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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적인 은유의 동물들-정미의 신작을 중심으로

김종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미술 작품 속에 나타난 동물들은 우리들로 하여금 흥미로운 점 들을 보여준다. 가만히 보면 시대와 공간, 역사를 초월하여 인간들은 언제나 마음속에 동물들을 새겨 두거나 숭상했다. 그리고 때로 인간들은 주술적인 생각을 가지거나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혹은 그들의 염원을 위한 대상으로 벽화나 오브제로 남기고 있다. 선사시대의 프랑스 라스코의 동굴벽화나 스페인의 알타미라 동굴 벽화에 그려지거나 새겨진 무수한 들소나 동물의 모습들이 그러한 대표적인 증거이다. 


그리스 로마시대에도 신들을 상징하는 동물들이 있었고 중세 르네상스시대 말이나 양들은 하나의 신성한 상징으로 형상화 되었다. 우리나라에도 십이 지간지를 비롯한 상징이나 풍부한 동물을 다룬 민화도 동일한 맥락으로 이해된다. 이와 같이 정미 작품에 특징은 전반적으로 동물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미술작품의 기원이나 존재형식과 흐름을 같이 한다. 그러나 정미의 작품속 동물들은 단순한 동물의 묘사나 표현에 그치지 않고 무엇인가 각자의 독자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말과 사슴, 양들의 표정과 형태에서 그러한 의미론적인 정미 작품의 본질적인 의도가 명확하게 드러나는데 그 의도 속에는 다분히 동물을 인간의 또 다른 감정이입의 대상으로 다루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된다. 특히, 동물의 귀엽고 앙증맞은 혹은 장식적인 구성 등에서 그 동물들의 표정은 행복을 희망하는 제스츄어임을 은밀하게 나타낸다.


말이나 사슴에서 웅장하게 담아내는가하면 사슴의 우아한 표현에서는 장식적인 아름다움의 극치로 단면을 보여준다. 또한 영웅스러운 왕관과 날개는 정미의 작품에서 빈번하게 접할 수 있는 아이콘이다. 물론 여기에는 소울 메이트인 동물을 고귀하고 화려하게 하려는 장식적인 목적도 있지만, 작가는 장식에 그치기보다 실재로 이러한 희망을 가능한 것으로 상상하는 데에 작가는 더 주목한다. 또 다른 작품 역시 청마에 왕관과 날개를 얹는 형상의 동물 이미지도 이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처럼 정미의 작품에 상징적인 형식과 장식들은 같은 소재를 다루더라도 상이한 패턴을 만들어 내는데 그 유형으로 볼 때 청양은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동물이 아니라 실제 히말라야 등지에서 서식하는 동물로 “강인한 생명력과 힘을 실어준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띄고 있다. 작가는 이처럼 동물의 형상을 통하여 삶에 있어서 희망과 행복을 담아내는 강렬한 욕구를 노출하는데 이것은 사실 감정이입으로서 동물을 끌어들이는 시각적 회화형식을 절묘하게 결합시키고 있다. 

특히 최근 그가 작업한 2014년의 청마, 2015년의 청양과 함께 고양이, 새 ,사슴 등이 빈번하게 소재로 등장하는데 이 작품들은 그런 특징과 속성을 잘 드러낸다. 작가는 “ <soul mate.소울 메이트>의 의미로 관계를 형성해가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따뜻하고 유쾌하게 풀어냄으로써 모두가 즐겁고 행복하게 소통하기를 희망한다”고 스스로 고백한바 있다. 특히 이러한 표현을 작가는 화사한 색채와 유리가루, 금박, 은박 등 다양하고 장식적인 기법으로 화폭을 자유롭게 풀어낸다. 이렇게 완성된 그림은 캐롤킹이 부른 동명의 노래인 'You’ve got a friend'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작가가 털어놓은 것처럼 화사한 색채의 잎과 꽃이 피어 오르며 주변에 짝 지은 새들이 서로를 부르며 “외롭고 힘이 들 때 언제든 달려가 줄 친구가 네게 있다”는 아름다운 노랫말을 연상 시킨다. 

때로는 말로, 때로는 사슴으로도 보이는 이러한 이중적인 시각적인 형식은 보는 관객의 상상에 따라 다양한 형상으로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주고 있기도 하다. 작가는 여기에 직접적인 메시지 전달이라는 글씨를 넣는 과정을 통해 사실 그 의미 전달과 메시지를 중요하게 각인 시킨다. 작가는 이러한 다양한 표현과 형식 ,기법으로 아름답고 행복한 감성을 유발 시키는 화폭을 환상적으로 만들어 낸다. 그렇다고 그 동물들이 전적으로 그러한 형식에만 묶어두지 않는데 특히 동물의 모습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변형하여 마력적 화면을 구축한다. 마치 현대판 고분벽화를 떠올리는 작품도 있다. 신라시대 천마총의 천마도에 작가의 독특한 감성과 색채로 상상력을 곁들여 재해석한 작품이다. 이런 작품은 사실 백색의 천마상과 구름은 물론 반짝이 문양이 함께 장식되어 신비롭고 환상적인 인상을 더하고 있다. 20세기 들어서 쉬르레알리즘의 화가 살바드로 달리의 그림 속에 동물은 상상력과 초현실속에서 발랄하게 묘사되고 있음이 확인 된다. 

여인을 행해 달려드는 호랑이나 커다란 다리로 연결된 코끼리 불타는 기린 등이 마치 알레고리처럼 기호나 상징이 되어 돌아오는데 로코코 양식에서처럼 동물은 때로 의미 보다는 장식적으로 더욱 사용된다. 정미의 작품 속에 수시로 등장하는 양이나 말들 사슴 등의 동물들은 기본적으로 로코코적인 장식으로 우리들을 행복하게 한다. 궁극적으로 정미는 아름답고, 화사한 색조들로 표현된 동물 모습으로 대상의 은유적인 의미와 맞물리면서 회화에 장식적 성공을 이루고 있다. 이것은 미의 상징적인 오브제로 화려한 평면 속에서 부활하는 패션의 또 다른 예술적 완성이기도 하다. 

김종근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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