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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가의 고뇌, 우리나라에서 글쓰기

김종근



비평가의 고뇌, 우리나라에서 글쓰기 


김종근 | 미술평론가

나는 그 어느 곳으로부터 특별히 허가를 받지는 않았지만, 비평행위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나는 비평가로 불린다. 그러나 꼭 비평가라는 것이 일정한 자격증이 있어야 하는가도 의문이다. 오히려 나는 진정한 비평가란 작품에 관해 정당하게 평가를 하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일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책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비평한다는 것이 새삼 힘들다는 것을 절감한다.

얼마 전 나는 어느 작가에 대한 전시 서문을 썼다.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는 전시의 서문이 주례사로 불린 적이 있다. 그 주례사라는 것이 우리나라에 비평가들을 아주 곤혹스럽게 그리고 힘들게 하였다. 그리하여 우리나라에 비평가들은 마치 무엇이나 다 좋다고 칭찬하는 사람들이라는 앵무새 같은 인식이 널리 퍼져 있었다. 지금 그러한 인상은 많이 가셔졌다. 그러나 작가들의 비평가에 대한 인식이나 보는 눈은 아직 크게 바뀌지 않은 것 같다. 그 작가가 전화를 걸어 왔다 서문의 일부에 어느 작가의 영향이 보인다고 썼는데 그 작가의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느냐는 것이었다.

나는 작가의 이러한 반응을 예상해서 사실 매우 온건하게 그것도 훌륭한 외국 작가의 사례를 들어가면서 비교 설명했다. 작가가 보면 약간은 기분이 언짢을 수야 있겠지만 그다지 작가를 욕되게 하난 수준은 아니었다. 나는 그러면 참 미안한데 도로 원고를 돌려달라고 정중하게 부탁하고 내가 다시 한번 읽어 보겠다고 했지만 다시 읽어 보아도 나는 그다지 비판적으로 쓴 것도 아닌데 작가들이 지나치게 민감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고 한없이 미안했다. 작가의 얼굴을 보기가 부담스럽고 민망스러울 것 같기도 하다.

전화를 끊었지만, 여전히 나는 자연히 깊은 회의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에서 비평한다는 것이 중국에서는 화가의 평가를 24항목에 걸쳐 등급을 매기기도 하고 서양에서는 더 혹독하게 작품을 비판하고 했건만 난투극을 부렸다거나 싸웠다는 기록이 없다. 지나치게 우리나라 작가들이 비평에 대해 민감해하고 비평가를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고 작품을 더 잘 이해 할 수 있도록 때로는 긍정적으로 때로는 비판적으로 예술품의 진정한 평가를 하는 사람이라는 믿음과 생각을 가질 수는 정녕 없는 것일까. 새삼 우리나라에서의 글쓰기가 조심스러워진다. 그래서 나는 늘 남의 인생에 간섭하는 사람으로서 비평이 기쁨보다는 우울함이 더 많다. 

작가들이여 좀 더 비평에 대하여 초연하고 가슴을 열고 비평가를 보아달라. 비평가도 인간이고 또 그래서 실수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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