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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의 재탄생-‘나비 아저씨 벽산 김희근 회장의 컬렉션

김종근

명품의 재탄생-‘나비 아저씨 벽산 김희근 회장의 컬렉션


올 봄 프랑스 파리의 루이뷔통 재단 미술관에서의 본 전람회는 나를 참으로 너무나 행복하게 했다.
 “인상주의에 대한 시선”이란 타이틀 아래 100여 점의 주옥같은 <코톨드 컬렉션(THE COURTAULD COLLECTION)이 파리에서 선 보인 것은 60년 만의 일이다.
인상주의 미술의 가장 중요한 컬렉션으로 유명한 영국의 기업가 겸 후원자인 사무엘 코톨드(Samuel Courtauld, 1876-1947)의 그림 사랑은 그만큼 뜨겁고 열렬했다.
여기에는 윌리엄 터너(William Turner)에서 19세기 말 20세기 초의 가장 위대한 프랑스 화가 마네, 쇠라, 세잔, 반 고흐, 고갱의 작품들이 컬렉션에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루이뷔통 미술관은 컬렉션을 역사 속에서 한 프로그램으로 남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선언한 것이었다. 
이전에 열렸던 <열정의 열쇠 (2014-2015)>,<현대미술의 아이콘:시츄킨 컬렉션> (2016-2017), <모마 인 파리> (2017-2018)의 전시가 모두 그런 흐름에서 열렸다.
세종문화 회관의 세종 컬렉터 스토리가 그런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렇게 컬렉션은 시대를 앞서간 미술애호가들의 상징이다. 올가을 나는 이제 파리를 가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게 되었다. 코리안 심포니오케스트라 이사장, 현대미술관회 부회장, 광주 비엔날레 이사, 예술의전당 후원회 부회장 김희근 벽산엔지니어링의 회장이 모은 미술품이 세종 컬렉터 스토리로 나들이를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 김회장은 우연히 친구들과 점심 먹고 인사동 화랑가를 '그림 구경'으로 산책하다 컬렉터가 되었다. 
그후 지난 30여 년간 김회장은 그룹을 경영하면서 문화예술계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국내외 미술가들의 작품들을 하나둘 씩 모아 회사 사무실에 빼곡히 걸어놓았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겸손했다. 자신이 정작 좋아한 건 미술·음악 작품이 아니라 예술가들의 삶이라며 “ 저는 관찰자일 뿐이며 순수하게 예술에 빠진 사람들과 만나 신나게 얘기하고 밥 사주는 일이 즐겁고 행복하다“고 했다. 
컬렉터 김희근 회장의 참으로 소박하고 애호가 다운 초상이다. 그는 정부 예산만으로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은 어려우며 슈퍼스타를 키우는 건 기업이 담당해야 한다는 메세나의 대부다운 소신과 신념을 버리지 않았다.
그의 컬렉션은 다 소개 할 수가 없지만 다양하고 흥미로울 정도로 풍부하다.

먼저 세계적인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의 작품에서부터 리히텐슈타인, 짐 다인 등 해외 유명 화가들. 역사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플럭서스 그룹의 요셉 보이스와 미디어의 천재 제임스 터렐, 사진작가 토마스 루프까지 장르도 폭 넓고 다채롭다.
거기다 세계적인 설치작가 루이스 부르조아, 쿠사마 야요이, 이우환 백남준 등의 세계 톱 작가들의 작품이 즐비하다.
그렇다고 한국의 국내 작가들을 소홀히 하지 않는 세심함을 가지고 있다. 
유명작가가 되기 전 이수경이나 양혜규 외에도 홍성도, 조덕현 작가 등의 작품을 구입하였다는 것은 그의 현대미술에 대한 예지력이나 안목이 범상치 않았음을 확인하게 한다.
그런데도 그는 '제가 작품을 뭘 알겠어요? 그저 사람이 좋아서 산 겁니다.'라고 극도의 겸손함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2011년 '메세나 대상, 메세나인상' 등을 수상하면서 명실상부한 문화예술계의 국내에서 손꼽히는 컬렉터로 떠올랐다.

그는 종종 기업체 사장들이 골프 여행만 가지 말고 문화예술에는 돈을 안 쓴다고 꼬집기도 한다. 예술을 통한 감동이 교양이 되고 그것이 배려와 나눔으로 이어지는 것, 그게 바로 문화라고 주장하며 김회장은 재능과 열정 넘치는 예술가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우리 시대에 가장 멋진 ‘나비 아저씨’로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참석하는 모든 행사에 항상 ‘나비넥타이’로 불리는 보타이를 착용하기 때문에 붙은 별명이자 애칭이다. 이제 그는 이렇게 모은 나비 아저씨의 미술품이 1.000여 점을 헤아린다. 
돈이 많아 예술 후원을 하는게 아니라 김 회장에게 컬렉션은 문화와 예술을 위한 삶의 의미이자 가치인 것이다.
여기 선보이는 100여 점의 작품들은 그 중의 아주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자신의 소장 컬렉션을 꺼리는 보통 컬렉터들과 달리 김 회장은 회사의 직원들이 함께 보고 감상 할 수 있게끔 정기적으로 교체하며 전시하고 있다. 진짜 미술사랑의 따뜻한 마음이 그대로 읽혀지는 대목이다. 

그래서 나는 그의 삶과 예술을 존경한다. 물론 그림을 안사고 그것을 다른 곳에 사용해서 더욱 사회에 봉사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척박한 문화예술 발전을 후원 하는 일도 아름다운 일이다.
나는 김희근 회장이 ‘몽블랑 문화 예술후원자상’에 선정되어서 옷깃을 여미는 것이 아니라  . 
이우환이나 백남준 작가의 작품을 사면서 국내에서 더 싸게 하려 하지 않고 대접받으려면 해외에서 제값을 치러야 한다며 컬렉션한 한국 예술가들을 향한 따뜻한 마음이 너무나 소중하다. 그림을 수장고에 쌓아두면 뭐하느냐 음악·미술·문학 등 문화예술도 순환이 있어야 보람이 따른다는 그는 철저히 ‘예술’을 사랑하는 기업인으로 남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기와집 한 채가 1000원이던 시절 5000원으로 그림 한 장을 사고 2만 원으로 도자기 하나를 사던 이상한 남자, 낡은 것을 모으는 <바보 같은 남자> 간송 전형필이 그의 얼굴에서 어른거린다. 간송이 있어 긴 세월 동안 겸재 정선, 현재 심사정, 단원 김홍도, 추사 김정희, 고려청자, 화훼영모, 문인화, 풍속인물화 등을 소중하게 간직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아마도 김희근 회장이 영국미술을 부흥시킨 기업가 챨스 사치나, 잭슨 폴락은 물론 전후 미국미술의 화단에 크게 영향을 끼친 페기 구겐하임의 공익 정신을 그분이 끝까지 이어갈 것이라 기대하고 희망한다. 
명품은 두 번 태어난다고 한다. 한번은 예술가의 손에서 두번째는 컬렉터의 손에서 이처럼 김회장은 명품을 탄생 시키고 보존하는 후원자임이 틀림없다.
손수 선정한 이 주옥같은 작품 앞에서 우리는 김희근 회장님의 그림사랑에 숨결과 체온을 그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림을 보면서 우리가 행복해야 할 이유이다.

김종근 (미술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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