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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순의 삶과 자연 풍경, 절제와 생략

김종근

“예술은 가장 섬세하고 깨닫는 형태이며 .... 대상과 일치하면서 하나의 의미를 가지고 존재한다. 그림은 화가의 내면세계로부터 시작되어야 하며 이것은 의식 속에 살아 있는 이미지로서 생생한 환상이면서도 또한 알 수 없는 것이다.' 라고 로렌스 (D.H.Lawrence) 는 말했다.
정재순에게 화폭은 마치 자연을 바라보는 섬세하고 깨닫는 형태로 나아가는 길이다. 또한 화폭은 마음속 생각을 거둬들이는 넓은 대지이자 하늘이다. 왜냐하면 그는 자연의 풍경을 거침없이 화면에 전이된 심상적 풍경으로 그려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작가는 처음부터 일관되게 “삶과 자연” 이란 테마를 집중해 왔다.
특히 최근 그가 보여주는 구상적이고 구체적이던 형상에서 완전히 벗어나 색채만으로 자유분방하게 사용된 풍경에서도 그만의 경쾌하면서도 세련된 색채가 빛을 발한다.
그는 풍경을 그리지만 둘러싸고 있는 자연 풍경이 그의 화필에서는 단순하고 압축적으로 표현되는 삶과 자연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그의 회화는 자연의 풍경을 선과 색채의 추상적인 형태로 풀어내는 진정성이 돋보이는 추상 풍경화 작가에 훨씬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의 절제 된 붓터치가 명쾌하게 되살아나는 이 풍경의 절제는 붉은 색과 검은 색들이 교차하면서 때로는 서사적 풍경과 어울린다.

그래서 그의 어느 그림을 보더라도 화면에 내밀하게 숨 쉬는 자연의 풍경 속에 작가의 숨소리와 더불어 삶의 체취가 묻어난다.
그 숨소리 속에는 작가의 내밀한 풍경이 마치 넒은 대지의 그림자를 아우르는 거울처럼 고스란히 재구성 된다 . 그의 그림에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색채들은 각각 만나 면을 이루고 색면들은 서로 교감하면서 시각의 울림으로 화면에 번지는 것이다.
그의 그림이 마치 낯선 풍경이지만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가 작가의 공감각적인 내면세계로 끌려 들어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재순의 이렇게 단순함이 전이 된 풍경들은 삶과 자연에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일견 ‘뜨거운 추상’이라고 명명된 표현주의적이며 격렬한 색채의 열정이 붉고 힘찬 붓 터치 속에서도 단호한 색채의 균형감이 묻어난다.
그것은 그의 순수한 풍경에 대한 추상적 충동이 매우 의도 된 기술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작가는 이미 오랜 시간 자신의 내면의 풍경 이미지를 절제된 필치로 비구상적인 형태와 색채로 주정적인 이미지를 형상화 했다.
동시에 그 생략적인 풍경의 숭고함과 비장감을 감성으로 회화표현의 본질을 정신성에 결합시키며 회화의 본질을 추구해 왔다.
이것은 즉 그려지는 이미지보다도 그린다는 격렬함이나 생명감이 강조되는 상상된 대상을 그가 추구하고 있음을 예시적으로 말해준다.
회화가 고상한 추상의 고뇌라면 작가는 형상을 떠나 격렬함의 붓질로 작가의 마음속 풍경을 펼치는 비구니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의 화폭에 펼쳐진 붉은 대지의 풍경 그림을 보더라도 작가는 치밀하게 물감을 수없이 반복적으로 덧칠하며 화폭을 이성에 의한 통제가 아닌 뜨거운 감성의 표현방법으로 새로운 조형성을 보여주고 있음이 드러난다.

그가 이번에는 풍경을 커다란 모티브로 하고 있지만 또 다른 모티브를 꿈꾸고 있음을 작가는 말한 적 있다.
그가 그러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에게 언제나 새로운 회화는 무엇이 그려져 있는가의 문제가 무엇보다도 비중 있게 인식되기 때문이다.
아주 특이하지 않지만 눈에 비친 그의 풍경 이미지에 대한 표현은 은유와 연상이 아득하고 부드럽고 깊다. 그의 이런 스타일이 지속적으로 화폭 속에 남아있는 이유는 그가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이 이전보다 더 깊고 따뜻하기 때문이며 우리 삶의 풍경을 절제있게 담아내기 때문이다.모든 독특한 풍경과 형태는 자연계에서 유래한 것이 많고 그 현상들은 때가 되어 봉우리 맺어지고 꽃피고 결실 맺는 것과 같은 자연의 섭리를 암시하고 있다고 한다. 예술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그러기에 미국의 추상표현주의 작가 고르키 회화에 대한 평가처럼 정재순의 회화 세계에는 놀랄만한 정서적 섬세성의 가능성이 충분히 엿보인다.
즉 섬세하고 예리하게 자연을 통하여 화가의 심상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고 이러한 심상을 나타내기 위하여 자연을 시적 암시로 다루고 있음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정재순이 자연풍경을 심화시킬수록 그림은 특정한 모티브로부터 떨어져 나와 특정 대상이 아닌 화가의 자연 이미지를 더욱 정확하게 전달 할 수 있을 것이다. 정재순의 그림은 이제 섬세한 구성으로 색채의 미묘한 감성들로 독자적인 화풍을 창조 해 나갈 것이다.
또한 그가 가진 여러 가지 풍경의 발견 속에는 이러한 숨겨진 색채의 발견이 커다란 힘으로 작용하는데 그 열정이 그의 예술세계를 우리들과 더욱 가깝게 하는 가장 큰 매력이 되는 것이다.
창조란 진지한 작업임에는 틀림없으나 무엇인가 색다른 면이 있고, 또한 그것을 표현하는 일도 그와 마찬 가지이다. 왜냐하면 말없이 조용한 순간들, 진지한 오묘한 순간들, 진지하고 오묘한 순간들이 바로 창조의 순간들이기 때문이다.'라고 철학자 브루너 (Jerome Bruner)는 말했다. 정재순에게도 그 펼쳐지는 색채의 오묘한 순간들이 바로 창조의 순감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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