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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혜 /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넘나드는 MZ 세대

김종근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넘나드는 MZ 세대- 이다혜 


김종근 | 미술평론가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Millennials)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Gen Z)세대를 우리는 통칭 MZ(Millennials and Gen Z)세대라 한다. 이제 갓 30대에 접어든 화가 이다혜는 나이로 볼 때도 아주 명확한 MZ 세대의 중심에 서 있다. 이들 화가의 전형적인 특징은 디지털 환경에 매우 익숙한 젊은 세대로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다 보니 모바일이나 아이패드, 컴퓨터를 선호하며 최신 경향에도 민감하며 대중 매체나 영상문화에 가까운 취미를 가진 그들만의 특징을 반영한다. MZ 세대로서 이런 특징은 그림에서도 쉽게 발견된다. 그러나 이다혜 그림 속에는 이다혜만의 독특한 개별성이 읽힌다. 그녀는 어린 나이에 캐나다로 유학하여서 유년 시절을 보냈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어린 소녀들이 접하게 되는 감성적인 만화 등 애니메이션을 접했다. 특히 자연 중심 교육에 중점을 둔 그곳에서 종이나 나뭇가지, 꽃, 동물 그림 등을 가까이했다. 그런 것들이 그녀를 예술가로 만들었다. 애니메이션을 전공하고 일러스트적인 그림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화가로 애니메이션이나 만화가 등을 꼽는 이유가 그런 것이다. 특히 일본의 대표적인 공포만화가인 이토 준지와 이누키 카나코, 타카하시 요우스케 등의 주로 공포스런 괴담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접하면서 그녀는 집착증적 취향의 매니아가 되었다.

이다혜는 고백했다. “어린 시절부터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너무나 우울했고, 그림을 그리면서 즐겁고 기뻤다”라고 했다. 그림으로 우울을 카타르시스 하는 선천적 예술가형 체질을 타고 태어난 것이다. 마치 팀 버튼이 애니메이션을 전공하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영화에 몰두하기보다는 혼자 공동묘지에서 지내며, 하루 종일 TV를 보며 시간을 보내 감독이 된 것처럼 그녀는 하루라도 무엇인가 이미지나 영상을 만지지 않으면 슬펐고 행복하지가 않았다고 했다. “심연 속에 가라앉을 만큼 우울할 때 내려오는 실낱같은 행복이 있으면 그것을 최대한 죽고 싶지만 살고 싶은 고통을 즐기며 그림을 그리면 잘 그려진다.” 그녀의 간절함과 그리기의 진지함이 어떤 상황임을 잘 말해준다. 그녀는 감정의 파도에 잠수하면 이리저리 원초에 가까운 그림이 잔뜩 나온다고도 했고 그러기에 그림들의 주제는 이렇다 할 뚜렷한 명확한 주제가 없지만, 사실 그때그때의 감정을 끌어모아 그린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이다혜의 예술적 세계는 만화와 애니메이션, 그리고 감정과 현실 사이를 거니는 듯한 몽환적인 영상과 이미지들이 만나져 있다.
그런 생각이나 그림들은 대상의 캐릭터, 본질적 성격이나 단면을 특징적으로 보여줘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보여줌으로써 독자들이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도록 하는 게 만화나 애니메이션이 가장 적절했다. 오타쿠 그림의 장르와 그로테스크하고 유일한 것의 세대에 걸쳐져 있던 이다혜에게는 젊은 세대들이 겪은 것처럼 일본의 문화에 장기간 노출되어 영향을 받고 동시에 영어권 카툰에도 익숙해져 있는 그런 토양에서 성장했다. 게다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그림을 그리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우울할 때 그림을 그리면 행복한 감정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녀 작품의 이미지나 특징은 바로 이런 일상적인 감정의 표출이었다. 만화나 스틸 컷에서 볼 수 있듯 상황의 전개가 상상력으로 돋보이는 성과도 여기에 기인한다. 그러기에 작품이 단순한 것처럼 비추어 지지만 극적인 효과도 뚜렷하게 보인다. 다만 그녀 작품을 어떤 하나의 성격이나 개념으로 규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다혜의 작업은 다채롭다는 점이다. 그것은 그녀의 장점이기도 단점이기도 하다. 서정적인 바람막이의 풍경들이 있는가 하면, 전형적인 일본 애니메이션의 스틸컷을 옮겨 놓은 듯한 작품들이 눈에 보인다. 

이런 다채로운 무대와 배경들의 교차 지점을 주목해 보면 그녀는 즉흥성이 두드러진 작가군에 포함되며 감정선이 즉흥적이다. 초벌 그림 없이 직접적으로 모바일이나 아이패드 컴퓨터로 그린 작업들이 일러스트적이면서 그래픽적이고 그래피티적이고 어떤 기법은 의외로 회화적인 느낌을 유감없이 보여줄 정도로 섬세하다. 특히 만화 이미지 작품들은 과장이나 극적 상황 등을 볼 수 있듯 표현이나 전개가 다이내믹하고 역동적이다. 특히 간결함으로, 만화를 복제한 작품들은 급격히 떠오른 팝아트의 로이 리히텐슈타인을 떠올리기도 한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만화의 이미지와 차이점도 보인다. 빨강, 노랑, 파랑 삼원색의 빛바랜 색감에서 단청색과 오방색을 아우르는 거기에 흑백 무채색의 색감을 조율해가며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작업들은 이다혜의 큰 장점이기도 하다. 회화적이며 만화적이며 푸른 대나무 숲속 호랑이 풍경과 내뿜는 입김에도 무지개 색깔, 원색과 선명한 단청 빛깔들은 이다혜의 작품에서 각별하게 포착되는 놀라운 디자인 감각이다. 그것도 일정한 경향에 갇히지 않고 세계 주요 디자인의 패턴이나 스타일들이 통일성 있게 원형을 유지하며 독창성을 가지는 점은 매우 인상적이다. 그것은 아마도 어머니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받은 문화적 DNA일 것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어쨌든 대나무 숲속 호랑이와 아름다운 여인 이미지, 그 색감과 소재와 해학적인 형태, 같은 그림의 다양한 워홀 적인 기법의 버전이 작품으로 등장하는 것은 흥미롭다. 또한, 그 표현범위도 폭넓고 방대하다. 한국의 전통문양을 시작으로 중국은 물론 일본 몽골 티베트, 중동의 이슬람 문양까지 그 범위의 광대함에 경탄한다. 3대 종교인 불교의 만다라, 가톨릭을 포함한 전통문양과 이슬람의 문양도 모두 원을 중심한 일정한 디자인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예사롭지 않다.

이다혜는 천의 표정으로, 천의 얼굴을 넘나드는 패턴으로 인간의 감정을 시각화하는 MZ 세대의 작가로 기대된다. 이것을 나는 이다혜의 풍부한 가능성과 다양성이며 MZ 세대 최고의 장점이라고 본다. 이다혜는 애니메이션을 공부하면서 우리 아이들과 놀아줄 한국전통의 캐릭터들이 너무 서구화되어있다는 것에 유감을 표시한다. 그래서 민족적 캐릭터로 전통문양과 거부하지 않는 공통적인 문양으로 캐릭터를 만들어, 영상매체를 통해 새로운 한류 문화를 전파하고 싶다는 야심 찬 의욕을 드러내고 있다. 그녀의 내면과 감성 속에 대중 매체를 가장 보편적인 그리고 한국적인 감성과 기술로 담아냄으로써 이다혜만의 특징과 전형을 보여 줄 것으로 기대한다.

이미 그녀는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캐릭터를 유머러스하게 표현하고 위트와 독창성으로 스토리에 맞춰 캐릭터를 짜낼 재능과 아이디어를 지닌 재능있는 아트테이너이다. 아마도 그것이 코리안의 k -대중문화(popular culture)와 미술(fine art)가 합쳐 만들어지는 k-아트 컬쳐의 현주소이다. 이다혜의 그래피티적인 페인팅, 그래픽, 설치, 디자인 애니메이션 그 천부적인 감성과 다양성이 찬란하게 빛나길 기대한다. 

“예술가라면 사물을 새롭게, 이상하게 바라볼 것을 언제나 기억하라.” 팀 버튼의 이 명언을 이다혜는 이미 충실하게 존중하고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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