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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수 / 일상, 그 추억의 풍경에 대한 답장

김종근



일상, 그 추억의 풍경에 대한 답장 –유미수 


김종근 | 미술평론가

모든 화가는 자신의 화폭을 통해 자신의 꿈과 이상, 혹은 희망을 노래한다, 마치 가수처럼.
‘행복을 그리는 화가’로 알려진 스페인 출신의 에바 알머슨은 언제나 그림을 보는 이들에게 꿈과 희망의 즐거움을 선물하고자 했다. 그 선물 상자에는 자신이 화가로 살아오면서 느낀 감정 그리고 아름다운 기억, 혹은 추억들을 담고 있었다. 많은 사람이 그의 그림을 사랑하는 이유는 일상생활에서 탈출하고 싶을 때 그녀의 그림을 보면서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그림 속에는 사람들 사는 모습 그리고 따뜻한 기억의 풍경을 통해서 그 감정을 함께 경험하기 때문이다.

유미수 작가의 티 없이 맑고 따뜻하며, 이쁜 그림들을 보면서 에바 알머슨을 떠올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는 젊은 시절의 추억에 답장을 쓰는 심정으로 그림을 그린다. 커다란 태양 아래 누렇게 색 바랜 손수건을 풀어헤치고 눅눅해진 추억들을 정화시킨다. 그리고는 색다른 미래를 꿈꾸어 본다” 유미수 작가의 그림을 그리는 심경을 밝힌 진솔한 고백이다. 삶 속에서 일어나는 새로움에 설렘과 두려움으로 날마다 그림을 그린다는 작가는 어린 시절 향수에 젖은 노래이다. 자신의 화폭 앞에 서서 어떤 심경으로 붓을 드는가를 툭 털어놓은 이 고백이야말로 사람들이 유미수 그림을 사랑하는 본질이다. 유미수 작가의 화면에는 어떤 그림을 보아도 모든 풍경이 평화롭고 행복하며 무엇보다 사랑스럽다. 산에 이름 없이 피어난 야생화와 들꽃으로 시작해 붉은 태양 아래 노랗게 물이 든 커다란 해바라기들의 흔들림이 화폭 곳곳에서 넘실거린다. 또한, 불가의 상징인 연꽃, 연밥, 연잎으로 빗대인 연잎 시리즈도, 해바라기 꽃을 의인화한 해바라기 연작도, 행운을 상징하는 네 잎 클로버의 표현 또한 유미수 작가가 사람들에게 간절하게 건네주는 진실이다.


작가의 이러한 선물의 뜨거움은 행복을 표출하고 싶어 하는 내면의 의지와 열망을 충실하게 나타낸다. 작가가 성장하면서 이루지 못했던 아쉬운 꿈과 미련, 애틋함을 이 그림 속에 꽃들과 함께 올려놓고 있다. 모두가 잊혀 추억으로밖에 남아 있지 않은 “소라와 조개, 나뭇잎들이 추억의 메신저”로 그림 속에서 흩어진 추억의 파편들이 그러한 증거이다. 이 모든 모티브들이 그림 속에 모두 들어와 함께 어우러져 아름다운 노래의 화음을 만들어 내는 것을 어렵지 않게 발견한다. 그래서 어떤 컬렉터는 유미수 작가의 해바라기 그림 속에는 “꽃잎이 환희에 넘쳐 전율하는 느낌”이 드러나 있다고 감탄한다. 아마도 그 전율이란 감정 속에는 젊은 시절의 가슴 아프고 시린 마음과 추억에 정경을 담백하게 풀어내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그리기 행위를 “예쁘게 장식하고, 퇴색해버린 추억의 파편에 새로운 색을 입힌다”라고 말하는 최적의 묘사가 가능하다. 분명 유미수의 작품에는 아련하게 기억하고, 추억하고 있는 어린 시절의 풍경에 대한 때 늦은 답신이다. 그것도 타인의 추억이 아니라 자신의 독특한 경험과 기억 속에 남은 회상의 편지나 일기장 같은 답글인 셈이다. 그 풍경 속에는 유년 시절 그녀만 보았던 풍경만은 아니다. 그것은 그녀의 풍경이자 우리들의 풍경이기도 하다. 그림을 보는 내내 뭉클한 감동보다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촉촉함을 느끼는 풍경, 초겨울의 모닥불 같은 추억을 기념할 수 있게 해주는 화폭 속의 여백이 유미수의 회화 공간이다.

또 하나 작품에서 지나칠 수 없는 부분은 작업에 표면 즉 질감에서 보이는 진지함이다. 
일상의 공간을 한지 부조 작업으로 골고루 일관되게 형상화 내는 기법 또한 흥미로운 요소이다. 해바라기는 물론 연꽃, 부엉이 등 작가는 크고 작게 다양한 꽃들의 모양새와 꽃 풍경을 풍부한 장식성으로 색을 입힌다. 이 모두가 공정이나 과정이 쉽지 않은 릴리프적인,부조적인 기법과 프로타쥬 양식으로 풍경을 완성한다. 이것은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평면의 꽃 그림을 풍부한 입체감으로 회화의 깊이를 더해 줌으로 우리 눈과 마음을 행복하게 해준다.

그녀가 이런 일기장 같은 추억에 답장을 향기롭게 담아내는 것에는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풀잎처럼 스쳐 가는 모든 소중한 삶의 순간을 아름다운 흔적으로 형상화하는 그 심정의 순간들. 가슴을 설레게 하는 유미수의 풍경의 공간은 의외로 넉넉하고 경쾌하다. 마치 사랑의 멜로디가 흘러나오는 노래방 기계처럼 우리를 행복한 기분으로 들뜨게 한다.

그래서 유미수는 추억에게 쓰는 답장, 미래의 꿈, 추억을 팔아 행복을 사는 화가라고 불러야 한다. 각박한 삶에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그녀의 해바라기와 네 잎 클로버는 희망과 휴식의 메신저이다. 그녀의 그림에 빠져 있노라면 고달픔도 피로도 모두 일상의 순간이 행복지고 사랑스러운 순간으로 변색된다. 그녀의 그림이 가진 향기이며 우리에게 주는 최고의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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