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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자 / 춤의 아름다움에서 생명력으로

김종근

춤의 아름다움에서 생명력으로 – 이청자


일찍이 프랑스의 시인 폴 발레리는 세기의 춤추는 무희를 가장 아름답게 그린 드가의 예술에 관해서 쓰면서 이렇게 말했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서양화가 이청자씨는 두 가지 측면에서 우리 화단에 흔치 않는 화제의 작가이다. 하나는 그가 예술에 대해 생각하는 대로 실천해 오면서 그림을 그린 작가라는 점이며, 또한 거의 드가처럼 독학으로 포기하지 않고 50여년을 그려 왔다는 사실이다. 그 열정도 열정이거니와 일찍이 이렇게 집중적으로 몇 가지 테마를 다루되 춤의 모습을 집요하게 화폭에 담아온 작가를 본 적이 없다.


두 번째, 그녀는 1938년 대전에서 출생하여 현재 나이 76세. 오랜 교직생활을 거쳐 2004년 그의 나이 66살에 홍익대학교 대학원에 진학 ,졸업 하면서 까지 무려 30여회에 이르는 개인전을 하는 숙명처럼 예술로 꽃 피워낸 불굴의 의지를 지닌 작가를 처음 본다는 것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이청자 작가의 그림은 어렵지 않다. 비교적 우리들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과 정물들을 주요한 모티브로 하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다만 유독 춤추는 발레리나와 무희의 모습만 독특한 화면구성과 거칠고 강렬한 색채, 마티에르로 완성 시킨다. 오랫동안 교편을 잡아 왔던 교육자였지만 , 그가 이미 스무 살 시절에 2인전을 가졌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기도 하다. 초기 그의 작업은 자연풍경을 통해 시작 되었다. 가까운 자연 속에서 시선을 둔 그의 작품은 먼저 “생명력을 화폭에 담아내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그 자연 속에 <리드미컬한 생명력과 율동감>을 옮겨 놓았다. 



A Rhythm-80, 53x45.5cm, 2010

사진출처: http://www.epeopletoday.com/news/articleView.html?idxno=833

 

1987년대 작가는 동덕미술관에서 처음으로 역사적인 혼자만의 개인전을 가졌고 첫 개인전에서 그는 무려 100호가 넘는 크기의 상당수 대작들을 발표 했다. 이 작품들에서 작가는 전형적인 사실주의풍이나 인상파 화풍의 양식으로 시장의 풍경이나 외로운 섬의 풍경, 물에 비친 산, 고기잡이를 끝내고 돌아온 만선의 바닷가의 풍경 그리고 꽃과 과일을 모델로 한 정물화로 전형적인 아카데믹 화풍을 보여 주었다. 초기의 작품들이라 아주 크게 주목할 만한 특징은 없지만, 흥미로운 작품 하나가 눈에 띈다. 그것이 바로 <승무>라는 작품으로 춤을 추고 있는 매우 인상적인 작품이다. 후에 이것은 그의 작품 모티브로 현재에 까지 이어지는 아주 중요한 <춤> 시리즈와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작가의 첫 개인전은 이처럼 풍경을 통해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생명들을 따뜻하게 화폭에 담아내면서 1993년에는 꽃과 풍경을 아우른 개인전은 그녀 내면에 자리한 힘 있고 다이내믹한 남성적 필치의 속내를 거침없이 드러냈다.  그러나 그의 그림에 특징 가운데는 반복하지만 쉬지 않고 다양한 변모를 시도한다는 점이다.


2002년 정물과 풍경을 바탕으로 오랜 작업을 해온 작가는 다시 한 번 이 주제들을 동일한  화면에 구성, 배치하는 당시의 구상화단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실험성을 드러냈다.   2000년 초반 이후 오랜 전통적 회화 양식에서 벗어난 인물중심의 작업으로 변화를 가져오면서 그는 구체적으로 춤이라는 새로운 모티브를 발견했다. 2005년 이제 그의 모티브는 에드가 드가처럼 춤추는 무희들의 모습들을 정적인 포즈에서 역동적인 포즈까지 풍부하게 운치있게 묘사하면서 자신의 독창적인 세계를 구축해갔다. 아마도 “춤이란 생명 있는 존재들만이 지닐 수 있는 리듬이자 에너지”라고 고백한 이 작가의 발언에서 천사의 몸짓과 이미지가 그에게 가장 이상적인 주제가 되었을 것으로 해석된다. 풍경과 정물화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그가 아름답고 순수한 무희들을 그린 인물화에서는 특히 2005-6년을 전후하여 표현기법은 다르지만 한국의 드가라고 부를 정도로 발레리나의 모습에 깊게 몰입 된 패턴을 보였다.


그래서 많은 평자들은 그녀의 작품을  “ 더욱이 젊은 시절, 무용을 통해 ‘몸의 미학적 탐구’에 천착했던 이 화가의 경험은 춤을 소재로 한 그의 작품이 춤동작의 섬세한 디테일과 그에 따른 체형미를 드러내는 데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춤’을 통해 자연과 인간을 아우르는 모든 세상을 고요하게 응시하는 이 화가의 눈에는 주체할 수 없는 애정과 감동으로 충만하다. ” 평가를 내리고 있었다. 2004년 홍익대 갤러리에서는 조형성이 풍부하고 자유로운 선과 색채만으로 구성주의 시각을 세련되게 보여주는 판화작품으로 탄탄한 그의 조형미를 선보였다. 그녀의 춤추는 모습들은 2008년 일본 동경 마이니치 갤러리와 프랑스 파리의 프레젠트 갤러리등 해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 작품들은 남녀가 한 쌍을 이루어 최고의 음악적인 선율에 몸을 실어 마치 나비 같은 몸짓을 보여주는 <전통춤> 시리즈와 < 율>시리즈로 한국적 미감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이 작품들은 발레리나의 춤추는 경이롭고 황홀한 모습에서 호두까기 인형의 선율이 화폭에서 금방이라도 들려올 정도로 화사한 색채로 무희들의 아름다움을 환상적으로 그려냈다. <throb> 라고 불리는 시리즈에 특징들은 오색 띠나 오방색의 색채로 다양한 바탕색을 중심으로 전통적인 우리 무용과 춤의 모습을 추상과 구상으로 결합시킨 하모니즘 형식으로 진일보한 것이었다. 



Throb-12, 72.2x105cm, 2006

사진출처: http://www.epeopletoday.com/news/articleView.html?idxno=833


부분적으로는 화면을 분할하지 않고 배경 화면에 이미지를 조합시키는 형식과 배경에 흐릿한 이미지로 자유로운 배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춤의 종류도 단순하게 한국 춤과 발레에 제한하지 않고 일본의 전통적 춤인 가부키 등의 장면들로 다양성을 열어갔는데 인물 동작의 순간적인 포즈를 정직한 정면의 각도에서 클로즈업하여 부각시키는 수법을 강조하는가 하면, 오색찬란한 화면에서 사실적인 표현보다는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격정을 드러내는 필치를 엿볼 수 있다. 그의 춤추는 무희와 여인의 인물들은 원숙한 필치와 세련된 색상으로 인물화의 높은 완성도를 보여 주면서 작가는 젊은 작가를 능가하는 왕성한 창작력으로 꽃에서나 발레리나에서 이청자 스타일로 자기만의 형식미를 추구했다. 그 스타일은 거칠면서 주제 표현에서는 분명한 색채로 화려함이 넘치는 색채감을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기법 상으로는 붓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물감을 듬뿍 많이 풍부한 마티에르로 인물을 단순화 하는 시각적 호소력을 획득하고 있다. 비록 그는 일상 속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정물묘사에서 조차도 배경에 조형적 형태의 구성을 집어넣는 그만의 특유한 화면구성을 끊임없이 시도하면서 이청자 스타일을 만들어 냈다. 그리하여 이제 이청자의 작품은 <춤의 역동성을 통한 생명력을 길어 올린 작가>로, <‘구상화’이면서 ‘추상화’의 세계를 한 화면에 조형적으로 담아낸 작가>로 평가된다. 그 배경에는 무엇보다 자타가 공인하는 타고난 예술에 대한 성실함과 열정, 치열함이 있기 때문이다. 


갤러리현대. 선화랑, 진화랑을 비롯하여 일본 마이니치 후쿠오카 ,미국 씨에틀 파리 프레젠트 갤러리 등 중요한 화랑에서 그가 보여준 성과들로 비추어 볼 때 앞으로 이청자 작가의 새로운 변화와 더욱 깊어진 세계를 기대하는 이유는 너무나 당연한 일일 것이다.  



김종근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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