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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장렬의 서정적 자연 공간, 향

김종근

그림을 보면 마치 음악을 듣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그림이 있고, 어떤 그림은 자연 속에 서있듯이 평안하고 부드러운 그림이 있다.
그러고 보면 그림에도 다 저마다의 모습과 역할이 있다. 그러기에 그림이 어떠야 한다는 이념적인 논리는 그림을 대단히 경직스럽게 할 우려가 있다.
그림은 누가 뭐래도 작가의 내면세계를 담아내는 그릇이자 작가의 얼굴이다.
그렇다면 화가의 그림은 과연 우리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
마티스는 평생 그의 그림이 타인들에게 편안한 안락의자 같은 그림, 진정제가 되길 원했다. 그의 그림이 어둡지 않으며 경쾌하고 아름다운 색채로 뒤덮은 이유가 그것이다.

우리가 만나고 있는 윤장렬의 그림을 보면 마치 오래 전 살았던 고향 혹은 자연에 다시 온 것처럼 평안하다. 아마도 강렬한 열정을 보여주는 색채도 , 거칠고 투박한 목소리도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의 그림에는 정겨움과 소박함이 뚝뚝 묻어난다. 거의 대부분 작품 곳곳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몇 마리 새, 그리고 고즈넉하게 다소는 희극적으로 묘사된 쓸쓸하게 서 있는 말, 그들은 모두 한없이 정겹지만 우수에 젖어있고 , 고요하지만 외로움이 베어난다.
때로는 너무 비켜 서있는 듯 하여 가슴이 시릴 만큼 서정적이기 까지 하다.
그것은 거의 그의 내면을 숨김없이 담아낸 것처럼 정직하다.
그는 언젠가 작가노트에서 그림 그리는 속마음을 고백 한 적이 있다.
'주어진 조건에 순응하면서 자연의 섭리와 이치를 거역하지 않는 이들의 넉넉한 성정을 닮고 싶다'고 했다. 이 자전적인 말만으로도 그가 추구하는 그림이 얼마나 자연적인 이치에 거스르지 않고 자연의 풍경에 함께 어울리며 살고자 하는가를 분명하게 보여 준다 .
그의 어느 그림을 보더라도 비어 있는 여백과 공간속에서 이미지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의 화폭 속에 이미지들은 새와 호박 말 사람 불상등 초식동물의 모습이 목가적 풍경으로 선명하게 나타난다.
이런 새들은 나뭇잎의 형태 속에 놓여 있거나 가벼운 움직임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커다란 화면에 이처럼 몇 개의 형상으로 화면을 구성하는 형식은 그의 내면에 화법이 어떤가를 보여준다. 나뭇잎에 갇혀 있는 새들은 공간에서 낮게 비켜 서 있고, 바탕의 단순한 무늬와 어우러져 그리움과 서정성은 배가 된다.
새는 일반적으로 무엇인가 자유를 갈망하고 외로움을 가진 사람들로 상징된다. 또한 비상을 꿈꾸는 사람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그에게 새는 오히려 자기 자신의 투영이거나 자신의 모습으로 연상된다.
동서양의 많은 예술가들이 예술가에게 최고의 축복은 자연을 그리는 것이라고 했다.
그가 그리는 자연 속에 새들은 평화롭지만 지저귀는 새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떠도는 하나의 낙엽 또는 깃털처럼 자리 잡고 있다. 새들과 함께 하는 사람이나 피에로의 표현도 그에게는 외로움의 표상이다.
그의 새는 비상의 새이기보다는 관조하는 모습의 형상이다. 그런 새들을 보면 온통 인간에게 주어진 아니 예술가에게 주어진 운명 같은 그리움과 우수에 젖은 애틋함으로 다가온다.
아마도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일컬어 내면의 서정적 감성을 가장 잘 표현하는 작가로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어쩌면 작품 속에 보이는 내면의 풍경들을 자연에서 가져와 은유와 서정 우리들 가슴을 흔들어 우수에 젖게 하는지 모른다.
그의 작품에 은유와 서정은 단아한 풍경의 이미지에서 돋보이지만 , 담백한 배경의 구성에서도 , 단순한 기호들의 조형에서도 더욱 두드러진다.
바탕의 화려하지 않은 색상과 생략이 돋보이는 구성, 정돈 된 풍경의 선들과 그들을 걸치고 있는 새의 형상들은 더욱 그가 회화의 단순미와 절제로 우리에게 아름다운 울림을 주고 있다. 이처럼 윤장렬의 하나의 선과 색채 , 한 마리의 새속에는 그의 내면의 세계를 떠올리는 조용하면서 은근한 서정적 이야기가 면면히 흐르고 있다.
적어도 그의 단정하고 정제된 화폭에서 시적인 감성들을 통하여 아름다운 형태들이 주는
기품을 느낀다면 그것이야말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진실 일 것이다.
물론 단순한 새의 형상이나 말 의 이미지만으로 예술가의 비밀스러운 세계가 우리 모두에게 완벽하게 전달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요즈음 우리는 어려운 삶의 풍랑과 격동 속에 빠져 있다.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조화로운 자연의 질서와 평안한 균형의 회화 세계를 되돌아보게 한다.
그것 또한 윤장렬이 화폭속의 새를 통하여, 말을 통하여 드러내고 싶어 하는 진지한 육성의 노래일 것이다.
그러한 작가의 내면에는 아마도 거부 할 수 없는 그의 어린 시절의 추억과 향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16번째 갖는 이번 전시의 테마는 향기이다.
이제 작가는 귀향의 그리움에서 벗어나 삶에 진지함과 겸손함으로 향기 나는 예술의 지평을 열어 보이고 싶어 하는 화두가 지난 번 그림보다 더욱 진하게 돋보인다.
정말 그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 성자가 말한 다음의 구절이 생각날 정도로 따뜻하고 포근하다.
“ 행복 할 때 면 행복에 매달리지 마라 , 불행 할 때는 이를 피하려 하지 말고 받아들이라 . 그러면서 자신의 삶을 순간 바라보라. 맑은 정신으로 지켜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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