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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벌레에 담긴 영혼과 이미지를 찾아서- 황신영

김종근

“사과 하나로 파리를 놀라게 하고 싶다”고 한 화가가 있었다. 그는 그림 한 점을 그리는데 언제나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 , 그를 화단에 알려 유명하게 한 세기의 화상 앙보와즈 볼라르의 초상화 앞에서 단호하게 말했다.
볼라르씨 “ 만약 이 그림에서 내가 아무렇게나 그린 부분이 있다면 내가 그린 모든 작품을 회수하겠소” 라고 말이다. 그러기에 장사꾼마저도 그가 정물화 한 점을 완성하려면 백번은 작업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이름이 바로 사과화가로 불린 폴 세잔느이다. 그는 사과 하나에 그의 모든 예술적 표현의 정신과 양식을 불어 넣을 수 있기를 꿈꾼 화가였다.

젊은 작가로서 약관 30의 나이에 무려 개인전을 8번씩이나 한 황신영. 그의 작업에 대한 열정은 가히 열광적이다.
그의 작업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 치열함은 채색화에서 시작된다.
수업시절 익혔던 한없이 더디고 번거로운 채색작업으로 그는 극사실 형태의 꽃 그림을 그렸다.
그 꽃 그림은 전통적인 분채에 사실성을 부여하는 충실한 형식에 집중되었고, 회화적 대상으로서 미적 효과를 거두는데 기여했다.
분명 그의 회화에 모티브 이었던 꽃들은 그에게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절대적 대상이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꽃의 형태는 물론 색채와 화면구성에서 머무르거나 정체되지 않고 변화를 시도했다.
사실적인 묘사에서 비정형 적인 형태들과 조합 된 스타일을 끌어들이는가 하면 , 그 작품들 사이에 꽃잎만으로 완성된 작품을 조합하는 조립형 이미지의 결합에 실험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그의 작품은 꽃보다 무당벌레에서 보다 본격적인 작품의 특질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그는 꽃의 사실적 표현을 떠나면서 본격적으로 무당벌레를 통한 조형적 세계로 주제와 형식을 옮겨가고 있는 중이다.
즐겨 꽃과 함께 출현하던 무당벌레는 최근에 들어 무당벌레만 크고 작게 등장시킴으로 그의 관심의 일단이 무당벌레에 있음을 극명하게 나타낸 것이다.
현재 그가 보여주는 작품의 화면 구성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무당벌레의 특징적인 이미지 즉 붉고 검은 색채를 평면에 자유롭게 펼쳐내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무당벌레의 기본적인 형태 이미지와 색상을 사의(寫意)로 풀어내는 것이다.
결국은 무당벌레의 이미지를 화면 속에 평면과 입체로 구현하는 것이다.
여기서 특이한 것은 그러한 이미지를 평면과 입체로 화면을 연결한다는 것이다.
입체와 입체 사이에 무당벌레의 이미지를 축약시킨 이 간략한 형상들은 입체와 맞물리면서 더욱 긴장된 관계를 형성한다.
특히 입체적인 무당벌레의 표현들은 리얼한 수법보다는 이미지에 무게를 둠으로서 무당벌레의 형상의 열려진 가능성을 확보하게 된다.




우리는 여기서 무당벌레가 그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에 대해 물어보는 것은 마치 세잔느에게 사과가 어떤 의미가 있는가에 대한 질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무당벌레란 사실 뒤집어 보면 배의 흰 바탕에 붉은 무늬가 현란하게 나있는 화려한 곤충이다.
'무당', '무당개구리', '무당거미', 그리고 '무당벌레' 이들의 속성은 모두 현란한 치장을 한 공통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다. 어느 자료에 보면 < 무당벌레도 화려한 옷을 입고 공격하려는 천적들에게 '나를 먹으면 배탈이 날 수 있어요'라고 과감하게 포즈를 취하는 것이다. 즉, 화려함을 다른 생물에게 '경고'로 이용하는 것이다. 이처럼 '무당거미', '무당개구리', '무당벌레'가 모두 경고색을 선호한다는 점에서 그 이름은 단순한 유사함을 벗어나 생태적인 특성까지도 공유한 이름이라고 생각된다> 고 적고 있다.
이처럼 무당벌레는 그 특성이나 외형에서 자기 방어적인 경계의 성격을 띄고 있다. 이 점은 어떠한 형태에서도 그와 일치하고 있는 부분들이 있다고 보여진다.
구체적으로 그것이 작가와 어떤 동일한 이미지를 주고 있는 가에는 주관적인 판단에 맡길 일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가 무당벌레를 통하여 자신의 표현양식과 언어를 하나의 시각으로 구체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화면 구성에서 평면과 입체가 병치시키는 방법이 그것이다. 여기에서 그는 선 중심에서 형태 즉 입체감이나 볼륨 감을 강조하며 독특한 무당벌레의 구조로 독창성을 획득하고 있다.
사각형의 공간에 , 타원형의 형태에 나타난 무당벌레의 단순화 된 입체적 표현은 상징적 형태로 나아가는 분명한 과정에 하나로서 흥미로운 부분이다.
특히 하나의 일관된 주제로 집약되면서 의미를 부여하게 될 황신영의 이 무당벌레 시리즈는 다양한 확장과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이다.
일찍부터 그는 자신의 작품세계의 지평을 “황무지의 꿈”이란 명제 속에서 감정과 이념을 더욱 극한지점으로 이입 시켜왔다. 서양에서는 무당벌레가 인간에게 매우 유익한 것을 가져다주는 대상으로 불려진다고 한다.
그러나 그러한 의미부여는 근본적인 것도 있겠지만 작가가 창조하여 부여하는 것이기도 하다.
다시 돌아가서 , 세잔느의 작품 목록을 처음 작성한 미술사학자 리오넬로 벤츄리는 이렇게 말했다. “ 화가의 영혼이 ,그려진 사과 속에 담기는 믿지 못할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다시 말해 화가의 삶과 기쁨 ,고뇌마저 정물화 안에 깃들여 있다. 세잔느는 가장 평범한 사과를 인성을 지닌 존재로 끌어 올렸다.“
비로소 세잔느가 열망했던 사과에 자기의 영혼을 불어넣는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황신영에게 이러한 기대를 하게 된다.
그 자신의 모든 영혼이 무당벌레라는 오브제를 통하여 무당벌레에 머무는 그런 일들이 일어나기를 .
물론 그것은 하나의 세계를 형성하는 그의 명료한 언어가 표출 될 때 가능한 일이다. 그 평범한 벌레 한 마리를 통하여 살아있는 인간의 영혼을 불어넣어 그것이 생동감 있게 되살아나는 것 . 그것이 진정한 예술의 언어인지도 모른다.
세잔느에게 있어 사과, 그것은 바로 그의 인생과 예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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