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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랭을 아시나요? 주홍글씨의 스칼렛 낸시랭으로 태어나다

김종근


낸시랭을 아시나요?
주홍글씨의 스칼렛 낸시랭으로 태어나다


낸시랭을 아시나요? ‘걸어다니는 팝아트’라고 불리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Hot)한 예술가 낸시랭.그녀는 베니스 비엔날레와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펼친 2003 ‘초대받지 못한 꿈과 갈등-터부요기니(Uninvited Dreams and Conflict- Taboo Yogini)’라는 퍼포먼스로 대중에게 알려진 후 여러 기업들과 흥미 있는 아트 콜라보레이션 작업으로 화가로서 논쟁을 일으키는 팝 아티스트가 되었다. 

한동안 매스컴에서 다시 화제를 모았던 그녀가 이번에는 퍼포먼스와 미술작품으로 우리들을 초대한다.   낸시랭은 지난 7월 싱가포르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된 글로벌아트페어 아트페어(Global Art fair)의 개막 오프닝에서 많은 관객을 대상으로 단독 퍼포먼스 ‘스칼렛(Scarlet) ’의 행위예술과 작품들을 선보였다.
그리고 얼마 전 9월 11일 개막한 제14회 이스탄불 컨템포러리 아트페어에서 신작 '터부요기니-스칼렛' 테마로 오일 페인팅 회화의 시리즈를 발표하면서 동시에 갈라타 타워 광장에서 '스칼렛 이스탄불' 퍼포먼스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우리는 이 두 곳에서 열린 퍼포먼스의 주요 스토리가 모두 “스칼렛”이란 내용을 담고 있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스칼렛(Scarlet)’은 채도가 높은 밝은 레드컬러라는 뜻의 단어이다. 
그러나 거슬러 올라가면 <주홍 글씨>는 1850년 미국 소설가 너새니얼 호손의 대표작으로 간음한 헤스터에게 붉은 낙인찍는다는 설정에서 인간의 굴레를 얽매는 굴레란 뜻으로 알려졌다.
이 소설을 영화화한 1995년 롤랑 조페 감독의 ‘주홍글씨(The Scarlet Letter)’에서 더욱 유명해졌다. 주홍글씨가 ‘낙인’을 상징하고 의미하듯 ‘스칼렛’에는 ‘이혼녀’라는 도장 아닌 도장이 낙인이 찍혀있다.

이처럼 낸시 랭에게 이 ‘스칼렛’의 작품 시리즈는 개인적인 삶의 여정 속에서 일어난 그가 직접 체험하고 겪은 일들을 강력한 모티브로 끌어 들이고 있다.
낸시랭은 이 작품을 제작하고 꾸미면서 그동안 감내해야 했던 일련의 상처와 아픔을 아프게 토로했다.
 ‘여성’이라는 약자의 입장에서 아주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 면서 “나와 같은 경험을 겪고 있는 세계 여성들의 다양한 문화적 시각, 여성이 갖는 삶과 사회적 위치에 대한 의문을 ‘스칼렛(Scarlet)’을 통해 표현”하고자 한다고 말이다.
처음부터 낸시랭은 이 영화의 스토리에서 깊은 영감을 받아 이런 작업들을 시작한 것임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여성들이 갖는 상처의 스토리는 비록 영화뿐만 아니라 미술작품 속에서도 이미 다양하게 표출된 바 있다. 그런 트라우마가  훌륭한 예술가로 만든 경우가 쿠사마 야요이도 있지만 루이스 부르주아는 훨씬 근접해 있다. 
세계 미술의 거장 루이스 부르주아(Louise Bourgeois)는 20세기 미술계에서 가장 중요한 페미니즘으로 대표되는 작가이자, 조각가이며, 설치작가인 그녀는 어머니를 너무나도 사랑했다. 
그러나 너무나 사랑한 어머니를 배신하고 자신의 가정교사와 불륜을 저지른 아버지를 깊게 증오하면서 그의 트라우마와 상처는 시작된다.
자신이 그토록 어머니를 배신한 아버지를 향한 증오를 가슴속에 묻어둔 채 그때의 상처를 루브주아는  파격적이고 강렬한 힘을 가진 작품으로 창조하는 예술가로 태어났다. 
증오를 바탕에 둔 채로 남성성과 여성성의 차별 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관계의 부조리, 강한 어머니의 존재에 고뇌하며 작품은 마침내 기존의 양식을 벗어난 설명할 수 없는 독창적이고 개성적인 예술세계를 창조했다.
그 점에서 낸시랭과 부르주아는 상처 혹은 트라우마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사실 낸시랭의 부친도 어린 시절 그녀에게 기억하기 싫은 상처와 슬픔을 안겨 주었다. 
어쩌면 낸시 랭의 화폭은 이러한 상처 받은 이들의 마음을 달래는 듯 블랙캔버스에 펼쳐진다.
주황색의 의상을 입고 등장한 낸시 랭은 남성성을 상징하는 펌핑 총으로 다양한 아크릴 물감을 화폭 위에 쏘아대면서 여기에  남성과 여성의 갈등과 상처, 혹은 트라우마의 본질적인 질문을 공격적으로 작품에 담아낸다. 
그의 작품에서 여자에 대한 애틋함과 그 상처들이 주는 아픔을 간과 할 수 없는 이유이다.
그녀는 그 아픔들을 화폭에 드리핑이라는 형식으로 쏘아댄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도 그는 여성성을 상징하는 꽃. 화려한 캔버스 작품을 바닥에 펼치고 설치된 가운데 팝아티스트 낸시랭이 등장한다. 레드 컬러의 의상과 머리를 하고서 등장하면서 컬러별로 준비되어진 남성성을 상징하는 이미지의 펌핑되는 기계를 이용한 아크릴 물감들을 화폭에 사정없이 쏘아댄다. 
낸시랭의 펌핑건(Pumping gun)기법을 사용한 마치 배설물처럼 바닥에 놓여진 커다란 캔버스 위에 컬러별로 자유롭게 뿌려댄 것들은 작품으로 탄생한다.
그러한 제스츄어는 1952년 비평가 해럴드 로젠버그가 명명한 전후 미국의 대표적인 표현양식으로 이미지의 정착보다는 그린다는 행위(액션) 액션 페인팅이다.
이것을 시도한 잭슨폴록의 드리핑 기법에 영감을 받았다는 낸시 랭은 관람객들도 캔버스에 같은 행위를 하며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하면서 이 작품들은 퍼포먼스가 끝난 후 다시 전시 된다.

낸시랭은 기존의 어떠한 원칙 보다 마음이 가는 데로 퍼포먼스로 자신만의 독자적인 길을 개척해 왔다.
마치 부르주아가 평소 “내게 조각은 신체다. 내 몸이 곧 내 조각”이라고 한 것처럼 퍼포먼스는 인간으로서, 특히 여성이 얼마나 깨지기 쉽고 외로운 존재인지를 웅변한다.
그녀는 쉬지 않고 행위와 작업으로 인간의 상처, 그녀의 상처를 끌어안는다. 그의 작품이 더욱 감동적으로 진정성이 느껴지는 이유이다.
동시에 여성이 갖는 삶과 사회적 위치에 대한 물음을 작품 ‘스칼렛(Scarlet)’을 통해 사회적 관점에 작가는 고통과 사회적 관점에 대해 공격적 몸짓으로 그 질문을 시작한다.
그녀의 퍼포먼스 ‘스칼렛’은 바닥에 놓인 캔버스로 시작 된다. 캔버스에는 여성성을 상징하는 터부 요기니와 주홍색 꽃들의 이미지가 만들어져 있다. 그 주홍색 꽃들의 형상은 일반적인 꽃과 다름없지만 마크 퀸의 화폭의 꽃 이미지처럼 현란하고 화려하다.
종종 그녀는 소외되고 상처 받은 이들의 마음을 색채로 표현한다. 이번 블랙캔버스는 그러한 대표적인 경우이다. 그는 관객들이 이런 방식으로 예술을 즐기기를 바라며 관객과 함께 완성되기 희망한다.
그녀는 오늘날 우리가 클릭 하나만으로 SNS에서 한 사람이 낙인찍힐 수 있는 세상을 살고 있다는 것을 경계한다.
그녀의 초기 작품들이 다소 시각적이었지만 지금 낸시랭의 작품은 훨씬 더 코스모폴리탄적이며 여성적이고 여성들의 감정에 직접적으로 공감하며 남성들의 가슴에 호소한다. 
그렇다고 그녀는 자신의 작품이 루이스 부르주아처럼 어떤 ‘이즘’으로 묶는 것에 반대하며 그녀가 여자이기 때문에 여자 이야기를 하는 것이며  ‘여성’들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 자신’에 관해 이야기하는 예술의 진실성에 문제를 직접적으로 저격한다.
이번 스칼렛 시리즈로 그녀는 한 여인의 삶에서의 상처를 다시 평면 예술과 퍼포먼스로 확장하고 승화 시키는 출발점에 서있다. 
아마 이번 개인전에서 우리는 그녀가 이미 파격적인 퍼포먼스와 평면 작품들로 주목을 받았던 영국 런던에 ‘개인이 국가다’라는 컨셉으로 퍼포먼스 작품인 2010 ‘U.K.프로젝트-거지여왕(Beggar the Queen)을 
떠올릴 것이다, 또한 그 이후 새롭게 시도 한 대형 캔버스의 하이퍼리얼리즘 오일 작품의 팝아트를 다시 전격적으로 선보이는 그녀의 내면의 능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낸시랭의 대표작인 터부요기니 시리즈인 ‘터부요기니-헐리우드 러브(Taboo Yogini- HollyWood Love)’ 믹스트미디어 캔버스 신작들로 낸시랭 ‘터부요기니- 스칼렛(Taboo Yogini- Scarlet)’ 오프닝으로 그녀의 새롭고 더욱 뜨겁게 확장된, 가장 인간적인 그리고 가장 여성적인 상처가 만들어 낸 진주 같은 눈물들을 펌핑총으로 맞듯이 만나게 될 것이다.

김종근(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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