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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에서 발견한 긴장과 불안의 공생

김종근

거미에서 발견한 긴장과 불안의 공생.

거미를 그리는 것으로 시작한 두 작가가 있다. 세계적인 여류 조각가 루이스 부르주아의 거미시리즈 작가가 한 사람, 무엇보다 부르조아는 어머니에 삶에 대한 기억을 통해 인간으로서 여성의 삶은 무엇인가라는 고통스러운 성찰은 그녀의 작품 전반을 지배한 것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특히 1940년대에 제작한 ‘여자의 집(Femme Maison)’에서는 여성의 신체가 집과 일체가 되어 있는 작품에서 가정과 여성의 관계에 대한 부르주아만의 세계를 보여 주었고 , 부르조아는 평생 자신의 인생에 드리워진 그 두려움의 가장 친한 친구인 어머니를 상징하는 거미를 만들었다.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이 거미로 등장한 것이다. 거미는 질병을 퍼트리는 악충 모기를 잡아먹는 모기의 행동이 마치 어머니 같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김연수 작가의 거미에 대한 기억은 좀 색다르고 파격적이다. 색 다르다는 측면은 그가 처음 거미를 접한 배경이 한 때 그녀가 호주에 살았을 때 독거미로 알려진 거대한 타란툴라를 비롯한 여러 거미와 마주쳤을 때의 깊은 인상과 긴장 그리고 공포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가느다란 두 팔이 상반신의 집에 힘겹게 붙어 있고, 한 손은 무슨 손짓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부르주아의 작품처럼 김연수의 거미에 관한 묘사는 너무나 거칠고 도발적이며 주관적이다.
그의 화폭에 나타난 형상들은 신호를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변형되어 있고 거칠게 그려진 거미는 묵시적이며 암호처럼 이기적이다.
어떤 거미는 반만 그 형체를 드러내고 거미의 구체적인 형상은 생략되어 있다.
그리고 그 많은 거미의 형상은 부분적으로 잘려지거나 뭉개져 버려 그 작품들이 말하고자 하는 구체성은 불투명하고 모호함으로 대변한다.
그러나 우리가 매우 인상적으로 보이는 그의 작품은 매우 잘 짜인 구성과 오브제의 조화로 그 안에 부드러운 공간에 원숙미를 보여주는 매력적인 작품으로 변화 되고 표현 되었다.
부르주아의 작품들이 말하는 것은 1940년대 당시 일반적인 여성의 삶에 대한 상징적인 형상, 자신이 경험했던 어머니의 삶과 딸로서 자신의 삶, 그리고 결혼생활에 접어든 자신의 삶에 대한 이미지 었다면 김연수의 작품은 온전히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의 고집스러운 시선이 전부를 차지한다.
그러기 위해 그녀가 작가로 전향하기전 문헌학을 전공했고 그녀의 외할머니가 일제 강점기 시대 선전에서 활동한 여류화가였다는 점도 그의 예술적 DNA를 유추해 볼 수 있다.
또 하나 그녀는 지극히 기계적이고 정형적인 미술양식에 짜증을 냈고 그녀는 이것에 적극적으로 저항하고 공격하고 싶었다고 했다.그녀의 초기 그림이 보여주는 덜 다듬어진 미완성 풍의 작품들은 그러한 그녀의 미술에 대한 관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그런 과정속에서 거미는 사실 이상적인 표현형식으로 완성되었다.  
그녀에게 거미는 하나의 사물 혹은 오브제에 지나지 않고 세상을 바라보는 메신저로 해석된다.
작가는 처음 거미가 많은 종류의  두렵고 불편한 존재였으나 아무리 걷어내도 거미줄을 치는 거미를 이길 수 없음을 깨닫고 그들을 인정하고 '공생'하게 된 것처럼 작가는 거미를 통하여 세상을 함께 친구처럼 살아야 하는 공생관계의 대상임을 이해한다.
그렇게 거미에 관심을 가지게 된 작가는 거미줄의 신비로움에 빠져서 그의 작품 속 중요한 이미지로 자리 잡아 다른 형태로 변형되기도 하며 옮아간다.
작가는 '이질적이지만 그냥 상대를 인정하며 나의 공간과 일상을 유지하는 현명한 공생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의 숙명'이라고 밝히고 있는 부분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긴장감 넘치는 시드니 공포의 첫 인상이 그녀가 어쩔 수 없게 삶에서 예술에서 그 불안함을 함께 짊어지고 공생해야 한다는  인간의 혹은 예술가의 숙명이라고 받아들이는 지점에 그녀의 작품이 가로 놓여 있다.  
어쩌면 작가는 그 불안한 의식과 삶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 인간이 아닌가! 이 부조화스러운 일체 속에서 작가는 삶의 또 다른 가치와 본질을 깨달었을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가치가 예술과 같은 등가의 것이라고 인정한다. 그녀는 바로 이 삶의 육신을 지탱하는 그 자체가 예술이며, 그것이 전부가 아닌가 우리들에게 반문하며 이 작품들을 건네준다. 
그림이란 그러한 것이다. 기존의 질서에 편승하지도 묶이지도 말고 세상이 강요하는 질서 속에서 자신의 예술가적 진실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는 김연수의 어법은 거칠지만 진솔하고,자기중심적이지만 솔직하다. 
나는 초기의 작품보다 후기의 작품에서 화면의 부드러움과 강함, 구성의 절묘한 균형, 형태의 밸런스가 주는 조화로운 아름다움이 지금 그녀의 작품에서 세련되게 피어나는 점에 주목을 한다.
김연수에게 보편적인 관습이나 회화의 일반적인 형식은 도대체 어울리지도 흥미도 없어 보였던것에 비하면 이 작품들은 이제 회화의 참맛을 아주 근사하게 보여준다.
그녀에게 회화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드러내는 진실한 하나의 방법과 도구가 곧 그림이었음을 그녀는 진정으로 체감하고 있어 보인다.
회화로서의 본질은 더 이상 그녀에게 침투할  여지도 더 이상 집에 갇혀 있지도 않았는데 거미의 형태를 통해 내재적 불안과 소외감, 사랑과 삶, 그리고 화가로서의 출발이 모든 삶의 영역에서 공유된다.
거미의 특징을 연구하면서 본격적인 거미 회화 작업에 뛰어들었던 김연수의 거미는 이제 능동적이고 독립된 개체로 우리들 삶과 공감하면서 비유된다.
그것은 때로 추상적으로 해석된 거미 이미지, 색채를 통해 강하게 저항했던 회화의 본질에 그녀는 더 풍부한 예술적 감성으로 우리들을 사색과 성찰의 지평으로 안내한다,
거미를 앞세우고서 말이다.마치 루이스 부르주아가 그랬던 것처럼.

김종근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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