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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혜의 화양연화에 빛과 아름다움

김종근



한지혜의 화양연화에 빛과 아름다움
 

김종근 | 미술평론가

2000년. 왕가위 감독이 연출하고 양조위와 장만옥이 주연한 작품으로 제53회 칸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세기의 영화 ‘화양연화’(花樣年華)가 있었다.
한 아파트로 이사 온 두 남녀가 각자의 배우자가 외로움으로 사랑에 빠지지만, 도덕 관념으로 번민하다 헤어진다는 줄거리로 당시 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린 영화였다.
은유적으로 해석할 때 이 화양연화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절이지만, 한 여성의 삶에 있어 가장 빛나는 순간의 의미가 있다는 점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것이다.  

한지혜의 이번 시리즈 작품에 주제는 바로 이 <화양연화>이다.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두 번은 화양연화 같은 아름다운 시절이 있었을 것이며 그것이 꼭 사랑이 아니더라도 가장 기억 속의 오락 아마 사라지지 않는 인생 최고의 순간이 있으며 최고의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은 바로 지금일 수 있는데 많은 사람은 과거를 생각”한다고 작가는 지적한다. 
실제로 그녀의 작품 속에는 이런 느낌과 여성의 감성이 상징적으로 은유적으로 잘 묻어난다. 
이런 사색적이고 서정적인 한지혜의 작품은 그 대상을 인물화와 보석이라는 두 가지 경향과 패턴으로 아우르며 표현하고 있다. 
공통적으로 이 작품들은 인간과 여자의 감성을 공통으로 건드리는 묘한 특징을 갖고 있다.  
하나는 약간 회화 스타일의 초상화를 바탕으로 크리스털 등의 매체를 붙여 다양한 느낌과 인상을 돋보이게 하는 작업이다. 
그 주제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그녀가 주문으로 제작하기 시작한 초상화 성격을 가지고 있는 인물화이다. 이 주제에는 인물뿐만 아니라 보석 등으로 장식 치장되어 있어 그야말로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과 욕망 등을 상징하고 있다.
작가는 여기서 인간의 꿈과 희망 욕심과 같은 관념적이고 비구상적인 개념 표현을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한 본능과 욕망을 위해 인물화의 화폭에 붙이는 기술적인 작업을 택하고 있다.
그것은 당연히 그가 바라고 지향하는 빛이 될 수도 있고, 작가는 그것을 자신의 부끄러운 부분을 감추는 도구일 수 있다고 시인했다. 
혹은 자신의 단점을 물질적인 아름다움으로 덮어버리고 싶은 도피와 위안의 장소일 수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아마도 이 부분이 작가 한지혜의 가장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작가는 단순히 그러한 표피적인 이유 외에도 인물화에 보석을 접목하는 예술적 의미를 부여한다. 
즉 화려하게 빛나는 보석의 아름다움을 지닌 역사 속 유명한 인물들과 접목하여 아름다움과 역사의 조화를 한 폭에 그림으로 품은 명작의 작품들을 탄생케 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인물을 모티브로 한 초상화가 당연히 강조된다. 
역사 속에서 인물화를 그린 초상화의 가치와 의미는 그 기능과 역할에서도 아주 중요했다. 르네상스 시대에도 초상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초상화의 주인공은 권력자에서 부유층으로 다양해진다. 이처럼 초상화는 권력자의 업적을 기록하는 수단이자, 이미지를 만드는 일에 크게 활용되는 선전물이기도 했다.
예를 들면 진주는 엘리자베스 1세가 사랑했던 보석으로 '순결'과 '부'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물론 초상화의 위상은 1839년 사진기의 등장으로 위축되어 '이제 회화는 죽었다.'라고 프랑스 화가 들라 로슈가 그랬듯이 대상을 있는 그대로 재현할 수 있게 되자 그림의 문법이 바뀐다.
작가 한지혜는 회화 속에서 흔치 않게 인물화에 보석을 매칭시키는 뛰어난 기술과 감성 미는 이러한 초상화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이 외에도 그녀는 보석으로 다이아몬드와 에메랄드, 사파이어, 루비 등 정열적인 것과 강력한 힘 그리고 다양한 부와 권위를 상징하는 작품 기하학적이고 조형적인 작품들을 발표했다.
보석의 다양한 형태와 컬러, 그 빛나는 모습을 담아놓은 작품들은 가히 많은 사람이 탐낼 만큼 아름답고 매혹적이며 다이아몬드만큼 유혹적이다.
이 작품들은 한지혜의 세련된 테크닉과 정교하며 감각이 만들어낸 결정체로 단순히 아름다운 보석을 묘사하고 그리는 것을 차원을 넘어서 있다.
가장 강한 보석으로 알려진 영원한 사랑을 의미하는 '다이아몬드'를 담아낸 그림이 대표적인다.
그것은 높은 값어치뿐만 아니라 반짝반짝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형태에서부터 다이아몬드의 눈물까지 작품으로 변이 시키고 있다.

이렇게 한지혜는 작품속에 담긴 인물들의 스토리를 통해 역사와 문화적 의미를 전달하는 것에서 섬세하고 치밀한 디테일로 작품을 완성시킨다.
한지혜는 탁월하게 세련된 조형적 미감과 언어로 아름다움을 이야기로 풀어낸다. 
물론 이 작품들은 찬란하게 빛나는 주옥같은 보석들에 그 미적 아름다움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그것들이 한지혜의 손을 거치면서 최고로 우아하고 반짝이는 마침내 반짝 빛을 발하는 신비로운 섬광의 존재로 태어난다.
우리는 이제 아름다움의 새로운 세계와 가치를 발견한다. 어쩌면 그녀의 작품 속에 담긴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하여 아름다움과 역사의 조화에 깊이 공감하고 감탄하게 된다.
어쩌면 보석의 가치는 가격이 아닌 개인적인 추억과 소중한 이야기로 가득 차 외향적인 아름다움을 넘어서 깊은 의미까지 담아내는 그 울림이 담긴 작품에 숨어있는 것이다.
한지혜의 꼼꼼하고 아름답게 탄생시킨 작품을 보면 그 빛나는 보석들을 작가가 고백한 것처럼 “잠시 가질 수는 있어도 영원히 소유할 수는 없다”라는 그 진리를 작품들이 증명 해주고 있다.
유한한 시간 속에서 영원한 시간을 꿈꾸며 미소짓게 하는 한지혜 작품의 진정한 매력이 이것이다. 
그래서 그녀가 정의한 “예술가란 무에서 유를 창조하며 현존하는 세계 독특한 시각적 경험을 선사하고 특별한 방식으로 사물을 바라보게 하는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이란 정의는 그의 작품에 이상적인 <화양연화>의 답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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