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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행 속에 펼쳐진 색면회화 - 딱지놀이

김종근

박상천의 작업은 기본적으로 구성주의 영향에서 출발한 듯 보인다.
커다란 사각형의 프레임 안에 무수히 많은 기하학적 형태들이 담겨 있음이 그 증거이다. 어떤 작품은 커다란 타원형의 형태에 지구처럼 만들어진 형태에 무수히 많은 사각형의 색면들이 질서 있게 나열 되어 있다.
또 그 사각형의 색면들은 나름 일정한 색의 명도와 채도 사이에서 조화롭게 유사한 형태를 지니면서 그만의 독창적 스타일로 형성되었다.
그런 작품의 근원적인 시각에서 보면 그의 작업은 기본적으로 기하학적인 추상의 맥락에 서 있음이 분명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크기가 일정하지는 않지만 작은 사각형 혹은 큰 사각형들이 화면 가득 공간과 화면을 충실하게 채우고 있다.
그들은 수학적으로 면밀히 계산된 형태의 조형은 아니지만 아주 균형 있고 질서 있게 표현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단조로운 도형의 나열에 머물지 않고 부분마다 미묘한 색채 흐름과 톤에 변화를 주면서 화면에 생동감과 조형성을 의도하고 있다.
그것이 곧 시각적인 조형미의 세련된 박상천만의 아름다움이다.
때로 그러한 형태는 딱딱해 보이지만 리듬이 살아있어 둥근 형태들과 공존하면서 박상천만의 리듬과 흐름을 열어 보인다. 

더욱이 최근에는 확실한 변화인지 아니면 테마의 회화인지는 명확하지는 않지만 밝고, 더 안정적이고 차분한 색면들 사이로 구상적인 새의 모습들이 등장하여 구성주의 회화에 구상성의 이미지를 결합하는 시각적 형식을 실험적으로 등장시킨다.
이런 시지각적인 취미에서 볼 때 그의 작품들은 충분히 추상적인 조형 세계를 꿈꾸는 작가로 규정 짓기엔 한계가 있다. 그의 작품 내면에 숨겨진 또 다른 의도와 스토리를 이해한다면 박상천만의 회화성과 은밀한 내면세계에 다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의 작품에 형태를 스치듯 본다면 사각형의 병렬 정도로 지나치기 쉽지만 근본적으로는 “생명”이라는 화두가 담백하게 침잠 되어 있음을 눈치 챌 수 있다.
작은 형태의 색감이나 움직임, 이런 것에서 그녀가 추구하는 생명의 꿈틀거림과 느낌의 소리를 이미지화 하는 형상성이 내밀하게 깔려 있음을 감지 할 수 있다. 
물론 작가가 표출하고 싶어 하는 내면의 욕망이 구체적으로 뿜어내는 울림과 거리감이 어느 정도 존재하지만, 이 형태들의 근원적인 형상을 추적하면 쉽게 추상적이고 기하학적인 뿌리가 무엇인지 열리게 된다. 
그 모티브와 형태를 작가는 오래전부터 어린이들이 즐겨 가지고 놀던 딱지에서 찾았다. 
딱지는 우리의 어린이들이 가지고 놀던 놀이문화의 하나인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내는 딱지치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 형태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우리의 어머니나 여인네들의 생활 속에 오랫동안 그 숨결이 숨 쉬는 보자기 등의 문양이나 형태에서 그 원형임을 발견하게 된다.
일찍이 우리의 보자기는 몬드리안의 추상회화 못지않게 탁월한 예술성을 지닌 여인들의 규방문화에 하나로 평가받던 상징물이었다.
작가는 그 구성의 기호나 형태들에서 우리 문화의 미의식을 발견하고 그것이 삶의 아름다운 순간의 흔적임을 작가정신으로 승화하고 공유하고자 애써 왔다. 
작가는 그것을 내면의 우주인 <아름다운 시간 여행>이라고 부르길 희망했고 , 이것을 <Lovely Moment- 아름다운 시간>이라고 명명했다.
즉 작가는 “자연 속 생명의 근원을 생성·소멸되는 과정 등의 시간이기도 하지만 생명이 탄생하는 순간 자체를 뜻하는 (Moment)로 순간과 긴 과정의 조우 .작고 큰 세계가 혼합돼 더 큰 표현을 일궈내어 시간의 실타래를 엮어 냅니다. 인간의 삶의 일상(과거, 현재 ,미래)을 연결하는 카테고리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시간. 즉 삶의 근원인 내면의 우주로 표현“ 하고자 했다고 작가노트에서 고백하고 있다. 

특히 그의 최근 작업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평면적이며 섬세하게 기호와 형태로 공간을 분할하며 우주공간을 암시하듯 공간을 강력하게 끌어 들이는 우주 공간을 담아내고 있다. 
이것은 색면회화를 추구하면서 동시에 구상적인 세계를 일체화하려는 화면의 다양한 구성을 통하여 회화의 평면성과 조형성에 우주의 스토리를 덧붙이는 실험작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3차원 공간감이 주는 효과를 우주공간에 대입함으로 2차원 평면에 순수한 색과 면의 추상이 주는 궁극적인 순수 시각 미술의 확장을 꿈꾸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리하여 색면은 이전의 보다 시각적인 그림에서 깊이와 공간감을 얻게 되었고, 단순한 화면의 형태를 구성에 관련시키면서 색면회화의 아쉬움을 넘어서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미지를 개입시키는 작업을 보면 어쩌면 작가는 실존적 입장에서 좀 더 근원적인 상징물이 필요 했고, 그것은 작가의 철학적 이념에서 출발한 숭고의 이미지로 상징된다.
종종 형상과 배경의 구별을 없애면서 화면 전체를 하나의 삼차원의 평면으로 다루는가 하면 부분과 부분의 연관성을 강조하는 구성회화의 개념에서 일탈을 시도한 것으로 평가된다.
마침내 시각적이고 촉각적인 회화의 감성을 딱지라는 형태 속에 결합 시키고자 지향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때로 그의 작품은 곧잘 순수한 색채의 향연 혹은 명상적인 어린 시절의 고요한 기억과 추억 속으로 우리를 빠져 들게 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작가는 이런 작업의 철학 속에 “모든 우주 만물의 근원은 태양, 달, 해 ,별, 지구, 생명 등이 원의 표상”임을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것만으로 보아도 박상천의 작품 속에 내재된 회화라는 개념은 <Lovely Moment(아름다운 시간)-“ 연속 생명의 근원을 생성·소멸되는 과정 등의 시간 여행“이며 추억을 보여주는 축제의 마당이 확실해졌다. 
작가는 “원은 공동체의 완결함”이라고 주장한다. 동시에 “생명과 그것을 담아내는 개인의 삶의 스토리는 인간이 존재하는 한 무한하다”고 말한다. 
바로 작가는 그 무한한 삶의 언어를 형상(딱지 혹은 보자기)을 통하여 확인하고 위로 받는다.
그것이 예술가에게 주어진 진정한 시간여행이고 그 곳에 그의 영혼이 아주 나지막하고 고요하게 숨 쉬고 있다.
딱지 혹은 보자기라는 오브제와 함께 

김종근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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