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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의 본질을 찾아서

김종근


 신유자의 입체작품에서 얼굴은 아주 중요한 모티브로 등장한다. 흰색 얼굴 ,노란 색 얼굴 녹색 얼굴 , 빨강색 얼굴들이 비중 있게 묘사된다. 이렇게 인간의 형태를 집중적으로 빌린 마스크 등 그녀가 근래 집중적으로 만들어 놓은 얼굴들을 들여다보면 문득 브랑쿠지의 계란처럼 누워있는 얼굴이 떠오른다. 1910년 그가 제작한<잠이 든 뮤즈>라는 작품이 그것이다. 추상조각의 아버지라 불리는 루마니아의 양치기 소년 콘스탄틴 브랑쿠지는 “실재하는 것이란 외형이 아니라 사물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브랑쿠지의 이 작품은 얼굴을 다룬 그 형태 때문이 아니라 그 영락없는 표정과 모습에서 그것이 다른 형태를 빌린 것처럼 보이지만 이내 곧 그것이 사람의 얼굴임을 알게 한다.


 신유자의 얼굴은 형태에서나 내면에서나 작가의 의지나 감성이 그대로 우리에게 전달되는 사람의 모습이다. 우리가 세상에서 존재하는 진정한 가치의 존재는 겉모양이 아니라 그 물건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본질이야말로 진정한 가치라는 브랑쿠지의 말은 그래서 조각가들에게 커다란 용기를 준다. 신유자 조각의 기본적 형태인 얼굴도 바로 그러한 인간의 본질에 대한 단면들을 단순하게 빚어낸다. 신유자의 노란색, 빨강색, 녹색, 흰색의 얼굴 이러한 네 개의 얼굴이 조형적으로 마치 퍼즐처럼 살짝 구성 배치되어 있는 작품에서, 우뚝 선 심플하게 처리된 형태의 인물까지 모두가 적절하게 덩어리로 묘사 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신유자의 조각 작품들은 첫째 인물의 거침없는 생략과 시각적 형태의 단순화가 우선적으로 눈에 들어온다. 그렇다고 생략과 왜곡으로 인한 조각의 특징을 무시하지 않는 각별한 배려와 조형적 심미안도 보인다. 얼굴을 드러내는 형태와 인상들을 간략하게 묘사하면서 그 인물들을 현대적인 감각과 색채로 변형 시키고 볼륨을 다루는 기술은 충분히 조각적인 구성과 특질들을 보유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준다. 아무래도 조각의 본질은 매스와 매스를 다루는 감성의 이상적인 조합임을 고려할 때 그의 이런 다변화된 인물표현들은 충분히 구상과 단순화의 역역을 아우르고 있다. 물론 그러한 과정에서 작품을 원형의 형태로 환원시키려는 추상화 과정도 가끔씩 개입되면서 그의 단순성이 단편적인 추상형태의 추구가 아니라 단순화 과정에서 제기되는 추상성을 추구하는 것임을 확인하게 된다. 


 이것이 그에게 어떻게 작용할지는 현재로서 알 수가 없지만 그런 추상화의 특성을 인지시키는 핵심적인 사안이 되고도 남는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동시에 그 인물들은 조형적 직관을 민감하게 보여주는 조형정신과 열려진 공간의 확대로 바로 이어진다. 다른 경향의 작업들은 어떠한가? 그녀의 작업은 상반신을 다루는 인물에서는 장식적인 형식의 스타일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꽃으로 얼굴과 몸을 둘러싼 아름다운 소녀의 얼굴 조각상이 그 대표적인 작품이다. 그녀는 종종 어린  소년이나 소녀의 아름다운 모습을 모델로 하고 있다. 그들은 청순한 이미지를 가지고 아름답고 티 없이 맑은 소녀의 모습으로 꽃을 든 표현 까지  다양하다. 사과 같은 구형 속에서 태어나는 어린아이 ,터번을 두른 것처럼 보이는 얼굴 그러나 그의 중심적인 세계는 얼굴, 조용한 표정의 마스크 이다. 


 아마도 그가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은 어린아이들의 모습이며 그런 모습을  지닌 얼굴이 아닌가 싶다. 그것은 어린이야말로 순수한 내면을 가장 천진스러우며 인간의 본질과 진실을 담아내는 모델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신유자가 보여주는 조각의 고집스런 외형적 형식은 전통적인 형식을 따르기 보다는 모던화된 소프트 조각의 패턴에 경향을 엿보게한다. 여기서 그녀는 전통적인 조각보다는 과감하게 색채를 도입함으로서 작가 자신의 얼굴표현과 독창성에 그 무게를 더하는 진보된 컬러 조각의 노선으로 색채조각 의 길을 분명히 하고 있다. 덧붙이는 방식이 아닌 군살을 덜어내고 간결과 생략의 길로 나아가는 그녀의 작품세계의 특질은 궁극적으로 아마도 여기서 그 특징이 색채조각과 어울려 하나가 된다. 이 단일한 표현형식과 인물 공간에 대한 해석들이 좀 더 본격적이고 자신의 스타일로 정착되길 바라는 것은 비단 보는 이의 시각에만 국한 되지 않는다. 형태를 분리하면서 명확한 이미지로 자신의 언어와 메시지를 강하게 드러내는 신유자의 조각 언어는 아무래도 성신여대 조소과 출신에서 종종 보이는 전통이기도 하다. 


 그녀는 오랜 시간 휴식을 가지다가 근래 들어 색채조각에 집중하면서 전통적인 조각 보다는 새로운 형상과 색채의 만남이 잘 어우러지는 패턴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러한 출발은 성신여대 출신 작가들에게서 발견되는 색다른 조형정신과 색채조각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러한 특성이 지속적으로 그리고 독자적인 언어의 형식을 가지면서 작가의 개념과 메시지가 진정성 있게 담겨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것은 임시방편의 색채가 아니라 진정성이 깃든 치열한 감성이 내재된 신유자의 작품 속에서 더욱 독창적으로 빛나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기에 우리가 그의 작품에 거는 기대는 결코 지나치게 이상적이고 환상이 아니다. 그것은 조각에 대한 리얼리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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