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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미적인 숲 , 김명희의 흘림과 색

김종근


 일찍이 파블로 피카소는 앙리 마티스를 향해 <마티스의 가슴 속에는 태양>이 들어있다고 했다. 그렇다 마티스에게 그림이란 바로 온통 색채로 뒤덮인 평면 같은 것이었고, 그는 모든 대상을 상상력의 색채로 보았고 그것을 그대로 화폭에 옮겼다. 그 천부적인 색채감각을 것을 피카소는 인정했고 부러워했다. 온통 오직 색채만을 가지고 어떤 균형과 표현적인 율동을 얻으려고 애써 마침내 색이 표현의 수단이자 목적에 다다르게 한 것이다. 김명희 작품을 보면서 앙리 마티스의 그림들을 떠올리는 이유는 그가 철저하게 색채를 생명으로 하는 탐미적 지상주의 화가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녀가 처음부터 이렇게 지독하게 색채 지상주의에 빠진 것은 아니다. 그녀도 처음에는 정물과 풍경 등에 심취하여 회화적 수련기를 거쳐 지금에 정착했다. 

 2005년 어느 날 작가는 이스탄불을 여행 했고 거기서 그녀는 낯선 그러나 매혹적인 풍경을 만났다. 그 이국적인 터키 이스탄불의 한없이 자연적인 풍경에 매료 당한 것이다. 그것은 마티스가 모로코를 여행하면서 어떤 때는 아라베스크의 문양에서 색이 더욱 강렬해진 것처럼  그가 보았던 풍경도 대상도 훨씬 색채만으로 그림이 되는 안정감을 가지고 그것을 명확히 할 수 있었다. 김명희는 거기서 색의 정의를 얻었다. 그것은 색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할 수 있다는 표현성을 얻었다는 것이다. 그녀는 마크 로스코처럼 색채 화가들이 닦아 놓은 길목에서 색채만으로 자연을 담아내고 색을 복권 시키고자 했다. 그러한 색채는 자연스럽게 풍경이 대상이 되었고, 그 풍경은 사실 풍경이지만 곧 자연에의 탐닉이었다. 그녀는 특히 숲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언제나 그의 내면 깊숙한 곳에는 그가 그리던 풍경이 있어 보인다. 그 풍경은 은행나무 잎처럼 노란 색이 가득한 숲으로 태어났고, 나뭇가지가 얼핏 보이는 존재하지 않는 보라색 풍경으로 탄생 했다. 보라색 물빛으로 비친 그 풍경은 실제 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환상적이다. 그녀의 이러한 색채에의 중독현상은 어디서 기인하는 것일까 ? 작가는 인터뷰 중에 뜻밖에도 완전 추상화가인 박서보 작가를 좋아한다고 했다. 의외였지만 박서보작가가 얼마나 색채에 민감하고 색채의 마술사처럼 색을 사용하는 것을 안다면 그녀의 이러한 대답은 전혀 놀라운 사실도 아니다. 그만큼 김명희 작품 속에는 완전한 색채의 색면들이 작품마다 축제처럼 펼쳐진다. 그렇다고 화면이 온전히 색채만으로 화면이 완성 되지는 않는다. <아름다운 순간ㅡ그리움 > 혹은 <아름다운 순간 - 붉은 노을> <봄의 유혹> 등 그녀의 작품들은 한 결같이 자연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색채와 빛의 하모니로 치밀하게 건져내고 있다. 그리고 그곳에는 또 정교하고 예민한 붓터치로 그 빛이 만들어내는 풍경 너머에 고요하게 자리한 그림자들이 깔려있다. 자연이 주는 그 아름다움의 풍경과 그림자를 그녀는 색으로 되살린다. 그러기에 그녀는 추상회화를 흉내 내지 않는다. 그녀는 색채속에서 자신의 감정과 어떤 표현성을 기대한다.그것이 내가 본 그녀의 숲의 풍경이다. 그것은 곧 그녀가 바라다 본 풍경이지만 그것은 곧 작가에 마음의 거울이기도 하다. 그 모든 색채들을 완성 단계에서 그리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물감을 떨어 뜨려 완성하는  드리핑 기법으로 마무리 한다. 

 어쩌면 그 자연에서 오는 벅찬 순간과 감동을 일일이 손으로 그린다는 것을 그녀는 무의미하다고 믿는지 모른다. 자연에서 만난 그 감동적인 순간들을 빠짐없이 화폭 위에 뿌리는 행위는 잭슨 폴락과는 다르겠지만 그녀와 화폭 사이에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가 놓여있다. 그 '관계'는 그녀가 자연을 향해 던지는 친근함이며 사랑이며 말 걸기 일 것이다. 실재하는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일정한 거리를 둔 원근법에서 신비로운 색들의 관계로 풀어놓는 김명희의 작품에서 우리는 마티스의 그림에서 발견하는 한없이 평안하고 안락의자 같은 고즈넉함을 느낀다. 마치 마티스가  '모든 색채는 최대한 빛나야 하며 동시에 단단하고 견고한 구조를 가져야 한다'는 철학처럼 그녀가 그려내는 찬란한 순간들은 빛으로 노래하고 색으로 춤춘다. 리얼하지만 환상적인 화면의 구조에서 보이는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그 침묵적인 색채가 우리를 힐링의 지평으로 안내한다. 색채가 사색적인 감정으로 치유되는 그의 색채 공간이 아름다운 순간의 꽃비들처럼 우리들 가슴속에 내린다. 
  
 그녀가 작가로 들어서기 전 국내 유명한 대기업에서 디자이너로 오랫동안 활동해왔다는 사실이 그녀가 어떻게 색채를 잘 쓰는지 , 왜 색채에 즐거워하고 환희에  빠져드는지 우리는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이해하면 비로소 그의 그림 또한 다르게 보일 것이다. 만약 그가 좀 더 높은 회화성으로 색을 다루어낸다면 ,덜 일러스트적인 감성으로 숲을 담아낸다면 그녀가 키우는 나무와 숲은 보다 오랫동안 우리들 가슴을 품어주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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