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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택 / 자연에서 보내는 일상

박영택

 깊은 산 속에 작은 집이 엎드려 있다. 방문을 열고 사내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 집으로 행해 난 좁은 길로 부인인 듯한 사람이 양손에 작은 보퉁이를 들고 찾아오고 있는 그림이다. 어딘서가 많이 본 도상이다. 다름아닌 인물산수화에서 흔하게 접한 이미지다. 옛선비들은 원림을 조성하거나 경치 좋은 곳에 집이나 정자를 지어 그 자연을 삶의 공간으로 적극 끌어들였다. 산수화를 채우고 있는 그림들이 바로 그러한 이상적인 공간의 가설화다. 선비들은 탈속적인 정신세계를 체현할 수 있는 은일태도를 강조했는데 자신들의 그 같은 생활태도를 견지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자연이었고 산수화 속 공간이었다. 그 안에서 선비는 자연을 관조하고 깨닫고 즐겼던 것이다. 자연을 대면하면서 자연의 순환과 이치를 깨닫고 자연의 덕목을 내재화하고 있는 중이다. 자연은 선비들이 공부하고 깨닫는 곳이자 심신을 수양하는 장소였다. 자연 앞에서 인간은 결과적으로 투명한 외로움과 목숨 가진 유한한 존재들이 피할 수 없는 본질적인 서글픔 같은 것을 만난다. 거대한 영원 앞에서 찰나적인 생을 살다 소멸될 운명에 처한 이가 그에 순응하고 투항하며 지극한 행복의 한 순간을 기념하고자 한다. 자연으로 회귀할 인간의 운명과 지금 여기에 살아있음을 새삼 깨닫는 일이기도 하다. 고향인 춘천의 소양강변에서 그림에 전념하고 있는 이광택(희수갤러리, 5.30-7.3)이 보내온 작은 그림들을 보면서 새삼 산수화 속의 그 인물이 연상되었다. 작가의 일상이 손에 잡힐 듯 하다. 그는 깊은 산 속에 아주 작은 집을 짓고 그 안에서 고요히 앉아 자연을 바라보며 작업에 열중이다. 더러 독서를 하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이 그의 소박한 일상이다. 한가하고 고요한 생이다. 동시대 현대미술이 보여주는 가파른 시욕과 현란한 담론에서 멀찍이 벗어나 자연 속에서 살며 공부하는 그의 일상을 소재로 해서 그려낸 이 그림이 무척 감동스럽다. 그는 “아무리 가난해도 그림만 있으면 나는 행복”하다고 말한다. 덧붙여 말하기를 “바쁘디 바쁜 일상에 지쳐 상상의 날개가 꺾인 주변 사람들과 함께 그림의 쪽문을 열고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 오염되지 않은 도원의 세계로 안내하고 싶다. 그래서 그곳에서 잠시나마 그들을 편안히 쉬게 해주고 싶다.”고 한다. 오늘날의 인물산수화를 보고 있다. 나도 저런 생으로 내 삶을 종료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드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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