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화가가 사랑한 매화의 품격,부드러움과 단아함

김종근

화가가 사랑한 매화의 품격,부드러움과 단아함

김종근 (미술평론가)

 화가들이 가장 즐겨 다루는 회화적 모티브는 꽃이다. 기본적으로 꽃은 화려함의 상징이며 종종 아름다운 여성을 지칭하거나 사랑을 의미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꽃을 즐겨 그리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꽃의 상징성 외에도 꽃만이 지닌 매력적이며 독특한 색채 때문이다. 그러나 동양회화에서는 꼭 그러한 색채만으로 꽃을 그리지는 않는다. 수묵화가 그것이다. 보통 수묵화는 먹으로 그린 회화.묵화. 채색화에 대한 상대개념으로 묵선 만의 백묘화(백화)에 대해 먹의 농담과 억양 표현에 있는 그림을 말한다.물론 그 역사는  중국에서 시작하여 우리나라에 전해진것이다. 이런 수묵화의 직접적인 발단은 7-8세기로 거슬러 올라가 산이나 나무의 입체감을 농담의 먹으로 표현하는 ‘파묵’의 기법 과, 윤곽선을 쓰지 않고 수묵이 퍼져나가는  ‘발묵’의 기법으로  그 역사가 깊고 오래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그림 양식 중 하나가 사군자의 매난국죽이 그러하다. 옛 선인들은 이 그림의 바탕에 회화의 근본이나 철학을 그림을 통해서 생각이나 정서, 정신을 투영시키려 했다. ​그 점에서 박명임의 작업도 수묵화에 형식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그럼에도 그녀의  그림이 특별하고 이채로운것은 먼저 작품의 주제가 전부 매화를 회화적인 모티브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더욱이 그 매화들이 대부분 묵매 혹은 전형적인 먹과 꽃으로만 이루어져 있는 독창성을 엿볼수 있다.  우리는  보통 매화 그림을 선비들이 사랑한 나무로 간주하는데 그들의 곧은 품성을 매화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매화는 평생 향기를 팔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지조와 절개는 가히 최고로 그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마치 북송시대에는 소식 ∙ 미불 등 사대부 화가들이 이 수묵화를 내면표현의 수단으로 그린것을 생각할때 박명임작가의 매화도 그 깊은 뜻과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을꺼라는 믿음을 준다.
박명임의 매화 그림에는 여백을 중시하면서도 단박소쇄한 매화의 순결함과 단아함이 무엇보다 눈에 띄게 돋보인다.뿐만 아니라 그 매화의 화풍을  일관되게 추구하는 문인들의 지조처럼 담아내면서 거기에 한국적 미를 잘 보여주는 감칠맛 나는  필선의 매화를 어김없이 드러낸다.
무수한 매화 작품들속에는 거칠면서도 빠른 붓놀림으로 단박에 그림을 그렸음직한 자유로움과 세밀함이 절묘하게 만나 매화축제의 판을 벌이고 있다. 마치 눈 속에 핀 설중매를 찾아가는 탐매행’을 즐겼던 우리의 선비들처럼 눈 사이에 피어난 매화를 보며 봄의 시작과 함께 겨울의 끝을 알리는 매화의 풍경을 전작품에서 한결 같이 떠올린다.그 가녀리고 매화의 연약하며 줄기를 몸에 지니며 새싹을 띄우고, 꽃을 피우는 고난과 역경의 진정한 매화향기를 뿜어낸다.어쩌면 박명임작가는 그런 매화의 형상과 지조에 온 마음을 홀딱 다 빼앗긴듯 하다. 보통 매화 그림은 단독으로 그리는 경우가 보편적이다.물론 종종 매화에 참새나 까치나 달등을 집어 넣는 작품들도 있지만 박명임은 거의 매화 그림을 수묵으로 담백하게 사람 마음을 붙잡아 즉흥적인 인상의 표현에 그 무게를 두고 있다. 아마도 매화 그림에 진정한 제 멋이 무엇인지 작가는 충분히 이해하고 그 멋을 그려야 함을 명확하게 잘 파악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마치 화가만이 '詩皆不知梅枝王 시인들은 알지 못하리.  更審綠葉與靑枝 다시 한번 푸른 잎새와 푸른가지를 살펴보노라.'처럼 말이다.주목할 만한 아주 큰 화폭의 매화 그림은 화폭 곳곳에  먹으로 그 가지의 부드러움과 거칠음이 서로 교차하면 교접하며 그 빛을 발한다.박명임 작가는 홍매의 색채와 운필이 뛰어나  더욱 매화꽃은 이쁘고 작고 붉어 선묘나 붉은 색채만으로 홍매의 감칠맛을 충분히 내고 있다.그래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매화의 그윽한 향기와 앳된 가지에서 피어난 꽃들속에 작가가 담고 싶어하는 내면의 심경과 곧은 매화나무의 품성에 격조를 쌓아두고 있음을 보게 된다. 
작가의 심경도 이른 봄, 아직 겨울의 냉기와 찬바람이 남아있는 계절에 제일 먼저 꽃을 피우는 그 지조처럼 어렵고 힘든 시기를 이겨내며 획득한 이상적 가치를 작가는 불어 넣고 싶었을것이다. 
 “산창에 기대서니 밤기운이 차가워라. 매화 핀 가지 끝에 달 올라 둥그렇다. 봄바람 청해 뭐하리, 가득할 손 청향일다.”마치 이황의 시 달밤에 매화를 읊다.라는 심경이 곧 작가의 마음과 하나도 다르지 않으리라 .그런데 그 매화가 홍매화라 , 전체적으로 붉은 채색을 한 이유도 어쩌면  붉은색이 가진 사악한 기운을 막아내는 벽사의 의미와 ‘ 바로 일편단심은 ‘한 조각의 붉은 마음’이란 뜻으로 의지를 표현하는 것과 상통하며 그래서 그의 홍매화는 상징성을 넘어 우리들에게 고결한 메시지를 날리고 있다. 나로서는 박명임의 매화는 수묵도 나름대로 형태와 구성에서 부족함이 없지만, 아무레도 홍매화가 눈에 자꾸 눈에 선할 정도로 아른거린다. 특히 최근 야심차게 대작에서 보여지는 홍매화는 단아하던 필선을 넘어 자유스러움과 거침없음이 초기에 번득이는 묵매처럼 변화무쌍 해짐을 발견한다.
거기다 매화그림 속에는 여린듯 가냘프지만 꽃을 피워내는 강렬한 생명력도 살아 숨쉰다. 그리하여 단아한 매화는 예술가의 품격을 더하면서 만약에  달빛을 받은 하얀색의 매화가 아닌 홍매화라도 이 단아한 풍경을 옛 선비가 본다면 눈시울을 적실지도 모를 정도이다.그러기에 작가는 지겨우리 만큼 집요하게 홍매에 온 마음과 열정을 담아내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이미 박명임 작가는 십여폭이상의 오창석 화가 그림을 빼어나게 수없이 모사하면서 필력을 키워왔다. 거기다가  오랫동안 붓글씨와 서예를 하면서 서,화가 가져야 할 운필법을 체득하고 단련함으로서 작가로서의 기본기를 충실히 익히고 동양화단에 입문했다.  이렇게 탄탄한 기초실력을 쌓았음에도 필자는 욕심을 덧붙이고 싶다. 너무 반복적인 작업 보다는 전통적 ‘필(선묘)’과 혁신적인 ‘먹(수묵)’을 지양한 작업을 제안 해보고 싶다.마치 19세기 홍백매화에 뛰어났던 매화그림을 그렸던 조희룡처럼 , 한 나무에 붉은 매화와 하얀 매화를 동시에 그려 넣는 파격과 기법을 구사했으면 하는 비평가로서의 욕심을 부려본다. 과거에 너무 얽메이지도, 버리지도 않고 전통을 지키면서 매화의 새로운 화품에 결기를 그녀가 작품으로 남겨 주었으면 하는 욕심을 부려본다.그것이 선비가 사랑한 매화의 매력에 이상세계를 향한 작가의 철학에 힘이 되기를 바라는 마지막 이유이기도 하다.이번 전시는 박명임 작가로서는 처음으로 화가로 데뷔하는 첫개인전이다.그녀는 그 첫번째 꿈과 이상향을 매화에 모두 실었다.  매화를 통해 이상세계에 대한 희망과 꿈이 많은 사람들에게 뜨겁게 품격있게 다가가길 응원하고 축하한다.화가로서의 첫 발걸음이 부디 홍매화처럼 예쁘고 우아한 꽃길이길 ...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