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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안나 / 전쟁과 여성, 바니타스 정물화

박영택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그리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는 전쟁의 불안과 공포, 비극에서 자유로운 적이 없었다. 현재 남한은 종전이 아니라 휴전상태다. 그러니 잠시 전쟁이 그친, 상당히 불안정한 상황인 것이다. 남북한의 이 긴장감 높은 정치적 불안정은 휴전 이후 현재까지 한시도 잦아든 적이 없다. 따라서 냉전과 분단, 반공이데올로기에 의해 우리들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전쟁 발발의 두려움과 그로인한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전쟁이 남긴 상흔, 그 트라우마가 여전히 현실을 강력히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분단으로 인한 현재진형형의 공포가 현실을 규제하는 힘으로 작동하고 있다. 그것이 우리들을 끊임없이 단속하고 길들이면서 보수화시키거나 순응적인 존재로 만든다.  결국 남북한 위정자들은 이 공포를 적절히 건드리고 촉발시키면서 체제를 단속하기도 한다.
 분단과 대치, 그로인한 공포와 불안이 지속되는 우리의 경우와 함께 세계 곳곳에서는 전쟁, 테러, 내전과 학살 등이 줄을 잇고 있다. 그러한 폭력 속에서 우선적으로 희생되는 존재는  여자와 아이들이다. 임한나는 사진을 통해 전쟁, 폭력의 문제에 대해 서술해온 이다. 작가의 작업은 이미지의 병치와 겹침을 통해 일종의 스크린위로 투사되는 영상적 이미지와 같은 것을 환영적으로 안긴다. 이 연출사진은 특정 오브제와 사진이미지의 통합으로 인해 이루어지며 그 개별적인 이미지들은 각기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체 서로 연루되면서 모종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전경에는 독일병정의 프라모델이 각기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고 그 뒤로 탐스러운 꽃과 가면, 거울, 하이힐 등이 자리하고 있다. 독일병정 형상의 프라모델은 전쟁, 폭력, 비인간성, 반생명, 가부장제와 기계적인 군사문화를 뜻하며 꽃, 가면, 거울, 하이힐은 그와는 정반대의 속성을 지닌 여성성을 간직하고 있는 도상인 셈이다. 이 상징들의 인공적인 미장센은 바니타스 정물화를 연상시킨다. 17세기 즈음에 서구에서 등장한 바니타스 정물화는 이전의 종교적 교훈보다는 삶의 소중함과 무의미함을 동시에 전해주는, 삶에 대한 성찰의 결과물이다. 삶과 죽음을 병치시켜서 죽음의 확실성과 유한한 삶의 허망함을 지시하는 바니타스 정물화는 이질적인 도상들을 대비시켜 연출하는데 임한나의 사진작업 역시 그와 유사하다. 몽환적이고 부드러운 색채로 물든 배경에 흰색의 독일병정 프라모델이 놓여있고 그 뒤로 부드러운 깃털, 가면, 꽃, 하이힐이 다분히 선정적이고 매혹적으로 자리하면서 그 이질적인 두 세계를 낯설게 조우시킨다. 그 장면은 마치 꿈속의 경관 같기도 하고 현실계가 아닌 듯도 하다. 오브제의 재배치를 통해 이룬 초현실적인 이 연출사진은 현대판 바니타스 정물화로서 모순적인 오늘날의 세계상을 반성적으로 대면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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