미의 원형을 탐구했다. 그  ‘비어 있으면서도 동시에 꽉 차 있는 이 불가사의한 형태’에서 한국의 전통미가 지향한 어느 완숙의 경지를 홀연 목격한 것이다. 그러니까 그에게 있어 궁극적인 미의 양식은 조선조 백자와 목기와 같은 우리의 문화유산 속에서 다시금 찾아진 것이었다. 조선 백자의 자연스러운 미감, 무기교적인 미가 궁극적으로 한국적인 미의 특성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그 백자와 함께 매화도 빈번하게 등장했다. 매화는 으스름한 밤의 달빛 아래 보는 것이 제격이라 달과 함께 등장한다. 그래서 수화는 선비들이 그토록 사랑했던 달항아리와 매화를 함께 그렸다. 단순하게 도상화 하고 간결하게 추려낸 형태, 환한 백색과 투명한 블루 톤이 두툼하게 깔린 화면에는 터질 듯한 백자의 포름과 아담한 매화가 팝콘처럼 피어있는 풍경이 무척이나 서정적으로 그려져 있다. 무엇보다도 그는 옛선비들이 운치 있고 격조 있는 삶, 자연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눈, 그리하여 자연을 동경하고 그를 무한히 닮고자 한 생의 욕망을 깨닫고 그 정신을, 숨결을 화면 안으로 호명하고자 했다. 그림이란 결국 작가 자신의 감각을 구현하는 일이다. 이때 감각은 결국 그의 세계관, 존재관으로 수렴된다. 미술은 그것 없이는 단 한줌의 성과도 이룰 수 없는 일이다. 동시대 미술이 전적으로 결여하고 있는 바로 그 부분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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