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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놀로 발데스/라 파멜라(La Pamela)’ 의 희망 서울에 오다.

김종근

라 파멜라(La Pamela)’ 의 희망 서울에 오다.
 

지금 전 세계 인류는 <코로나 19> 때문에 모두 고통스럽고 우울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런 아픔속에서 세종문화회관 광장에 씽긋 인사하는 아주 크고, 아름다운 모자의 여자가 있다. 
그녀의 이름이 바로 ‘라 파멜라(La Pamela)’. 원래 이 프로젝트는 2020년 세종문화회관이 야외 공간 큐레이팅의 일환으로 진행된 설치작품이다. 
한국과 스페인 수교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6월 28일까지 오페라 갤러리의 지원 아래 설치된 “라 파멜라(La Pamela)”는 프랑스 파리에서 가장 럭셔리한 방돔 (Vendome) 광장과 2018년 싱가포르의 가든 베이, 뉴욕의 보태니컬 가든 (Botanical Garden) 등 전 세계 가장 핫한 장소에 들렀다가 이곳으로 왔다.
물론 앞으로 어디로 갈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작품을 만든 조각가는 세계적인 설치 작가로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마놀로 발데스(Manolo VALDÉS ) 이다.
1942년 스페인의 발렌시아 출신인 그는 1957년에 산 카를로스(San Carlos)에 공부 한 후 1964년에는 요한 톨레도(Joan Toledo)와 라파엘 솔베스 (Rafael Solbes) 등과 정치적 예술가 그룹 에퀴포 크로니카(Equipo Crónica)를 결성했다.
이들은 스페인의 프랑코 파시스트 정권의 정치적, 사회적 행태를 유머와 아이러니를 결합해 비판하는 작품들을 제작 스페인에 소개하는 선동적인 그룹의 작가들이었다.
뉴욕과 리드에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는 마놀로 발데스는 1965년 밀라노(이탈리아)에서 리손과 비엘라 상을 수상, 1979년 도쿄에서 열린 II 국제 조각 비엔날레의 은메달과 리스본(포르투갈)의 브리지스톤 미술관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1983년에는 발렌시아의 알폰스 로이마드그 상, 스페인 미술을 위한 국가상,1993년 베네수엘라의 안드레스 벨로 훈장 수여와 스페인 예술 국가상 수상등 그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무엇보다 우리가 주목하는 발데스 작품의 예술적인 특징은 미술사 속에 거장 화가들인 벨라스케스, 루벤스, 피카소 마티스, 렘브란트, 고야, 모딜리아니, 반동겐 등 미술사 속에 등장하는 인물의 얼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스페인 거장의 명화 속 여자 이미지에서 영감을 구해 작업을 해왔는데 이 인물들을 강력한 단순화로 추상화 하면서 기념비적 조각품을 창조한 것이다. 
이런 대형 입체의 여성 얼굴 외에도 100개의 접시 조각을 엮는가 하면 <푸른 가면> 같은 작품은 알루미늄으로 블루빛 얼굴을 제작 인물의 다양한 표정으로 차별성을 보여 왔다.
특히 마티스의 여인의 작품을 직접적으로 차용하거나 벨라스케스의 <마가리타 공주 > 등 작품을 재해석 콜라주 하면서 대중성을 얻었고 유명세를 얻었다. 
싱가포르 보태니컬 가든에서 여자 얼굴과 잎사귀 등을 이용하면서 잎사귀를 여자와 모자로 교차 하는 등 장식적이고 환상적인 작품으로 팬덤을 형성했다.


특이하게도 그는 시각적 경험을 매우 중시하며 이미지를 차용하며, 시대를 초월한 작품을 선보임으로 “독창적이고 기술적 완성도가 높으면서도 항상 신선하고 도발적인 작품을 만든다.”는 극찬을 받아왔다.
그는 순수예술가답지 않게 정치적, 사회적 의무와 유머와 아이러니를 예술 작품 속에 끌어들여 사람들에게 기억을 파고들어 미술사에 대한 의미 있는 이미지를 다시 복고시키거나 향수를 불러 강요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한 이유로 마놀로 발데스 작품은 강력하고 역사적인 예술 경계표로 세계주요 장소에 종종 설치된 것이다.
어쩌면 발데스는 유명한 작품 이미지를 훔쳐와 본인의 작품으로 재탄생시킨 피카소처럼 ‘살아있는 피카소’로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올해 78세로 그의 나이는 젊지 않다. 60여년에 걸친 다양한 시각적 경험은 항상 새로운 작업을 통해 동시대 이미지의 시대를 차용하며 공감을 얻언낸 것이 발데스 작품의 매력이다.
그의 작품에 강렬하게 어필하는 팝적인 요소와 이미지, 재료, 사회적, 정치적 헌신과 재창조에 대한 끊임없는 탐색 사이에서 방황하는 그의 철학이 작품 속에 녹아있다.

설치된 이 작품은 높이가 무려 6m가 넘고 재료는 알루미늄으로 대형 여자의 두상이 전부이다. 작가는 챙이 넓은 모자를 쓴 여인을 본뜬 대형 조각은 작가가 공원에서 모자 쓴 사람 머리 위로 나비가 날아든 모습을 보고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얼굴과 모자를 조립한 이 작품의 특징은 흔히 있어야 할 눈ㆍ코ㆍ입 등 여자의 구체적인 형상은 없이 큰 모자의 채양 아래로 음영이 드리워지면서 형태를 드러낸 것이 특징이다.
단순미와 생략의 입체로 얼굴과 모자를 결합하는 재해석이 이 작품의 진면목이다. 
외형으로 보아도 이 형상은 명화 속의 모딜리아니의 <쟌느 에뷔테른>이나 마티스의 <하얀 깃털>의 작품속 여인을 강하게 연상 시킨다.


흥미로운 것은 특히 이 파멜라 Pamela의 작품에 등장하는 모자는 1790년대와 19세기초 인기 있는 밀짚모자로 1741년 사무엘 리챠드슨의 소설 Pamela의 여주인공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 것이다.
파멜라 모자의 모양과 형태는 다양하게 변화 하였지만 항상 짚으로 만들었고, 이 작품의 파멜라 모자는 19세기 중반 집시 모자라 불리는 19세기 초 넓은 챙이 넓은 스타일의 작은 버전이었다. 이 스타일은 1810년대에 널리 착용 되었고, 1837년경 처음 등장한 이 모자는 가장자리가 더 작은 집시 모자의 한 버전이었다.
1842년에 파멜라 모자는 리본으로 정돈한 굵은 짚으로 만들어진 '반 집시 모자'로 묘사될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런 기념비적인 역사를 가진 <파멜라> 작품설치를 의도하면서 김성규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서울 시민들에게 세계적인 거장의 기념비적인 작품을 감상할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고 기획 의욕을 보였다. 
서울의 대표적인 문화예술 허브의 역할을 담당하는 세종문화회관이 앞으로도 복합문화예술 공간이라는 정체성을 가질 수 있도록 시민의 공감을 얻는 전시를 늘려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런 취지는 묘하게도 마놀로 발데스가 남긴 명언과 그대로 일치한다. 


“누구나 예술을 창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감정을 가질 수 있다.”라는 작가의 메시지에  격하게 공감 한다. 

김종근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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