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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재 / 색채의 파괴와 전이된 풍경

김종근

최근 현대미술의 흐름에서 <이런 것이 미술>이라는 정의는 불가능 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불변하는 것은, 미술이란 존재하는 대상을 평면 혹은 입체로 옮겨오는 작업이다.
여전히 외부에 존재하는 실체를 이미지로 전이하는 일이 회화의 본질임에는 틀림없다. 그래서 미술은 모든 생각과 이념을 옮겨 놓으려는 본능적인 충동이 예술탄생의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

그 가운데 예술적 대상으로 가장 자주 인용 되는 것이 자연이다.
조영재의 작업도 바실리 칸딘스키가 말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내가 자연을 지나치게 과장한다. 그래서 내 그림은 이해하기 어렵게 된다. 그러니 나를 구하는 길은 색을 파괴하는 일인 것이다
조영재의 초기 작업부터 현재까지 보면 그의 관심은 문명적인 것에서 자연적인 것으로 이행 해오고 있다. 그의 작품 속에 테마는 초기 강대국의 이기적이고 문명적인 관심에서 출발하여 신화의 시기를 거쳐 자연속의 풍경 이미지로 옮겨왔다.
초기에 그는 자신의 의식과 이념을 부각 시키던 미술에서 자연 이미지를 변용하는 패턴으로 흐름을 바꾼 것이다.

조영재의 최근 작업은 보여 진 자연의 색채를 과장하거나 이미지를 새롭게 해석하는데 그의 회화적 특성이 있다. 특히 꽃이 있는 풍경을 화면에 끌어들이는 형식은 얼핏 인상파나 후기 인상파 류 형식으로 다가오지만 그의 색채 해석은 전형적인 팝아트의 스타일을 따르고 있다.

그의 주요한 회화적 테마는 자연속의 풍경이다. 그 풍경은 전형적인 자연주의 화가들이 갖는 자세와 별반 다르지 않다. 전체적으로 비교적 쉽게 만날 수 있는 이 풍경의 부분들은 자연스런 윤곽선에 의해 형상화된 이미지들로 대상을 재현하는 선에서 정리 된다.
이러한 기법이나 형식이 비록 그만의 방식은 아니지만 자연 또는 그 밖의 풍경을 바라보는 접근 방식은 프랑스 신구상파의 화풍과 비교 된다. 다소 사실주의 적이면서 단순화된 윤곽선에 의한 대상 묘사, 거기에는 우리가 볼 수 있는 원근에 대한 공간감과 강렬한 색채의 대비가 강조되어 있다.



마치 사진의 극적인 콘트라스트를 주어 색감을 덜어낸 듯 한 효과의 이 기법은 풍경화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화풍이다. 그래서 화면에 나타난 이미지는 마치 기억과 재생의 이미지를 독특한 분위기로 만들어 내고 있다.
그는 먼저 풍경을 포착한 후에 그것을 다른 칼라로 재구성하는 과정을 취하고 있다. 작가는 이것을 “대상을 인식하는 나의 순간으로 파악한다.”라고 했다.
그는 “문득 다가옴”이란 노트에서 그가 선택한 대상은 가시적 형태를 상실하고 기억과 경험을 동반하여 내재된 파동으로 변화 한다고 밝히고 있다.
즉 그가 말하는 파동은 그 색채와 이미지들로 인해 커다란 힘을 소유하는 일이다 .그러나 이미 그의 풍경 속 이미지들은 서로 다른 색채와 맞물려 강한 결속 감으로 새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거의 분명하게 변조 되거나 변색된 풍경의 색채들은 그의 손을 거쳐야만 이 새롭고 낯선 풍경으로 되살아난다. 그가 진지하게 화포에서 의도하는 것이 바로 그 낯선 풍경의 연출이다.
누구에게나 최초로 인지하거나 보이는 풍경은 동일하다. 그러나 작가의 눈을 거치면 실제가 아닌 가상의 풍경으로 태어난 이미지들은 허구이다.

실제 대상(사물)과 보이는 이미지와의 이 이율배반적인 관계에서 그가 주목하는 것은 색채이다. 이러한 테크닉은 팝아트 작가 앤디워홀에 의해 더욱 극적으로 완성 되었다.
조영재에게 이 자연의 이미지 포착은 워홀처럼 회화의 시작이자 상상력의 출발점이다. 마치 앤디워홀이 대중의 이미지를 포착한 것과 동일한 관점과 맥락으로 보인다.
한정된 주제로 색채의 변조를 조형언어로 전달하려는 작가의 지속적인 의도는 최근 풍경화에서 훨씬 부드럽고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는 고유한 풍경의 색채를 무시하고 자신만의 감성과 기법으로 새 이미지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신선함이 있다.
그는 풍경의 이미지들을 간결하고 명확하게 평면화 된 색 면과 화려한 원색을 사용하여 팝 아트적인 풍경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그의 풍경은 윤곽선 위에 의도된 색채와 선명한 효과로 풍경을 해석하고 있다.
화면에 가해진 그의 독자적인 색채와 선들은 경쾌한 이미지의 감성을 보여준다.
그의 이미지의 표현방식은 사진의 단편이나 스냅처럼 장면의 묘사적 성격을 그려낸다. 그는 풍경화에 작가의 내면적 정서를 불어 넣고자 한다. 단순한 풍경화에 감정과 색채를 넣어 또 다른 세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한 방식의 일환으로 화면의 공간감 표현과 형태의 대비를 위하여 원근감을 무시하고 화면에 밀착된 구성으로 강가의 풍경이나 나무모습을 단순한 색 면으로 환원 시킨다.

보랏빛이 지배적인 그 풍경의 색채는 매우 매혹적인 칼라로 절제되어 높은 장식성을 보여준다. 그 장식성의 중심적인 칼라는 보라색을 비롯하여 빨강·초록 등과 멋진 하모니로 이어진다.
그들은 어딘지 잘못 촬영된 사진처럼 혹은 봄날 꿈속 아련하게 노스탤지어가 스며 있는 태양빛에 붉은 꽃들이 환상적으로 칠해진다.
이렇게 조영재의 매력은 강렬한 색채의 대비가 만들어 놓는 주관적인 색채 세계가 아닌가 한다. 그 독창성의 비밀 속에는 자연풍경을 눈에 띄게 주관적으로 처리 하면서 표현주의적인 화풍으로 대담한 색채의 전환을 시도한다는 점이다.
점묘법처럼 점의 형태로 단순화 시킨 선명한 색상의 대비와 개성 있는 터치야말로 그의 그림이 주는 특별한 감정이며 즐거움이다.

이러한 주관적인 색채를 과감하게 끌어 들이는 힘은 자연을 향한 그의 내적 필연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화면을 압도하는 속도감 있는 붓 터치와 붉은 점으로 나타난 꽃의 뜨거움, 그것은 곧 그의 내부에서 솟아 나오는 감흥을 색채로 파괴하려는 강렬함 때문이다. 불규칙한 색채가 서로 만나 화합하기도 하고 교감하며 작가의 내적인 오감을 흔들고 있다. 그것이 곧 그가 주는 감흥이다.
자연을 이런 색깔로도 볼 수 있도록 관객에게 자유와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예술의 마력을 그는 우리들에게 선물하고 있다.

김종근 (미술평론가. 숙명여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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