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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들의 박사학위 무엇이 문제인가?

김종근

얼마 전 신문지상을 통해 박사학위의 표절 문제가 일어나 박사학위가 취소되는 웃지 못 할 희귀한 사건이 있었다. 가짜 학위도 아니고, 받은 학위가 취소 된 것도 그렇고 사건이 남긴 상처가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정아 박사학위 스캔들이 채 가시기도 전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 사건은 어쩌면 미술계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퍼져있는 사건 중 빙산의 일각인지도 모른다. 이와 유사한 가짜 박사학위 사건이 수두룩하게 터졌기 때문이다.

신정아 사건 이후 자진 박사학위를 취소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 이것을 잘 말해준다. 참으로 학위 만능주의가 낳은 사건이다. 과연 화가 또는 미술대학 교수들에게 박사학위가 진정 필요한 것일까? 원래 미술대학의 교수들에게 박사학위를 주고 이를 권장했던 것은 프랑스에서의 미술교육이었다. 화가라기보다 미술전문교육자에게 보다 심층적이고 폭넓은 교육을 위해 미술실기학 박사를 권장했던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러한 제도가 우리나라에 도입되어 너도 나도 미술대학에 박사과정을 만들더니 이제는 너도나도 박사가 되겠다고 근 6-7백만 원이 넘는 고액의 등록금을 내고 화가들이 박사학위에 목을 매고 있다.

화가이든 아니든 공부를 많이 한다는 것은 유익하고 좋은 일이다. 그러나 가뜩이나 시간도 없고 돈도 벌어야 하는 나이든 화가들에게 젊은 애들처럼 공부를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젊은 화가들은 대학교수가 되고 싶고, 그러려면 학위가 있어야 하고, 그러니 그림을 잘 그려 대학교수가 되기보다는 박사학위를 받아야 하기에 사실 그림은 뒷전이다. 자연 이들에게는 논문을 대충 써야하고 베껴야 하기 때문에 표절문제가 발생한다. 그렇게 하다 보니 논문을 대신 써주는 일들이 비일비재해졌다.

또 하나 문제는 이제 이러한 학위과정이 학교에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주는 수단으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전업으로 그림을 그려도 훌륭한 화가가 되기 어려운 시대에 돈과 시간을 박사학위 공부에 다 보내니 좋은 그림이 나올 턱이 없다. 특히 어학이 필수인 상황에서 그들이 어떻게 논문을 써야 할 것인지는 사실 명확해진다.

내가 알고 있는 많은 수의 화가들이, 지금도 박사학위에 코가 꿰어 쩔쩔매는 작가들이 여럿있다. 솔직히 나는 그들을 현실적으로 이해하지만 측은한 마음도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 미술대학에 작가는 없고 박사들만 남는 시대가 곧 올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그 사이 학교들은 고액의 등록금으로 배를 불릴 것이다. 이런 치열한 미술계의 상황에서 세계적인 작가가 나올것이라고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생각이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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