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허정화 작품의 특징은 그윽한 서정성과 부드러움이다. 자연의 풍경을 절제 있게 생략 시킨 듯 한 화면구성이 주는 깊은 서정성 때문이다. 정감 넘치는 한지 위에 펼쳐진 드러나지 않는 그윽한 색채의 축제, 그들의 교차가 빚어내는 부드러운 색채의 감성적인 언어가 화면을 환상적인 세계로 안내한다. 눈을 감으면 눈 안으로 휘감기는 파스텔 톤의 빛나는 빛깔이 그대로 가슴에 다가와 시가 되고 노래가 된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소나무와의 만남을 보여준다.

특히 소나무는 우리의 역사 속에서 우리 민족과 함께 숨 쉬고 살아왔으며 척박한 땅에서도 굳건히 뿌리를 내리는 끈질긴 생명력으로 우리민족의 상징적인 수목이다. 그래서 그의 화폭 속에 그려진 세 개의 소나무는 중심을 향한 대칭과 좌우의 균형으로 우리들 삶을 위로하고 희망을 전한다. 작가가 강인한 정신으로 힘든 역경을 꿋꿋이 이겨내는 소나무를 화면 속에 담아내는 것은 그 기상을 통해 지친 삶을 위로받고 오늘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내일에 희망을 주는 정신성을 보여준다. 그 표현양식 또한 부조의 기법을 사용함으로서 평면회화의 입체감을 상승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적 판타지의 조형성을 밀도 있는 구성으로 승화시켜 회화의 부드러움과 생명력을 연출한다.

이처럼 그의 그림에는 부드러움이 주는 색채의 아름다움과 서정성으로 끝나지 않고 한국인의 위대한 정신을 화폭 속에 불어 넣음으로 허정화가 가지는 한국적이고 독창적인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