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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태, 내가 사랑한 그림들

김종근

그림을 사는 컬렉터들은 모두 같지 않다. 그러나 그림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한결같이 곱고 아름답다. 어느 콜렉터의 경우는 예술가를 향한 작품을 향한 숭고한 마음이 너무나 돋보여 예술을 향한 그들의 뜨거운 열정에 옷깃을 여미게도 한다.
컬렉터이자 느티나무 치과의 김길태 원장과의 만남은 그러했다. 무엇보다 예술가를 사랑하고 ,그들의 그림을 아끼고 그들을 위해 자기의 삶을 헌신하기 때문이다.

A&C: 원장님 먼저 찾아오는 길이 어렵지는 않았지만 오면서 내내 이렇게 멀리 치과가 있을까 궁금해 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곳에 치과를 차리게 되었는지요. ?
김원장: 다들 그래요. 왜 강남 시내를 마다하고 청계산 아래에 병원을 개업 했느냐고요.
그동안 오랫동안 강남 청담동에 개원했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좀 조용히 환자를 보고 싶어 변두리로 왔지요. 내 시간도 가지고 그림도 그리고 싶어서요.

A&C: 병원 입구부터 강렬하고 아름다운 꽃 그림 심명보 선생님의 그림들이 곳곳에 걸려 있는데 어떻게 그림과 친해 지셨는지요. .
김원장: 원래 할아버님이 한의사이시고 아버님이 산부인과 의사여서 집안에서 의사가 되기를 기대했어요. 그러면서도 미술을 아주 좋아했는데 미대를 간다든가 하는 생각은 못했어요. 아버지는 붓글씨와 그림을 , 나는 미술을 넘 좋아 했어요. 어르신의 피가 흐르는 것 같아요. 아마도 70년대 후반 다만 대학 다닐 때 점심시간에 신세계백화점 화랑이나 공보관에서 그림 전시가 많았어요. 그래서 치과 일을 하면서 그림을 많이 보았어요. 그때부터 그림과 가까워졌어요. 치과 일을 하다 보니 치과의사도 결국 예술적이어야 하기에 그런 것도 있고요.

A&C : 그림을 사거나 그리려는 근본적인 이유가 또 있나요. 고흐 책을 쓴 마르탱이라는 의사도 그림을 그리면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하던데 원장님도 치과의사로서 스트레스가 있어 그러나요 .
김원장: 그럼요 . 치과도 일인데 스트레스가 있지요 나름대로 ,그러나 그림을 그리면 그러한 스트레스가 없어져요. 문제는 시간이 없어서 그렇지 . 또 그림을 구입하여 걸어놓으면 작은 평화를 느끼듯이 그림이 좋아요. 마음도 편안해집니다.

A&C: 그런데 처음 그림을 산 그림이 어떤 것인지요. 또 어떻게 그림과 가까워지셨는지.
누구와 인연이 깊은가요.
김원장 : 오래전 내가 중구 명동 대연각 호텔 내에 치과를 개업했어요. 나름대로 나는 돈만 바라보고 일을 하기 보다는 가난한 화가들과 함께 하면서 일을 하고 싶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어느 날 친구인 제일은행 전무 아들이 찾아와 그렇다면 가난한 화가를 소개하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나를 찾아왔는데 너무 남루해서 병원에 못 들어오는 거예요.
관리실에서 출입을 못하게 한 것이지요. 너무 남루해서 .
그래서 내가 그 작가를 이런 저런 것들을 도와주었어요. 부인이 참 곱고 아주 인상이 좋았어요. 그리고는 4-5개월 후 인가 어느 날 집에 꼭 오라고 초대를 받았어요. 그래 갔는데 쭈그러진 사과를 내놓으면서 한 30호 정도의 그림 한 점을 주었는데 그 그림이 너무 따뜻하고 마음에 들었어요. 나중에 그 작가가 중앙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한 바로 이청운씨 라는 화가였어요. 그 그림이 봄 여름 가을 겨울 시리즈 중의 겨울을 그린 해변을 질주하는 작품 이었어요. 그 이후 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 작가의 그림을 구입하고 작가와 아주 참 친해졌어요. 작가도 너무 티 없이 순수하고 순진하고 , 너무 친해서 술 만 한잔하면 우리 지에 전화해서 우리 아이들과도 전화 할 정도로요.
A&C : 사실 원장님을 아시는 주변 분들에 따르면 어려운 사람뿐만 아니라 화가들의 치료를 잘 해주시기로 소문이 나 있던데요.
원장: 아닙니다. 제가 그냥 좋아서 화가들과 지나는 거지요. 화가들과 같이 하면 진실한 삶을 살아가는 어떤 고귀함을 느껴요.
그래서 그림을 사주기도 하지요. 언젠가 한 18년 전 파리에 가서 K모라는 작가를 만나 보니 너무 어렵게 살아요. 그래서 그 화가의 그림을 사주기도 했지요. 물론 지금은 그 작가가 많이 알려져 있더군요.
내가 관심을 가지고 구입한 작가 중에는 변종하씨 같은 작고 작가의 작품도 있고 또 문신과의 교류도 있었고요.
A&C : 거실의 저 작품도 구입 하신건가요?
아닙니다. 저 장미 작품은 저 화가의 부인이 치아 치료차 왔다가 완쾌 하자 감사의 마음으로 작품을 가지고 왔어요. 그래서 걸어 놓았는데 환자들이 이 그림을 보고 힘과 에너지를 얻는다고 해요. 이것이 그림이 주는 행복이지요. 그래서 화가들이 종종 오지요.
앞으로는 화가들 전용 병원하고 싶어요.

A&C : 참 그림은 어떻게 구입하시나요. 투자도 생각합니까. 아님 ?
김원장 : 전시장 에서도 사고 친구들에게 소개 받기도 해요. 어떨 때는 친구들과 모여 한 번에 작가들 작품을 모아서 사주기도 해요. 여럿이서 . 순전히 그림이 좋아서 사주는 것이지요. 그래서 그런지 내 친구들은 그림을 투자로 보는 친구들이 거의 없어요. 그냥 그림 그 자체를 아끼고 사랑하는 친구들이지요. 저도 그래요 . 그래서 솔직히 그림 값을 잘 몰라요.

A&C : 사진에서 보니까 국내에 있는 작가들뿐만 아니라 중국의 쩡판츠 같은 유명한 작가들과도 잘 아신다 면서요 .
김원장 : 아니요, 그냥 딸들이 중국에서 미술관계 쪽의 일을 하는데 그곳 중국의 작가들과 친하여 쩡판츠의 아틀리에를 방문하여 같이 어울리기도 했지요. 내가 그림을 좋아하니까 아이들도 다 그림 쪽에 관계되어 일하고 싶어 해요.

A&C : 병원 내에 작품들을 보니 원장님은 인기작가라든가 하는 유명 컬렉션보다는 개인적인 취향에서 모아놓은 작품들이 많이 보이네요.

김원장 : 그런 편입니다. 나는 치과의사로서 어린 시절부터 화가들을 많이 보고 자라 그 작가들과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특정 작가의 작품은 약 15점이 넘어요. 그리고 다른 작가들 작품도 있는데 친구의 골프장에 다 빌려 주었어요.
병원에는 그래서 큰 그림들은 없어요. 보시다시피 있는 것들은 환자들이 치료하면서 보기 좋게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것들만 전시 했지요.

A&C : 원장님은 병원의 모습에서나 생활에서나 소박하고 검소한 인상이 많이 보이네요. 앞으로 어떤 병원과 컬렉션을 계속하고 싶으세요.

김원장 : 제 개인적인 소망으로는 좀 생활이 어려운 화가들을 위한 치과치료를 했으면 좋겠어요. 예술가들만을 위한 특별한 치료, 특성이 있는 병원 같은 것이요. 그러면서 예술가를 위한 커피숍 같은 것을 만들까 해요. 이층 병원 한쪽을 툭 터 가지고 말이지요.
여기다가 그림을 걸어놓고 환자나 사람들이 와서 차도 마시고 작가들이 전시도 열고 그러면 좋겠어요.

A&C : 원장님은 마치 컬렉터라기보다 의사로서 어떤 철학 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김원장 : 저는 비싼 집이나 아파트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림이 없으면 못살아요. 그래서 그런 친구들에게 가끔 그림 선물을 해요. 나는 불행하게도 고급 의사들이 예술에 무관심하게 살고 있는 것을 사실 잘 이해 못하는 편입니다. 인생에서 예술을 알고 그러면 삶의 깊이도 멋도 가지고 있지 않겠어요.

A&C : 치과의사라서 그런지 가운을 입고 있는 의사를 상징하는 조각들이 여럿 보이네요.
김원장 : 나는 그림을 좋아해서 이제는 조금 쉬면서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예를 들면 재구성하는 예술 있지요. 나무토막에다가 불두를 올려놓는다든가 전혀 다른 오브제에 다른 곳에서 가져온 물건들을 결합 시키거나 합체 시키는 그런 것들 있지요. 그렇게 해서 전시를 한번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병원에 있는 이런 오브제들은 외국에 학회에 가거나 여행을 하거나 하면서 틈틈이 모아놓은 것들이지요. 다 치과의사와 관계 된 것들이지요.

그는 변두리 치과의사로서 이웃들과 친하게 지낸다고 했다. 옆집에서 채소며 야채들을 갖다 주기도 하고 우리가 같이한 저녁의 식당의 사장도 원장님을 마치 가족처럼 대해주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말했다.
김원장 : 뭐 별 볼 것도 없는데 와서 보라고 해서 미안해요. 나는 그냥 그림을 좋아하니 놀러오라고 한 것뿐인데 정말 콜렉터도 아니고...

돌아오는 길 나는 그림을 사랑하는 또 다른 사랑하는 애호가이자 컬렉터의 진정한 한 모습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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