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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컵쳐 가든, 5명의 독창적인 언어와 메시지

김종근



스컵쳐 가든, 5명의 독창적인 언어와 메시지



김종근 | 미술평론가 

서울 아트쇼는 올해도 어김없이 조각전 '스컵처가든'을 마련했다. 이를테면 도시의 정원에 조각을 설치, 공원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이번에는 그 작가들의 면면에서 단연 작가의 유명도와 작품의 완성도에서 5명의 작품은 반짝이며 걸출하다.

먼저 이일호는 인간은 본질에서 자유로운 그러나 에로틱한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한국의 가장 대표적인 작가이다. 그의 작품세계는 기본적으로 에로틱한 그리고 초현실주의적인 세계를 거느리고 있다. 초기부터 그의 조각에는 자유로운 성적인 주제와 모티브를 연결하며, '에로티시즘'을 집요하게 추구했다. 인간뿐만 아니라 작가들의 내면과 본질에 숨겨진 본능적이며 관능적인 쾌락을 담아낸 것이다. 그것은 이일호의 독창성이었다. 마치 '성에서 해방된 인간의 표현'이 정확하다고 할 정도로 그의 작품은 절대적 사랑과 본능, 욕망을 감추지 않았다. 여기서는 왜곡되고 변형된 인체 형태와 마티스적인 형태의 컷팅으로 구조적인 상상의 타원형의 인간 모습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기하학적 추상의 단순한 형태로 신체의 부분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일호가 에로틱이라면 국경오는 매우 휴머니즘적이다. 
국경오는 아름답고 서정적인 인물의 자세를 연출하는 풍경으로 사랑의 감정선을 명료하게 보여주고 있다. 한없이 부드러운 인상의 감성을 인간의 표정으로 감아 싸고 있는 모습, 바로 <품다>라는 그 제목이 암시하고 건네듯이 작가는 남녀의 포옹하는 장면을 양각과 음각으로 리얼리티한 감성으로 빚어낸다. 특히 그 장면을 나무에 빗대어 표현한 그 자연스러움에 이 작품의 매력은 넘쳐난다. 남녀의 숭고한 사랑의 감정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그 표정과 제스츄어에서 이 작품은 상징적이기도 은유적이고 메타포 적이기도 하다. 특히 구체적인 여인의 표정을 생략한 작가의 표현법에는 이 작품의 서정성과 은밀한 감정을 깊게 품어내는 마력을 뿜어낸다.

그 점에서 안치홍은 수많은 나뭇가지가 덩어리로 뭉쳐서 하나의 거대한 방향을 지닌 줄기가 되어 풍경을 만들어 양방향의 방향성을 구성하고 있다. 그것은 나뭇가지들의 거대한 결속과 뭉침으로 존재의 느낌 일수도, 삶의 에너지일 수도 있다. 우리는 쉽게 그의 작품에서 시골의 논과 밭, 산과 들에서 발견할 수 있는 어쩌면 그 시골스러움을 발견한다. 거칠게 엮어진 나뭇가지는 그가 산에서 2년 정도 살아온 체험적인 경험의 결과물임을 연상하거나 떠올리게 된다. 작가의 순박한 고백이 이 의도를 말해준다. “음, 사람들이 좀 쉬었다 갔으면 좋겠어요. 바쁜 일상을 잠시 멈추구요.”

조각가 박찬걸은 르네상스의 거장들 작품을 대형 입체작품으로 재해석한 조각을 지속적으로 선보인 작가이다. 대부분 조각으로 슬라이스 된 스테인리스의 조합으로 리듬감과 입체감을 리얼리티하게 살려낸 그는 이번에도 삼미신을 주제로 하고 있다.
삼신은 라파엘도 루벤스도 그렸던 <삼미신>은 아름다운 누드 작품을 서로 사랑스럽게 포옹함으로써 주고, 받고, 답례하는 '자비 Luberalitas'의 순환 과정을 의인화하고 있다. 이러한 삼미신은 조각으로 많이 존재하는데 그것을 입체로 재해석 조각화 했다. 현대적인 감성으로 해석하고 번안한 그 삼미신은 재료에서 표현에서 박찬걸만의 기법과 재료의 선택으로 참신한 입체작품을 탄생시켜 주목을 받고 있다. 그의 조각은 대부분 이상적인 비례와 균형을 갖춘 인체를 형상화해 그의 조각은 스테인리스판을 한장 한장 얹어서 표현한 형태로 판과 판 사이의 공간을 두어 제작 된 것들이다.

박진희 작가는 단순함과 간결한 언어로 그 작품의 조형성을 깊이 있게 생략, 추구한 작가이다. 그 표현의 간결함과 단순함, 과감한 생략의 형태로 본질적인 메시지를 확장 시키는 작가는 기본적으로는 움직임과 역동성에 풍부한 상상력과 생각의 깊이를 작품 속에 충분히 던져주고 있다. 특히 시각의 이중적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작가의 단순미는 단연 이 작가의 표현력과 사고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표현의 절제력과 공간을 드러내는 힘과 생명력은 작가의 가장 큰 에너지이다.

이 다섯 명의 작가가 빚어내는 아름다운 스컵쳐 가든의 하모니는 우리들에게 조각이라 무엇인가라는 의미와 가치 그 물음에 명징성 있게 답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이 조각가들의 정원은 충분히 천천히 산책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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