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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열 / 흐드러지게 핀 봄날의 꽃 축제

김종근

정말 자연은 모든 시대를 뛰어 넘어 위대한 미술가들의 스승이며 원천일까? 프랑스의 마네, 모네 등을 중심으로 한 시슬리, 피사로 등 인상파 화가들은 그들 대부분의 작업을 화실이 아닌 야외 공간에서 그렸다. 캔버스를 들고 아틀리에를 뛰쳐나간 이들은 사물이 자연의 빛을 받았을 때 일어나는 변화를 정확히 그려내기 위해서 이었다. 이 순간순간의 변화를 표현해 내기 위해 그들은 물체의 고유색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들의 목적은 대상을 객관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주관적, 찰나적인 인상으로 표현하려는 예술적 입장을 고수했다.

이상열의 회화는 마치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처럼 온통 밖의 자연 풍경이다. 구체적으로는 나무들이 등장하여 어울려 꽃을 피우고 있는 나무가 있는 풍경들이다. 그가 인상파 화가들처럼 밖에서 완성하지는 않지만 그의 이런 풍경 작업을 보면 인상파 화가들이 스승처럼 여겨진다. 그의 이런 작업은 벌써 20여 년에 다다르고 있다. 한결 같다고 여길 정도로 이상열이 자연 풍경을 다루고 있지만 그의 작업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려는 밀레나 터너처럼 보이는 그대로의 사실 화가는 아니다. 그럼에도 그는 철저하게 자연을 회화의 거울로 삼고 있다. 그의 회화에 특징은 보다시피 매우 정서상으로는 서정적이고, 형식적으로는 평면적이다.

들녘에 늘어선 나무들의 풍경, 거칠게 나무에 핀 꽃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자연이 가져다주는 평화로움과 아름다움을 다시 발견한다. 그의 자연풍경은 형식적으로는 윤곽선을 뚜렷하게 하지 않으면서 나무와 꽃들의 풍경을 흐드러지게 포착한다. 그가 화폭에서 그려내는 이 불꽃같은 화폭은 비록 빛에 의한 순간적인 인상의 표현은 아니지만 계절이 가져다주는 위대한 색채의 분방함을 만나게 된다. 무엇보다 그의 최근 화풍에 특징은 평면적이고 인상파적인 화풍에서 실제로 입체적인 느낌을 강하게 주려는 듯 두텁게 물감을 올리는 기법을 보여준다. 이러한 평면적인 느낌에서 좀 더 입체적이고 더욱 사실적인 효과를 나타내려는 의도로 보이는 이러한 작업들은 설악산의 풍경을 그려낸 김종학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형식이어서 그다지 새로운 것이라고 말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 이런 노력이 분명 또 다른 그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낼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이상열이 그토록 오랜 시간 동안 초기의 파도나 해안선에서 이제 나무가 있는 꽃들의 풍경에 집착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자연이 주는 그 질서와 위대함을 화가로서 화폭에 붙잡아 두고 싶어 하는 미술가의 원초적인 본능인지도 모른다. 그의 오랜 작업 경향으로 볼 때 이번 작업의 커다란 특징은 단순히 계절의 흐름만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표현적으로 새롭게 나아가려는 의지도 함께 돋보인다. 찬란하게 피어오르는 복숭안 나무나 배나무 등이 연출해 내는 그 희고 매혹적인 봄날의 축제, 이것이 그가 화폭에서 추구하는 봄 날 색채의 축제이다. 그는 그의 회화가 갖는 평면성에 안주하길 원하지 않는다.

그러한 이유로 꽃에 더 많은 리얼리티와 중심을 주고 새롭게 마티에르를 올리는 작업을 시작했다. 동시에 이 나무가 있는 연작 풍경을 통해 본 과감하고 거침없는 두터운 붓놀림으로 봄 풍경을 인상적으로 형상화 하고자 하는것 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필법의 붓놀림에는 빠르게 팔레트에서 색을 섞지 않고 캔버스에서 직접 색을 혼합하는 것처럼 선명한 색조의 효과로 무더기로 핀 과수원 꽃의 정경을 보여준다. 그리하여 파노라마처럼 하얗게 펼쳐진 산언덕의 과수원은 밝은 햇빛과 만나면서 계절의 생동감도 폭발적으로 드러낸다. 그 계절은 4-5월로 봄이다. 화폭엔 언제나 복숭아나무, 사과나무, 배나무, 감나무 그리고 개나리 등이 함께 한다. 그러고 보면 이상열은 자연주의자이다. 언제나 자연에서 출발하여 각종 꽃피는 나무들이 피워내는 꽃들의 잔치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의 그림 속에서 가장 반가운 현상은 평범한 인상파 화풍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식을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한 노력은 배꽃이 가득 핀 대작이나 사과나무에서 그 결실이 주목 된다. 또한 이 작품들은 적당하게 원근법을 유지하면서 화면전체에 역동적인 인상으로 마무리된다. 어쩌면 작가는 그 자연 속에 파묻혀서 자연이 가져다주는 나무들의 정원에 영원히 머무르고 싶어 하는 것인지 모른다.

이상열의 이런 작업은 마치 모네가 파리근교의 지베르니를 구입하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나 이렇게 마음에 드는 집은 없을 것'이라고 좋아했던 것처럼 이상열에게 과수원의 풍경은 마음의 천국이자 다시없는 그림의 이상적인 모티브이다. 그의 어느 그림을 보아도 우리는 금방 내려앉은 진주 빛 색채가 흐드러지게 피어 장관을 이루고 있다. 그가 사는 남양주에서 서울 근교까지 산이나 들에 핀 과수원의 따뜻하고 정겨운 풍경들, 그 아름다움이 우리들에게도 자연이 모든 예술세계의 원천이자 파라다이스임을 다시 한 번 눈으로 확인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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