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門外不出과 回向行, 컬렉션의 正道를 가다 - 인터뷰

김종근

문중연 | 주식회사 Xeonic 대표, 콜렉터



=안녕하신지요, 반갑습니다. 가끔 전시장이나 옥션에서 뵈었는데요. 선생님께서는 오랫동안 미술품 컬렉션을 해오셨습니다. 사업을 하시면서 그림을 모으기가 그리 쉽지 않으셨을 텐데 언제부터 컬렉션을 하셨는지요?
-네, 아마 약 10년이 넘는 것 같군요. 1996~7년경부터 시작을 했으니까요.

=어떻게 해서 그림을 모으기 시작하셨는지요. 원래부터 좋아했는지, 혹은 어떤 계기가 있으셨는지요.
-솔직히 그림과는 전혀 관계가 없고, 전공을 하지도 않았어요. IMF 사태 직전, 충격에 의해 전신마비 현상이 오면서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지요. 그 시절 우연히 화랑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그림이 참 편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한 점, 두 점 좋아하는 작품을 구입하기 시작하다보니, 주변의 요청으로 일부 작가들을 우정(?)으로 도와주게 되었고 그러다 이젠 그림을 사는 컬렉터가 되었지요.

=주로 그림을 어디에서 구입하십니까?
-주로 화랑에서요. 취급하는 작가를 보면 대체로 갤러리의 수준을 짐작할 수 있지요. 저는 주로 화랑에서 구입을 하는데 몇 년 전부터는 옥션에서 구입한 것도 있고, 작가한테 선물로 받은 작품도 다수 있지요. 저 같은 경우는 참고로 작품을 구입할 때 유통경로가 투명하고 분명한 곳을 택합니다. 전문가의 감정서나 거래증명서를 확보하고, 소장경위, 작가 약력, 전시 경력, 작품 소장처, 작품 수록처 등을 확보해 두면 훗날 많은 도움이 되지요.

=그림을 사는 데 주변의 도움을 받는지, 아니면 자문을 받는 사람이 있는지요? 또 그림을 어떻게 고르는지, 혹시 기준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솔직히 초기 단계에는 단순히 좋다는 주관적인 느낌, 그리고 주변 지인들의 요청에 의해 구입하다 보니, 일정 기간이 지나니까 콜렉션의 방법과 방향성에 회의가 오더라구요. 그림을 좋아하게 되어서 관련 서적을 국내외에서 구입해 공부하다가 본격적으로 미술사와 이론공부를 시작하게 되었고(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예술기획 졸업) 그동안 세계 100여 군데의 국 공립, 사립미술관, 화랑, 아트페어, 옥션 등을 방문하다 보니까 나름대로의 주관이 생기기 시작하였지요. 그림을 고를 때 가장 우선시하는 점은 작가의 공력(功力)이 들어가 있는지, 작가의 영혼이 깃든 작품인지 한번쯤 생각합니다. 본인이 생각하기에는 작품에도 혼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작품의 소장자와 작품 간에는 무언가의 인연이 있으며, 그 인연이 맞아야 오래 소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림 고르는 기준은 한국미술사에 맥을 긋는 주요 인물을 중심으로 꾸준히 체계적인 수집을 하고 있구요 (참고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제공하는 작가 정보를 중심으로 대학, 화랑, 옥션, 평론계로부터 많은 자료와 정보를 취득), 개인적으로 서양화의 경우 극사실적인 구상 작품을 선호하지요.

=그림을 많이 사다보면 특별히 본인이 가장 아끼는 그림이 있지 않나요. 있다면 어떤 그림인지? 왜 좋아하는지 말씀해 주신다면요.
-동양화로는 청전 이상범 선생의 55년작 <추경(秋景>을 들 수 있습니다. 가장 한국적인 삶과 풍경을 소재로 하였고, 굵고 가는 반복적 붓놀림과 그만의 독특한 준법의 조형세계가 있다고 믿기 때문에 아낍니다. 서양화로는 제주에 사시는 우성(宇城) 변시지 선생님의 <풍경>을 좋아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고등학교 은사님이시고, 최대한으로 단순화되는 주제 전개, 바탕의 황갈색조 및 검은 필선의 묘미와 극히 제한적인 자연적 색조는 그만의 예술을 창출하고 있다 믿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수집한 작품이 적지 않을 텐테 대략 어느 정도 모으셨는지요? 그림 보관도 쉽지 않은데 모두 어디에 보관하시는지요?
-골동, 서화, 그림을 합쳐 대략 4~500여점 되는 것 같아요. 현재 강남의 집과 하남, 그리고 보관창고에 보관하고 있습니다.

=그림을 모으면서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많을 텐데 그런 일화를 소개해 주신다면요?
-십 수 년 간 하나하나 그림을 모으면서 그 그림에 얽힌 사연도 많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길진섭(1907-1975)의 <석담시내가>입니다. 이 작품은 내가 오랜 시간 알고 있던 지인을 통해 처음 접했는데, 작품 일부가 훼손이 되어서 인수를 하지 않으려 했어요. 하지만 순간적으로 그림도 생명이 있는데, 병들어 죽어 가는 이 귀한 작품을 살려야 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바로 입수를 해서 전 국립현대미술관 양화 부문 수복담당관이었던 한국 최고의 수복전문가 강선생님을 통해 3주일 동안 수복을 하고 박선생의 표구로 다시 생명을 얻은 작품이 있지요.

=그렇게 작품을 애지중지하고 사는 이유가 투자인지, 아님 순전히 취미인지요?
-아직까지 그림이 투자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고, 아직 한 점도 다시 재판매를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언젠가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공공성을 지닌 전시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림을 모아서 나중에 어떻게 하고 싶으신지요?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완성도를 조금 더 높여 간다면, 무언가 의미 있는 콜렉션으로 자리매김 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여건을 봐서 전시공간을 마련하되 공공성이 부여되는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미술관을 건립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콜렉션의 상속은 부적절하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꼭 사고 싶었는데 혹시 못 사서 몹시 후회하신 그림이 있는지요?
-있어요. 고영훈 선생의 <군화>라는 작품입니다. 선생이 대학 때 그렸다고 하는데 작업실을 방문해서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이후에 극사실주의 작품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작품입니다. 못 사서 안타까운 것 중 하나이지요.

=젊은 작가 작품에도 관심이 있는지, 있다면 누구인가요?
-20대 작가로는 최소영, 이림, 최은, 박은미와 30대 작가로는 홍경택, 정해윤, 안성하, 이호련 등에 관심이 있어요.

=사업을 하시면서 예술기획을 전공했는데, 어떻게 경매 공부를 하게 되었는지요?
-오랫동안 미술품을 구입하면서, 우리나라 미술품 유통구조와 그 당시 새롭게 부각되던 경매시장에 대한 연구를 통해 미술품 유통시장의 건전성은 과연 무엇인지 연구하고 싶었어요. 뒤늦게 시작해서 논문을 쓰고 졸업을 했지요. 미술 시장을 읽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림을 많이 사면서 가장 불만스러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
-동일 작가의 같은 시기 유사작품인데도 가격이 천차만별인 점입니다. 또 화랑의 경우는 작가를 소개하고 그 작가의 약력, 전시경력, 소장처, 나름대로의 작품평을 제공해 줘야 되고, 기성 작가의 경우에는 작품가격 동향이나 잠재성까지도 공부와 노력을 해서 정성껏 상세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데, 수박 겉핥기식의 정보만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작가와 작품에 대한 화랑만의 서비스가 참 부족하다고 느껴집니다.

=그림시장에 문제는 혹시 무엇인지, 주문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첫번째는 작품의 진위여부와 출처, 둘째는 작품의 보증여부, 셋째는 작품의 가격 불안정성, 넷째로는 작품의 유통경로에 대한 투명성, 다섯째는 감정기관의 공정성 등등이 아쉽습니다.

=그림을 사려는 컬렉터에게 권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기본적으로 그림을 구입한다는 것은 돈의 힘 이상으로 마음의 힘이 필요합니다. 수집가로서의 순수함을 잃지 않아야 하지요. 작품이 좋아서 사야지, 돈이나 외부적 요인에 영향을 받아서 구입한 것은 결과적으로 실패합니다. 무엇보다 애정이 중요합니다.

=그림을 단지 투자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분위기가 팽배한 요즘, 대표님의 그림에 대한 소신과 철학은 컬렉션을 하려는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될 것 같습니다. 오랜 시간 좋은 말씀 나눠주셔서 감사드리고 미술시장이 질적으로 보다 성숙해지길 함께 희망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문중연 대표가 좌우명처럼 여기는 컬렉션 철학을 소개합니다.

그림 구입을 위한 나의 9가지 원칙

1. 확신이 서지 않는 작품은 구입하지 말며, 본인이 좋아하는 작품을 구입하되, 구입하기 전에 최소한 그 작가에 대한 공부를 하라.
2. 가격 오를 것을 생각하지 마라. 고가나 유명세에 너무 집착하면 수집된 물건도 생기를 잃어 버린다.
3. 구입하려는 대상이 올바른 작품(作)인가, 아름다운 물건(品)인가, 工力(工)이, 영혼이, 내공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4. 기왕 작품을 구입하려거든 테마별로 하는 것이 좋다.
5. 반드시 유통 경로가 확실한 곳, 즉 화랑에서 작품을 구입하되, 가격을 되도록 깎지 마라.
6. 구입시에는 작품의 진위여부를 보증할 수 있도록 작품보증서와 관계도록을 요구하여 입수하고, 작품의 상태는 어떠한지, 작가의 사인(sign)이 있는지, 제작년도는 언제인지, 공개된 도록이나 전시된 장소의 흔적들이 있는지도 반드시 확인하라. 그러나 진품(眞品)이 반드시 양품(良品)이라고 단정할 수 없음을 항상 명심하라.
7. 경매가격을 절대로 맹신하지 마라.
8. 작품 구입 후에는 보관에 신경 써라
9. 한번 구입한 작품은 문외불출(門外不出 : 함부로 문 밖에 내돌리지 않는다)하되, 회향행(回向行 : 내가 받은 은혜를 세상에 다시 베푼다. 회시(回施)라는 뜻)이어야만 한다.

문중연 현재 주식회사 Xeonic 대표. 1996년부터 컬렉션을 시작하여 4-500여점 소장. 사업을 병행하면서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예술기획 졸업. 학위논문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미술 경매 관련 논문인 <한국 미술시장을 위한 미술품 경매의 운영에 관한 연구>(2004)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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