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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주안 / 얼룩말에 관한 환상

김종근

그의 작품들은 산뜻하게 초현실적이다. 이 초현실적이란 표현은 정상적인 조건으로 볼 때 형식들이 합리적인 기대에 부합하지 않는 상황을 두고 말한다. 이러한 초현실성을 추구한 예술가들을 보면 무의식의 상상력을 극대화 하여 고정되어 있는 정신을 해방시키고자 하며 그것을 예술로서 시도한다. 우리가 권주안의 작품에서 1차적으로 접하는 인상은 바로 그 현실을 넘어선 혹은 비현실적인 표현의 풍경과 요소들을 먼저 접한다. 대부분의 화가들이 현실을 넘어선 세계들을 화면에 담아내듯 권주안의 화면 속에 형태들 역시 보편적인 이미지들의 조합은 아니다. 우리가 쉽게 사용하거나 말하지 않는 구상 들이 화면에 풍부하다. 다양한 계단 형태의 도형으로 구성되어진 화면, 그리고 멀리 원근법적인 사실적 풍경, 그리고 그곳에 고요하게 서 있는 한 마리의 얼룩말, 노쇠한 나무. 그리고 깃발들. 그들은 결코 하나로 통합되지 않는다. 그저 서로 연결 되어 있을 뿐이다. 우리는 그가 풀어놓은 이러한 사실적인 암호들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잘 알 수 없다. 이 풍경들은 분명 현실적인 풍경은 아니듯이 꿈에서나 보일 법한 가상의 공간이자 풍경이다. 구체적인 이러한 작가의 컨셉으로 보아 그의 이미지 구성은 이성의 지배를 받지 않는 비현실 세계에 대한 표현임은 명백하다. 실제 그러한 풍경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게 하고 싶어 하는 작가의 열망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의 화면에서 작가가 보여 주려는 의도는 무엇인가? 우리가 작가의 초현실적인 그러한 세계를 온전하게 이해하기란 불가능하고 정당하지도 않다. 우리는 다만 작가가 드러낸 그 몽상적 이미지들을 바라 볼 뿐이다. 그가 보여주는 다양한 형태의 색상으로 만들어진 구성적인 계단, 마치 그것은 카메라 렌즈의 조리개 형상을 보듯 파노라마 적이고 모자이크 적이다. 그 풍경들이 사실이든 아니든 무의식에 대한 이 관심은 ‘현실’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하고 있음은 자명하다.

얼룩말을 보자, 그는 언제나 구체적인 형상으로 나타나지만 명확한 얼굴 모습을 보이진 않는다. 그 말은 언제나 이상을 향한 시선으로 바라다본다. 왜 한 마리의 얼룩말은 언제나 그림 속에 등장하는 것일까? 그림의 심리적인 분석을 하지 않더라도 이러한 사물의 등장은 작가 자신의 대체 된 형상으로 해석된다. 그 계단 또한 현실의 다양한 스텝들을 거쳐야 하는 길로 이해하면 안 되는 것일까? 그러고 보면 그의 초현실성 기법은 사실주의나 추상예술과는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실성과 추상성을 포함한 이상성의 표현으로 간주된다.
권주안은 보이는 현실에 대한 감성을 무의식적인 현상 등으로 표현, 새로이 활력을 불러일으키는 언어를 사용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이 언어는 본능적인 욕망에 관련된 것들이기도 하지만, 구성적으로는 화폭 속에 여러 개의 화면이 동시적으로 결합되어 원근법에 빚지면서 시각적 의미와 경쾌함을 준다. 전경과 후경의 배치, 분할된 별도의 구성과 공간등 그 형식들은 전체적으로 엉뚱하고 신선하다. 이 낯선 구성들과 이미지들이 비현실적인 공간으로 들러와 상상적 공간을 만들면서 우리에게 낯선 것들만의 즐거움을 갖게 한다.

누가 뭐래도 예술은 이성과 감성, 정신과 마음이 합치는 지점에서 태어나는 표현형식이지만 그의 작품은 모두 서로 다른 생경한 조건과 형상들이 서로 부딪치거나 결합되어 시각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그런 유형의 즐거움이다. 창조력이란 그것이 순수하면 순수할수록 현존하는 것을 뛰어넘어, 비구상의 경향으로 흐르게 마련이며 그것의 희열은 독특하다. 잠재된 그리고 억압된 무의식의 세계를 가능한 한 참되게 표현하려고 하는 초현실주의 이런 시도가 기발함으로만 머문다면 그것은 특유의 환상예술 단계에서 정지 할지도 모른다. 우리가 초현실주의자인 르네 마그리트에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큰 바위덩어리를 공중에 띄워놓는다든지, 낮이 밤으로 변해 있는 등 정신의 전위(데페이즈망)를 충격적으로 주기 때문에 그의 시선이 주목 받고 그의 회화가 지속적으로 논의 된다. 때로는 마그리트처럼 권주안의 회화가 새로운 형상들이 서로 언어끼리 소통하고, 교감하고 상징적으로 연결되었을 때 정말 그의 작품들은 순전히 자연스러운 이미지의 조합과 배열로 새로운 환타지의 세계가 탄생 될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만들어 내는 노래의 완벽한 하모니 혹은 불협화음, 서로 다른 장면들이 겹쳐서 만들어내는 심포니의 오케스트라처럼 역동적이며 감동적인 구성이 결합하는 순간이 탄생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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