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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성 / 조선의 천재화가가 그린 이상한 풍경

박영택

 일제식민지시기 조선의 천재화가로 알려진 이인성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가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마라톤의 손기정, 무용의 최승희와 함께 조선의 지보, 화단의 귀재라 불린 이인성은 39살의 짧은 나이로 허망하게 죽었다. 술자리에서 경찰과 시비가 붙다 집으로 돌아왔는데 이후 찾아온 그들이 쏜 총에 머리를 맞아 죽었다. 1950년의 일이다.
대구수창공립보통학교를 졸업한 가난한 이인성은 독학으로 미술공부를 했고 그 이듬해에 조선미술전람회(선전)에 입선을 한다. 그 당시 선전 입선이란 대단한 일이었다. 유일한 작가등용의 길이자 출세의 장이었다. 이후 선전이 막을 내리는 44년까지 매해 출품해 특선, 최고상을 내리 수상한다. 일제식민지시기에 관전을 통해 배출한 최고의 작가가 된 것이다. 당시 화가들은 이인성의 그림에 매료되어 “무조건 예찬한다”(김복진), “영롱한 색채, 청아한 필촉으로 된 황홀경”(구본웅)이라고 말했다. 당시 일본인 심사위원들 또한 이인성의 그림에서 이국적인 조선의 향토색을 만났을 것이다. 1934년 선전에서 특선을 한 <가을 어느 날>은 짙푸른 하늘 아래 해바라기, 옥수수 등의 식물이 하나씩 외롭게 피어있고 그 전면에 젖가슴을 드러낸 처녀와 상고머리 소녀가 다소곳이 서 있는 그림이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반라의 여인과 풀들의 밝고 노란 색조가 강렬히 대비되면서 인간과 자연의 원시적 건강미를 보여주고 있다. 후기인상주의 화가인 고갱과 상당히 유사하다. 이인성은 20세기 서구유럽의 현대회화를 화집과 엽서로 수용하고 이를 감각적으로 소화한 이다. 아울러 관전의 심사를 지배했던 일본인의 취향에 적절히 조응하는 조선의 향토색 짙은 풍경을 의도적으로 연출했다. 구리빛 피부와 순박한 표정을 지닌 반라의 여자, 화면 전체에 흐르는 토속적인 분위기, 붉은 황토 등에서 한국적 감성의 일단이 느껴진다. 이른바 서정적 향토성이란 것이다. 이인성은 근대화 과정에 놓인 당시 조선의 농촌과 강산의 풍토를 그림처럼 보려고 했던 이다. 착취와 압제의 그늘 아래 헐벗고 가난에 시달린 농촌의 여자들은 정작 그림 속에서 순수함과 원시성으로 서있다. 서구미술의 전통이 부재한 당시 상황에서 고갱, 세잔풍 등을 이토록 세련되게 구사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환각적인 분위기 속에 드러난 조선의 어느 자연풍경과 여자의 표정이 자아내는 분위기가 무척이나 기이한 그림이다. 한국근대미술사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그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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