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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를 뒤집는다. - 일상의 반전

김종근

경기도 미술관 리뷰



갤러리가 아닌 미술관에서의 기획은 그것이 상업성이나 영리성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일반 전시와는 구별 된다. 특히 미술관의 전시는 일차적으로 보여 주는데 목적이 있어 전시의 컨셉과 진행에 있어 다르다. 경기도 미술관이 이미지의 반전이라는 타이틀로 야심차게 기획한 이 전시는 이미지를 가진 작품들이 주목받고 있는 최근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에서 한국현대미술의 코드를 읽는데 부족하지 않다.

이 테마가 주지하듯이 이들 이미지의 반전에 포커스는 일상에 맞추어져 있다. 특별한 시점이 아니라 주변 삶에서 느끼는 아주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풍경 속에서의 이미지 반전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 일상의 지극히 보편적인 배경 속에는 우리가 보지 못 했던 이미지가 있고 그 테크닉도 숨어있다. 여기서 테크닉이란 개념은 사실 기존에 보는 법을 뒤집어 보겠다는 것이다. 즉 화가들을 통하여 일상적인 풍경을 익숙한 것에서 낯설게 보기로 전환하고자 한다. 이것은 사물의 두 얼굴과 같은 야누스적인 세계를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다. 『이미지의 반전』은 이미지를 통해 ‘뒤집어 보기’의 시각적 충격 주기를 근본 메시지로 한다.

기획의 틀에서 본 카테고리는 -충격, 역설, 흔적, 무의식으로 구성 되어 있다. 그 구성 속에서 이들은 일상의 풍경을 뒤집어 놀라게 하거나(Strange), 현실과 허상, 양의 세계와 음의 세계의 만남을 통한 역설적이고 부조리한 세계를 만들고(Paradox). 또 기억이나 흔적을 묘사하거나 (Trace), 그로인한 내면에 잠재 된 무의식 세계를 가시적 세계로 불러낸다. 그러나 이 전시는 『이미지 반전(Negative Images)』이라는 테마에 지나치게 충실하다. 기본적으로 이미지 반전에 필요한 음양이라든가 색채, 그리고 빛과 그림자라는 기본 형식에 철저하다. 그런 점에서 이 전시는 처음부터 특별한 형식을 통한 작가들이 선정 되고 있다.

고산금의 일간신문과 그 원판 대장을 스테인리스 볼로 형상화 시킨 이 네거티브 이미지는 보는 것의 또 다른 메시지를 전해준다. 표현형식도 형식이지만 재료 또한 그만의 독특함을 확보 한다.

구경숙과 이안하비의 퍼즐과 블록으로 구성 시켜 뒤집어 본 인물 패턴의 형상 , 고상우의 전형적인 이미지도 그 반전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컬러필름의 네거티브 이미지를 가차 없이 드러내는 지클레이 프린트 등은 이 전시에 의도를 잘 반영하고 있다.
3차원의 입체 조각에서도 그 충실성은 예외가 아니다. 김동숙과 김일영, 이용덕의 입체 작품들은 작품제작에서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과정을 이용한 음각의 효과를 가장 이상적으로 떠내고 있다.

입체에서의 이들 작업은 전시의 꽃이라고 불릴만하다. 그러나 김동숙과 이용덕 작품이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같은지 변별성이 불투명하다. 의도가 다르다 해도 그 오리지날리티의 표현성에서 누군가는 상처 받을 수 있다.

평면에서 본 김홍주의 작품은 한 작품 속에 거꾸로 볼 때 생기는 중의적인 이미지를 집어넣어 두 이미지가 공존 할 수 있다는 동시적 반전 이미지를 보여준다면 박주욱은 일관되게 음화적 이미지를 화폭에 형상화 내는 작가로 뒤집어 보기를 끊임없이 시도 한 결과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2차원의 평면에 사진의 필름을 보듯이 시각적으로 풍경을 그리는 것이다.

이들이 주는 Strange(충격)은 김홍식과 이미지를 독자적으로 해석해내는 송민철의 비디오 작업, 이동재와 진보라, 황혜선의 작업등 일상의 눈요기에 젖어있는 우리에게 낯선 경험을 주고 있다. 역설의 세계에서 공간을 이용하여 평면과 입체성을 조화시킨 이상길, 이원경, 이주용, 임선이, 그리고 평면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안수연과 황은화는 평면 속에 입체를 혼용시켜 그 양면성으로 이미지 반전을 포함한다. 음과 양의 만남을 통해 오히려 흔적의 가능성과 효과를 구축하는 것이다.

흔적을 보다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컨셉에서는 추상적인 형태 보다 리얼리티하게 색채와 형태로 이지은, 전원길, 최태화가 그 양각과 음각의 이미지를 탄탄하게 보여 이 전시의 영역을 두텁게 한다.

무의식에서 나진숙과 이성형은 새로운 이미지의 반전을 시도하여 전시의 흐름을 지켜주고 돋보이게 한다.

이처럼『이미지 반전』은 작가들이 가진 이미지를 새롭게 드러냄으로서 목적했던 조형세계의 탐색으로 한국현대미술의 지평에 기여 할 것은 분명하다. 아쉬운 점 이 있다면 다만 이들이 이미지와 반전을 너무 현상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이미지는 가시적인 것 외에도 철학적, 언어적 일 수도 있고, 음악적 혹은 개념적 일 수 도 있다. 그러나 이들의 작품에서 그러한 열려진 이미지의 반전은 보기 어려웠다. 그래도 이 전시가 단조롭지 않았던 것은 전시와 병행하여 어린이 프로그램 등을 통하여 거울에 보이는 자신의 모습을 재구성함으로써 반전된 이미지를 현실에 있다는 것을 체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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