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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속마음의 거침 없는 대화, 날것들의 비린내

김종근

<현실과 속마음의 거침 없는 대화, 날것들의 비린내>

김종근 (미술평론가)
 
허승연의 작품에는 아주 흥미로운 날 것의 생선들이 화폭에 비린내처럼 살아있다.
그중 하나는 화폭에 이미지 구성법이 여느 작가들과는 좀 색다르다는 사실이다.
보통 전체적인 풍경이나 장면을 옮기는데 그녀는 특정한 장면을 포착하여 그 부분을 간결하게 요약하는 특성을 드러낸다. 
많은 화가가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하는 기법에서 허승연은 훨씬 많이 비켜나 있는 셈이다. 
전체를 담아내려 하기 보다는 하고 싶은 메시지만 군더더기 없이 콕 집어서 말하는 스타일인 것이다. 
대부분 그의 화면에 메시지는 구체적이기보다 다소 모호하지만, 화면에 수사학은 이처럼 분명하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화술은 다분히 덜 직접적이고 은유적이다.

예를 들면 <쇄신>은 누가 봐도 목욕탕에서 흔하게 때를 미는 듯한 풍경을 떠 올린다.
근데 이 제목은 몸을 씻는 <세신>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완전히 바꾸고 갈아엎는 청산의미의 <쇄신>의 풍경으로 묘사하며 신체의 특정 부분만을 짤라 담고 있다. 
때를 미는 사람이 누구이며, 때를 미는 사람에게 몸을 맡긴 이는 전혀 드러나 있지 않은 채, 몸의 때가 강조한 풍경만을 노출함으로 그는 화가로서의 몫을 다한다. 
그러한 기법은 <탕>에서도 동일한 패턴으로 벌어지고 있다. 목욕탕에서 볼 수 있는 서로 다리를 탕 안으로 집어넣는 욕심 보이는 광경들이 목욕탕에서 펼쳐진다. 
해태상이 부착된 이 복합적인 감정의 상황들이 그 장면을 바라본 화가의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정작 작가는 더 이상의 부연설명도 상황에 대한 시그널도 첨부하지 않는다.
<진실된 대화>나 <훔쳐온 정원>도 예외가 아니다. 
분할된 공간에 생략된 언어와 압축된 발언의 유희가 이중적인 공간에 들어온 화분처럼 미묘한 대립각으로 등장한다. 
이렇게 그녀는 언제나 노출된 상황의 몇 문장만으로 화폭을 만드는 대담한 독창성과 기량을 거느리고 있다.
<갑작스런 방문>에서 보여지는 다소 기대하지 않는 사람의 부담스러운 방문자의 낯선 상황은 그러한 전형을 가장 명백하게 읽히게 하는 그림이다.
그러나 그러한 주관적인 감정의 표출은 <고된 하루>에서 보다 종합적이고 직설적으로 교차한다. 
구태여 살펴보지 않더라도 직감적으로 이 작품은 어느 한 여자의 사랑과 슬픔, 그의 에피소드나 스토리가 눈물방울과 함께 포옹으로 얼룩진 것임을 추정케 한다.
이렇게 작가의 감정이 그대로 화폭에 걸러지지 않고 감정이입 된 스토리들은 심플한 배경과 극도로 생략되고 절제된 구도 안에서 대화를 나눈다.
이 대화 속에 현실과 내면의 경계에서 부딪치는 그 내음이 바로 비린내이다.
그녀의 이 다분히 자전적인 이야기는 <화장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진정성 있게 오버 랩 된다.
화분과 여자의 얼굴이 비쳐진 거울 앞에서 란제리 속옷의 화장 중인 여인은 아이라인을 그리는 여자로 슬며시 출현한다.
그녀는 아주 빈번하게 거울 속에 자신의 모습을 끌어다 놓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나르시스 적인 화술의 풍경 법을 즐겨 애용한다. 
입술 그리고 눈썹, 그 다음 갈등과 고뇌를 그려가는 이런 허승연의 비현실적인 화법은 어쩌면 천재적인 화가 살바도르 달리가 말한 회화의 목적과도 너무나 닮아있다.
그는' 의식 세계와 무의식세계, 내적 세계와 외적 세계 사이의 육체적 장벽을 동시에 제거하고, 현실과 비현실 및 명상과 행위를 서로 합하여 혼합되어 전 생명을 지배하는 초현실성을 창조하는 것'이다. 라고 주장했다.
그녀의 전 작품은 이렇게 일관되게 현실에서 부대끼는 삶의 리얼리티를 거침없는 때로는 <카라오게 나이트>에서 처럼 거칠고 터프한 붓질로 지체하지 않고 토해낸다.
그녀의 이런 용기 있는 상습적인 붓 터치는 <lover,s kiss>에서 훨씬 더 도발적으로 들이댄다.
 <한강키스>에서 보이는 주저함 없는 뜨거움과 어두운 밤하늘의 분위기, <반인반견>에서 보이는 야누스적인 두 얼굴의 모습은 인간이 갖는 본질적인 속성을 간결하고 명료하게 빗대고 있어 보는 내내 우리를 긴장하게 한다.
허승연의 이 화법들은 분명 독특하고 독창적이다.
주저하지 않고 거침없이 지나가고 흘려놓은 붓 자국과 그 물감들이 약간 거슬릴 정도로 날것이어서 비린내가 나지만 작가의 직설적인 감성이 비수처럼 가슴에 파고드는 것 또한 피할 수 없다.
그럼에도 그의 작품에 가장 돋보이는 매력적인 비린내는 <화장중>에 있다.
절대 과하지도 않고 너무 드러내 천박하지도 않은 여자의 소소한 일상의 은근한 노출이 아름답다. 
배경을 지우는 구성법과 배경을 생략하면서 인물을 거세게 드러내는 전형적인 뉴페인팅이나 신표현주의의 흐름에 서 있지만, 그의 작품세계는 너무나 여성적이지만 너무나 풋풋한 남성적인 그림이다.
그렇다. 이 모든 허승연의 그림은 허승연의 개인적인 삶으로 화폭에서 빛날 것이기도 하지만  마치 잭슨 폴록이 “회화는 스스로의 삶을 사는 것이다”라고 한 것처럼 스스로 비린내를 풍기며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으며 그들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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