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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무당벌레의 메타포적 언어- 황신영의 평면과 입체

김종근


꽃과 무당벌레의 메타포적 언어- 황신영의 평면과 입체


김종근 | 미술평론가

황신영 작품에 전반적인 주제는 꽃이다. 그는 꽃을 비교적 오랫동안 회화에 주요한 모티브로 삼아 왔다. 마치 그에게 있어 꽃은 그의 예술세계를 열어 보이는 동시에 정신적 세계관을 집약시키는 가장 이상적인 대상으로 간주되고 있는 것과 같았다.  
특히 그는 초기 작업에서 부터 꽃의 아카데믹한 표현에 있어 그 충실성을 인정받아왔다. 그 이후 점진적으로 그는 꽃의 다양한 종류와 표정을 섬세하게 시각화 해 왔다.
그 그림들에는 그릇 속에 담겨진 무늬를 담아보기도 하고, 그릇과 함께 한 꽃, 선인장 등 풍부한 형태의 꽃들을 주로 석채 안료를 중심으로 담아냈다. 
그 가운데 특징적인 것은 이들 그림의 배경이 꽃과 더불어 매우 환상적인 분위기와 장식적인 모습들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다소 현란한 색채와 화려한 장식적인 구성, 솜털까지 묘사된 그 꽃들로 황신영은 전통적인 동양 채색화의 형식과 계보를 이어받는 탄탄한 작가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렇다고 그가 전통적이며 일상적인 꽃 표현에만 탐닉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황신영의 작품에 주목하고 싶은 이유는 바로 그가 진부한 꽃 표현에 빠지지 않고 새로운 자기표현의 양식화에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은 개괄적으로 두 가지 관점에서 주의를 끌고 있다. 
하나는 독특한 채색 안료에 대한 관심과 연구이며, 또 다른 하나는 그가 다루는 주제에 대한 대립과 화면구성의 모던함 또는 신선함이다.  
색채에 대한 황신영의 관심은 이미 평론가 오세권이 지적하였듯이 채색화의 연구와 이론뿐만 아니라 실제 작업에 온 힘을 기울여 왔다.
 거기다가 현대 채색화의 안료에 관한 논문을 쓸 만큼 그는 특별히 채색화에 깊은 애정을 품고 있다.  
이 점에서 그의 작품에 대부분이 석채로 이루어졌다는 것은 전혀 낯선 일이 아니다. 
그뿐만 아니라 황신영은 단순히 꽃이라는 대상을 장식성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고구려 고분벽화로 이어지는 한국 채색화의 전통적 맥락을 계승하는 일에도 열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그런 그의 꽃에 관한 관심은 90년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기 그의 작업은 일상적인 꽃 그림으로서 그다지 주목할 만한 것은 못 된다. 왜냐하면, 한국화의 상당수 작가가 너무나 오랫동안 특별한 시각적 독창성 없이 단순히 그림의 화제 차원이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채색화는 흔하디흔한 것이 꽃 그림이라는 예쁜 그림으로 편중되거나 전락 되었다. 결국, 꽃 그림은 한국화가 가지고 있는 전형적인 상투성의 그림으로 치부되고 말았다. 
이것은 한국화의 큰 소재주의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는 그의 화면구성에 방법과 세계로 시선을 옮겨보자. 이것은 그의 작품에 가장 핵심적인 논의의 주제가 된다. 특히 최근 그의 작품은 양식상 새로운 차원의 작품으로 커다란 변모를 보여주고 있다.  
우선 구성상으로 평면 위에 대상을 묘사하던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화면을 대립하거나 병치시키는 방법에서 이전의 작품들과 구별된다.
캔버스 위에 만들어진 그의 화면구성은 우선 화폭의 대립과 분할이 중요하게 등장한다.  
예를 들면 검은색과 흰색의 극적인 대립, 흰색과 붉은색의 긴장감, 흰 공간의 효과를 살리고 있는 여백과 주요한 입체로 부풀어 오른 무당벌레 등은 황신영 작품의 가장 큰 특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때로 먹색의 농담으로 공간감 표현을 이루며 꽃이 그려지던 화면을 연상하면 채색을 두껍게 덧칠하여 유화 같은 거친 화면 속에서 꽃과 무당벌레의 하모니는 미묘한 감성을 자극하곤 한다. 

또한, 우리는 황신영 작품에서 꽃과 무당벌레의 이중적인 알레고리를 발견하게 된다. 그는 공간의 배치와 대립 속에서 꽃과 무당벌레로 정적인 화면을 형성하지만, 이것들은 미묘한 상관관계를 가진 대상으로 감지된다.
그는 이제 여느 채색화의 기본적인 형식을 빌리면서도 황신영만의 독특한 형식과 구조를 드러내 보인다. 예를 들면 각기 다른 캔버스를 조립하는 진열방식, 모노크롬이나 미니멀 느낌을 주는 화면 처리와 양감으로 평면 위에 오브제와의 만남을 구축하는 것이 그렇다.  
두말할 것도 없이 그에게 있어 평면 위에 오브제의 결정적인 대상은 무당벌레이다. 그러나 우리는 왜 하필이면 무당벌레일까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왜냐하면, 무당벌레는 늘 꽃과 함께 병치 되어 나타나기 때문이다. 
소위 레이디 버그 ('ladybug') 라고 불리는 무당벌레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세련되고 화려함이 아주 완벽히 돋보이는 곤충이다. 그뿐만 아니라 무당벌레의 날개는 아주 화려하고 선명하다. 
또한, 날개에 있는 무늬들은 마치 별을 따다 박아 놓은 듯 하다 하여, 인도에서는 무당벌레를 행운의 벌레라고 여기며 성스럽게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곤충으로부터 피하고자 그는 보호색을 지니며 자신을 지키며 동시에 무당벌레는 적에게 자신을 드러낸다. 
결국, 적들에게 일종의 경고 효과를 나타내는 무당벌레가 지닌 화려한 색에 경계심을 그는 자신의 심리적 세계를 반영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이것은 그가 왜 그의 작품 속에 무당벌레의 형태와 꽃을 일체화시키는가를 설명해주는 요소가 되고 있다. 황신영은 이렇게 그의 황무지의 꿈이란 정신적, 상징적인 표현을 다시 한번 집요하게 꽃과 무당벌레라는 상황으로 연출한다. 
이러한 긴장감 있는 연출은 당연히 그의 타고난 작가적 근성과 집중력에 기인한다.
황신영은 젊은 작가이면서 작품에서는 전혀 신인다운 느낌을 주지 않을 정도로 세련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그는 해마다 개인전을 발표하고 있으며 또한 그룹전에 출품하는 등 열정적으로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이제 그에게 우리가 기대하는 것이 있다면 그 자신의 언어로보다 균형 있는 오브제로서의 무당벌레의 형태를 구축하는 일이다.
그리하여 입체감 있는 모던함과 신선함으로 채색화의 새로운 영역을 열어 보이는 일에 나는 그의 역량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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