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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숙 / 그림 서정시, 한국의 샤갈 같은 여자

김종근



그림 서정시, 한국의 샤갈 같은 여자.김원숙

김종근 | 미술평론가
 

1978년 어느 날 회사를 마치고 들른 명동화랑에서 난 처음 김원숙 그녀의 그림을 처음 만났다. 그 때 그 그림은 뭐 이쁘지도 않고. 색채도 없고, 야외에 두 젊은 남녀가 누워 있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왜 그림이 매력적일까 춤추듯 거침 없는 붓질 ,그 붓질이 빚어내는 신비한 스토리와 시츄에이션 이다.그 남녀를 바라보는 사람. 그 두 남녀를 향한 관심이다. 고개를 내밀고 있는 한사람, 하늘을 나는 사람. 이 구성이 보여주는 거침없는 목소리와 붓질이다. 현실과 이상이 만들어 놓은 풍경이 서정적 붓질로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김원숙 그림의 특징은 아주 단순한 스토리, 너무나 심플하고 단순한 주제가 특징이다. <달 그림자 춤>처럼 아주 단순한 춤 사위를 화폭에 담아낸다. 그 춤은 또 모두가 한국적이다. 모두가 흰옷을 입고 춤을 추는 그 모습에 당신이 얼마나 한국적인가를 말해 준다.  그 몸짓들은 그대로 우리와 나의 삶처럼 가슴을 울렁거리게 한다. 화폭 속에 사랑이 그러하다. 그녀의 그림에는 아주 다양한 사랑의 모습이 담겨있다. 남녀의 뜨거운 사랑, 뱃전에서 포옹하는 남녀, 때로는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며 잠을 자는 모습에서 남녀의 사랑,부부의 미움, 삶속에서 보여지는 애증의 스토리가 그대로 솔직하게 바로 이웃의 이야기처럼 담겨있다. 그것도 아주 담백하고 솔직하게 담겨있어서 사람들로 공감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이야기는 너무나 자전적인 스토리이다. 그리고 그 그림에 무대는 드라마적인 공간이다. 눈오는 야밤의 홀로 쓸쓸히 있는 빈집의 불빛처럼 쓸쓸하다. 그러나 아름답고 치명적으로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나무만 한그루 서 있는 쓸쓸하고 고즈넉한 풍경, 겨울밤의 물 흐르는 풍경, 부러진 나무. 산 물길에 외롭고 쓸쓸한 배 한척, 말할 수 없이 쓸쓸함이 고향을 떠나 사나느 이방인의 삶과 그리움의 감정이 그대로 그림속에 보석처럼 박혀있다그러나 그녀의 무대는 완전히 연극적 공간으로서 무대이다. 1978년 전후의 스토리가 <지젤>처럼 그대로 연극적 공간에서 펼쳐진다, 라인강변에서 벌어지는 함께 춤을 추고 사랑하고, 돌아누운 모습들이  1841년 6월 28일에 파리 오페라 극장에서 초연된 이후로 <지젤>은 낭만 발레의 대명사로 일컬어진다.  이 발레의 기원은 당대 최고 발레리나의 한 사람으로 꼽혔던 카를로타 그리지(Carlotta Grisi)를 향한 고띠에의 찬미에서 출발하였다. 그리지의 춤을 보고 그녀를 숭배하게 된 고띠에는 그녀를 위하여 새로운 역할을 구상하던 중, 하인리히 하이네(Heinrich Heine)가 쓴 한 시구에서 빌리(Wili)라는 처녀 귀신들의 이야기를 읽고 영감을 받게 되는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마을로, 젊은 귀족 알베르(Albert)는 신분을 숨기고 이 마을의 일원인 것처럼 춤추는 것을 너무나 좋아하는 활발하고 명랑한 마을 아가씨 지젤과 사랑하는 사이의 이야기에 비유된다.

이렇게 김원숙의 그림은 코믹과 아이러니 그리고 짠한 슬픔이 어디서든 묻어난다. 생활과 삶 속에서 벌어진 이야기들이 드라마틱 하게 전개된다. 강물 위에서 남자의 어깨 위에 올라타고 아슬아슬하게  연기를 하는 부부의 인생이 숨막히게 벌어지는데 이게 우리네 인생이라는 것이다, <밤길 드라이브 >도 그러한 삶의 밤 풍경 모습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이 모든 풍경들을 컬러나 색채로 쓰지않고 모두 흑백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렇게 흑백으로 한 이유는 상황을 더욱 더 극적으로 연출하기 위한 그만의 탁월한 스킬이다. 그래서 이것은 김원숙의 서정적 붓질이다.

그의 또 다른 무대는 집이다. 김원숙의 많은 그림에 배경은 모두가 집에서 시작되고 그곳이 주 무대이다.빨래를 너는 모습, 서로 다른 꿈을 꾸고 있는 풍경, 그리고 사랑과 갈등이 모두가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부부가 함께 살면서 벌어지는 모든 작은 섬세한 이야기가 여기서 일어난다. 함께 울고 웃고 , 외롭고 ,좌절하고 ,기뻐하며 환희하는 이 모든 풍경이 이처럼 집약시킨 예술가는 지구상에 없다. 우리가 그를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인지도 모른다.

두말 할 것 없이 김원숙은 한국의 여자 샤갈이자 마지막 샤갈인지도 모른다. 그러한 풍경은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여류 화가 샤갈처럼  꿈과 사랑을 쫓아 영혼의 아름답고 슬픈 한 여자의 서정적인 빛깔이 검은 먹빛으로 되살아나고 컬러로 그 꿈을 아름답게 색칠한다.  특히 이 모든 스토리들이 이야기들이 때로는 영화장면처럼 때로는 창문처럼,평면과 입체로 우리네 삶의 모든 이야기들을 너무나 낮은 목소리와 숨결로 우리들을 감동 시킨다. 특히 하늘을 날아다니는 그녀의 모습은 그래서 여자 샤갈로 불릴 만큼 환상적이고 정겹다. 의심할 여지없이 그녀의 그림은 그림인 동시에 한편의 아름다운 서정시 ,연정의 시이다.

그래서 시적인 그림을  보면 중독처럼 오랫동안 보아야 한다. 마치 그의 그림을 계속 시라고 생각하고 있으면 그녀의 그림은 질리지 않는다. 마침 연애 할 때의 감정처럼 모든 것을 떠올리게 하고  생각나게 하며 연애감정을 되살린다. 내가 그림을 보는 가장 큰 즐거움이다. 어쩌면 그림 이란 이런것이다. 이렇게 쉬운 그림. 너무나 쉬워 그대로 그림들 달려들어 가슴에 안겨 한폭의 사랑을 위한 세레나데가 된다. 그곳에는 연인들의 작은 행복의 이야기가 봄바람처럼 흔들리고 있다. 그것들이 모여 사랑이 되고, 행복이 되고, 그리움도, 시도 된다. 그림도 시가 될 수있다는 사실, 너무나 편안하고 소박해서 그 그림속에 가서 한참동안 놀다오고 싶다. 어렵게 언어를 풀어내는 기술이 미술이 아니다. 진정한 사람의 마음을 흔들는 미술이란 이런 것이다. 이런 그림을 보면 나는 언제나 행복하고 그것은 또 나의 삶처럼 절대적으로 공감하기도 한다. 그녀의 모든 그림들이 매일 밤 나의 방 침실 천정에 어른거린다. 내가 잠을 아주 편안하고 행복하게 잔 날들은 놀랍게도 내가 그녀의 그림을 본 날들이다. 그녀의 그림이 우리에게 아니 내겐 피할 수 없는 마약인 이유이다.

“예술이란 결국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입니다. 좋아하는 옷이나 가구를 하나 사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이고, 미술 작품도 그런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합니다”
-김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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