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치마의 흔들림과 연속성의 중독

김종근

모든 그림은 그 나름대로 각각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익싸팅한 기분 좋은 그림이 있는가 하면 특별히 많은 장치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그림을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즐거움을 주는 작품이 있다. 최근 미술시장이나 옥션, 화단에서 주목 받고 있는 젊은 작가 이호련의 작품은 아주 특별한 회화적 장치를 가지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강한 중독성의 매력이 있다. 이 중독성이라 함은 기본적으로 그의 작품이 가지고 있는 유혹이다. 즉 한번 보면 다시 보고 싶어 하는 그런 독특한 매력을 말한다. 작가가 화면에서 다루고 있는 테마는 아름다운 여성의 하체이다. 그러나 실제 그가 다루고 져 하는 근본적인 모티브 속에는 그 치마의 흔들림과 함께 하는 손짓이 존재한다. 허벅지가 에로틱하게 드러난 섹시한 포즈의 모습들은 모두가 여성의 각선미 넘치는 하체를 테마로 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그다지 리얼하거나 섹시한 형상의 부분들을 묘사하지는 않는다. 더 더욱 관능적이거나 유혹적이지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의 작품세계를 “내적 욕망을 형상화” 로 해석한다는 것은 나름대로 그 안의 에로틱한 맛과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본질적으로 그의 회화 속에 나타나는 일련의 다양한 치마 이미지는 충분히 섹슈얼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그것이 사실주의 색채와 윤곽선을 그대로를 그려냄으로서 더욱 유혹적이다. 그는 치마의 다양한 문양이나 무늬 그리고 색채를 절제한다. 그러기에 우리는 그의 치마에서 색채를 얻기보다는 흔들림과 몸짓에 집중한다. 그러기에 내가 그의 화폭에서 주목하는 것은 섹슈얼한 이미지와 그가 그림에 담아내는 욕망의 시선은 아니다. 미묘한 떨림이나 흔들림으로 나풀거리는 여인의 포즈와 연속성의 이미지가 풀어내는 아름다움이다. 그의 치마와 부드러운 살결이 돋보이는 작품들은 마치 카메라가 연속 촬영을 한 듯 미묘한 뉘앙스의 흔들림을 연속적으로 보여준다. 그다지 많지는 않지만 두세 개의 지나간 이미지이다.

그렇다고 마르셀 듀샹의 계단을 내려오는 나부처럼 명백한 시간성을 의도하지 않고 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손을 아래위로 올리거나 내리는 작은 움직임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면서 생기는 잔영의 색이미지가 중첩 되면서 흔들림의 절정미를 내비춘다. 그는 극사실 화풍의 작가들이 많지만 드물게 우리 화단에서 독창적인 형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호련의 그림은 일상적인 소재를 극사실주로 건드리면서 침전 되어 있던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끄집어낸다. 그러고 보면 이호련의 작품 속에는 남자들이 공통적으로 치마를 들추고 싶어 하는 남성 심리를 읽어내고 있는듯하다. 그런 점에서 비스듬히 혹은 다소곳이 위치한 여성의 치마를 향한 부드럽고 나풀거리는 떨림은 충분히 남자들의 심리 뿐 아니라 사람들의 내면의 정서를 뒤흔든다.

그러한 양식이나 패턴이 미술사에서 전무후무한 것만은 아니다. 어쩌면 스타일은 다르지만 이호련의 이 오버래핑이라 불리는 이미지 시리즈는 이태리 미래파의 쟈코모 발라와 상관성을 언급할 수 있다. 미래주의자 특히 쟈코모 발라가 보여주는 예쁜 강아지의 부산스런 움직임을 연속적으로 리드미컬하게 그려낸 바 있는 발라를 연상하게 된다. 또한 보치오니 역시 대상의 전체적인 움직임을 화면에서 시도하지만 이호련은 특정한 부위만 커팅 하여 집중적인 시각의 떨림 효과를 관능 성으로 포장한다. 결국 이호련의 감성적인 표현의 호소는 치마를 슬쩍 올려서 섹시함을 매혹적으로 처리하는 그 떨림의 지평위에 놓여있다.

회화 속에서 이러한 연속성 혹은 운동성은 19세기 말엽 사진작가 머이브리지(Muybridge)와 그외 몇 사람의 운동에 관한 사진 연구를 모방한 미래주의 작품들 중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 발라의 그 보도를 걷고 있는 강아지의 연속적인 움직임인 것이다. 그러기에 사람의 망막에 여러 개의 다리와 반복되는 끈으로 비쳐진 모습으로 표현된 그림과 이호련의 연속적인 카메라 분위기의 회화는 사실 서로 다르면서 같은 맥락에 서있다. 그가 역시 회화 안에서 움직임, 소리, 운동성을 동시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면 이호련의 작업은 여전히 시각적인 요소를 통한 연속적 표현이나 속도감으로 화폭 속에 정시키고 있다. 이 오버래핑 이미지에서 이호련이 강조하는 것도 중요한 것은 이미지의 중첩을 통하여 떨리고 있는 현상을 드러내는 것이다. 또한 같은 이미지에 운동성을 부여하고 중첩시킴으로써 동적인 상황을 테크니컬하게 연출한다. 그는 그의 그림 속에서 일체의 다른 상상력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는 오로지 상상력을 차단하면서, 감상자를 그림에만 몰두하게 만든 비법을 잘 터득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매혹적인 충동감을 끄집어 낸다. 그렇다면 그의 회화에 위험성은 없는 것일까 ?


이렇게 그의 회화가 단순한 테마와 구성만으로 흥미 있는 유화를 만들어 내지만 여전히 그의 회화는 약간의 동일한 테마의 지루함과 반복성을 가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또 다른 포즈와 변형의 가능성을 그는 시도하지 않는지 현재로서는 보여주지 않고 있다. 그런 일련의 동일한 테마가 새로운 감성과 감각으로 일어서기 위해 그의 현실적이고 새로운 이미지의 출현은 여타 많은 사람들이 봐도 궁금하다. 이호련은 궁극적으로도 에술의 많은 욕심을 가지지 않으며 여성의 하체를 아름다운 옷차림으로 형상화한다. 실제 그가 그리는 대상에 대해 욕망의 대상의 실체가 모호하다고 지적하는 것은 바로 이유이다. 물론 그의 이런 작업은 상당 부분 실제 모델을 통한 사진 촬영 이미지에 힘입고 있다. 또한 마찬가지로 그러한 포즈를 포착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노출시키며 연출된 포즈에 가깝다고 본다. 여성의 치마 풍경을 훔쳐보는 듯 한 감각적 아름다움.

이렇게 이호련의 ‘오버래핑 이미지’는 홍콩 크리스티 뿐 아니라 해외 아트페어에서도 지속적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세계속의 한국작가로 김동유 홍경택과 더불어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열린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추정가 2배를 웃도는 3,200만원에 낙찰 된 이호련의 그 간교한 치마의 떨림이 연출하는 손짓, 그의 그림은 분명 매혹적이고 유혹적이며 관능적인 인간의 본능이 살아 있음을 확인하게 해준다.


김종근, 미술평론가. 2009 부산국제 멀 아트쇼 전시감독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