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희 작품에 주제는 얼굴이다. 그 얼굴은 완벽하게 사람의 얼굴이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그 얼굴은 귀여운 양의 머리를 하고 있거나 토끼의 머리를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의 웃음도 사실은 타이틀이 말 하듯이 봉인된 혹은 닫힌 미소이다. 한결같이 웃고 있는 모습의 얼굴이지만 역설적으로도 패턴화 된 얼굴의 스마일이다.

그의 얼굴에 눈을 보자 분명 사람의 얼굴을 한 눈이지만 그의 눈은 좌우가 같지 않다. 그의 눈은 그가 기르는 고양이의 눈을 꼭 닮아 있다. 글씨로 배경에 둘러쳐진 그의 얼굴은 진실과 거짓 그 이중의 아우라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모든 작가들은 진실하다. 다만 작가의 얼굴뿐만 아니라 작가의 눈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적어도 작가는 작품 속에서는 자신의 발언으로 진실과 웃음을 말한다. 그 웃음이란 때로는 진실해야 하는 웃음이고 때로는 역설적으로 패러독스하게 감추어진 얼굴이어야 한다. 양의 탈을 쓴 얼굴, 눈의 진실한 내면을 감춘 채 표정만을 드러낸 아이러니컬한 그 선한 양의 탈을 쓴 현대인의 초상을 그는 은유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때로는 본연의 자신의 얼굴처럼, 아니면 양의 탈을 쓴 목자처럼, 때로는 토끼의 얼굴처럼 변장한 얼굴로 그는 우리들의 초상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